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골목 안 뾰족지붕 도서관, 동네가 환해졌어요

집에서 10분 거리에 사랑방처럼 찾아갈 수 있는 동네 도서관이 있다면 어떨까.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우리 아이와 함께 앉아 책을 읽다가 돌아올 수 있다면…. 요즘 서울 동네 골목의 작은 공공건축물이 바뀌고 있다. 아담한 어린이 도서관이 동네 골목을 파고들고, 국공립 어린이집 디자인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이들이 공공건축가로 참여하면서 생긴 변화다.



어린이집·119센터 등 설계에 건축상 수상 실력자 힘 모아
1·2층 튼 뒤 넓고 밝은 열람실 … 책 읽고 토론하는 마을 사랑방

저예산으로 짓는 동네 도서관도 공들여 설계하면 주민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과감한 구조 디자인으로 눈에 띄는 공간 변화를 이룬 휘경어린이도서관. 설계를 맡은 김소라 서울시립대 교수는 “작지만 동네와 어우러지고 품위 있는 도서관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건축사진가 진효숙]


 ◆낡은 주택이 도서관으로=서울 동대문구 빨간 벽돌의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이 다닥다닥 붙은 골목 안. 이 곳에 동네 어린이와 부모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낮은 철제 대문의 벽돌집이 있다. 언뜻 보면 주택 같아보이지만 신을 벗고 현관에 들어서면 벽면을 채운 책이 남달라 보인다. 구립 휘경어린이도서관(관장 장윤정)이다. 문을 연 지 4개월이 된 이 곳은 오전엔 주부들의 독서·토론 공간으로, 방과 후엔 어린이들이 책 읽고 숙제하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장소로 인기다.



 지어진 지 30년 된 낡은 2층 주택의 극적인 변신이다. 이 도서관이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히 주택을 도서관으로 개조했기 때문이 아니다. 현상설계 공모로 뽑힌 건축가 김소라(서울시립대) 교수는 단독주택의 답답한 구조를 ‘도서관’이라는 기능에 맞게 과감하게 고쳤다.



 ◆선입견 깬 디자인, 일상의 힐링 공간=“원래 있던 주택은 천장도 낮고, 방도 많고, 계단도 좁았습니다. 공공건물로 쓰이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계단이나 화장실을 넣기에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구조 진단을 해보니 2층 거실바닥은 ‘B등급’이 나왔고요.” 김 교수는 ‘허약’ 판정을 받은 2층 거실 바닥을 제거하고 지하부터 1·2층까지 각 층이 위 아래로 서로 통하도록 열린 중앙계단을 만들었다.



 적극적인 구조 바꾸기 작업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구조 전문가인 이주나(서울시립대) 교수의 참여로 목재 트러스(목재를 삼각형 그물 모양으로 짜서 하중을 지탱시키는 구조)로 새 지붕을 설치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시도로 구조를 보강하고 집의 기둥 역할을 하던 여러 방의 벽을 제거해 2층 열람실을 탁 트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끝이 뾰족한 천장 아래 공중에 매달려 있는 듯한 다락방 같은 열람실이 덤으로 생겨났다.



장 관장은 “나무 오두막같은 이 공간을 주민들이 가장 좋아한다. 내년엔 이곳에서 어린이 독서 캠프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장연정(36)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주일에 두 번 이곳을 찾는다. 작고 아름다운 이 도서관이 내겐 일상의 힐링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기 전 주택(왼쪽 사진). 값이 싼 벽돌을 썼지만 단아해 보이는 외부 모습.


 ◆공공건축가들이 뛴다=최근 문을 연 서울 시흥동 ‘도담어린이집’(건축가 김선현·임영환)도 주목할 만하다. 두 자녀를 둔 부부건축가가 설계한 이곳은 그동안 ‘통제’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던 개념에서 벗어나 ‘더 밝고, 더 쾌적하고, 더 투명한’ 어린이집의 공간 철학을 담아냈다.



이밖에 이문동 ‘숲속작은도서관’(건축가 김창균), 월계동 ‘초안산 숲속작은도서관(건축가 신창훈), 구로 119 안전센터(건축가 황두진)등도 있다. 그동안 서울시는 공공건축을 전자입찰제도(설계비 최저가 입찰)로 지어왔지만, 2012년부터 공공건축가 제도를 실시해오고 있다. 다양한 기준으로 선정한 건축가(현재 129명)를 소규모 공공건축에 참여시키는 제도다.



김 교수는 “흔히 좋은 디자인의 건물은 공사비가 더 많이 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며 “같은 공사 비용이라도 설계자가 심혈을 기울인다면 주민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세금으로 짓는 공공건축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