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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소주 도수 똑 … 똑 … 똑

연말이다. 주류업계의 최대 대목이다. 그 와중에 전쟁까지 벌이고 있다. 이름하여 ‘알코올 도수 전쟁’. 소주 도수는 내리고 맥주 도수는 계속 올리는 거다. 지난달 25일 하이트진로는 17.8도짜리 참이슬을 내놨다. 이에 질세라 롯데주류는 12월부터 처음처럼을 17.5도로 낮췄다. 17도대 소주가 잇따르면서 ‘소주=20도’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O2린(맥키스)이나 한라산소주(한라산)같은 지방 소주도 17도대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1조6000억 시장서 도수 인하 경쟁
23·21·19·18.5 … 17.5도까지 내려
경쟁사가 낮추면 다른 쪽 더 낮춰
순해질수록 더 많이 팔고 원가 절감
업체들 눈치작전 … 17도 벽 깰 수도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왜 소주는 순해지고 맥주는 진해지는 것일까. 술 도수에는 시장 주도권을 잡기위한 업계간 눈치작전과 수익을 더 내기 위한 경제학이 숨어있다. 전국 소주시장은 대략 1조6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과열경쟁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부터 각 소주별 점유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류업계에선 참이슬이 47%, 처음처럼이 17%, 좋은데이(무학)가 14%, 금복주(참소주)가 8%, 잎새주(보해)가 5% 내외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최근 잠잠하던 순한소주 전쟁에 먼저 불을 지핀 건 1위 업체 하이트진로다. 올해 2월 19도에서 18.5도로 내린 데 이어 9개월도 안돼 다시 0.8도를 낮춘 거다. 롯데주류는 부랴부랴 기존 18도였던 처음처럼 도수를 17.5도로 따라 내렸다. 소주시장의 절대강자 참이슬이 선수를 치자 처음처럼이 곧장 응수한 형국이다. 하지만 순한소주의 원조격은 처음처럼이다. 도수 낮추기 경쟁이 본격화 한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처음처럼이 맨 처음 순한소주 카드를 치고 나왔다. 처음처럼은 2006년 출시 당시부터 20도로 도수를 확 낮춰 ‘순한 소주’를 표방했다. 여기에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해 작은 물입자가 생겨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점을 강조했다. 23도로 처음 출시된(1997년) 참이슬 역시 21도까지 낮춘 상황이었지만, 처음처럼은 출발점부터 아예 1도를 더 낮춘 거다. 이때부터 소주업계의 1도 내리기 눈치작전은 한층 치열해 진다. 하지만 두 회사의 1도 낮추기 경쟁은 ‘소주=20도’라는 벽 앞에서 주춤했다. 소주 특유의 ‘카~하는 독한 맛’이 옅어지면 누가 소주를 찾겠느냐는 우려때문이었다.



 이 공식을 깬 건 엉뚱하게도 지방 소주업체 무학이다. 무학은 2006년 연말을 앞두고 16.9도짜리 ‘좋은데이’를 전격 출시했다. 20도 벽을 눈앞에 두고 눈치만 보던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무학의 파격 카드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두 회사의 태도는 조심스러웠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고작 0.2도와 0.5도를 각각 낮추는 것으로 대응했다. 소주업계의 시선이 파격 카드를 꺼내 든 무학의 성적표에 쏠린 건 당연했다. 무학의 좋은데이는 출시 두 달 동안 169만 병이 팔렸다. 이듬해에는 1280만 병이 나갈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주업계의 우려가 기우로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소주 =20도’ 공식마저 깨지자 도수는 이제 거침없이 하강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20도가 깨진 이후부턴 경쟁사가 낮추면 우리는 더 내린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소주의 도수는 어디까지 내려갈까. 소주업체는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더 정확히는 도수를 더 낮추기에 앞서, 시장 조사를 한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맛이고, 다른 하나는 ‘소주는 몇도여야 하는가’하는 인식조사다. 한 소주업체 관계자는 “소주가 10도라는 사람도 있고 아직도 25도나 30도라는 답도 나온다”며 “하지만 이같은 엉뚱한 답변을 빼면 대게 17도에서 19도 사이로 수렴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무조건 도수를 내릴 순 없고 소주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선 현재로선 17도를 마지노선으로 본다”며 “이 마지노선을 누가 언제 깰 것인지를 놓고 업체들은 또 눈치작전중”이라며 웃었다. 17도의 벽이 깨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소주의 도수를 끌어내린 건 물론 소비자다. 특히 여성 음주자가 증가하고 웰빙트렌드가 유행하면서 순한 소주를 찾는 이가 늘었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도수를 17.8도로 낮추기에 앞서 실시한 소비자 대상 조사에서도 이같은 추세가 그대로 나타났다. 이 회사가 8~10월 20대 이상 성인남녀 1740명을 대상으로 소주 도수 변경에 대해 물었더니 94%가 저도주를 원한다고 답변했다.



 소주업체가 도수를 내릴수록 판매량은 는다. 맛이 밋밋해져 주당들은 더 많이 찾고, 여성과 젊은층의 소비도 늘어난다. 소주회사는 또 도수가 내려갈수록 원가도 절감할 수 있다. 소주는 주정(알코올)을 물에 희석해 만든다. 80%가 물이다. 나머지 20%는 주정이다. 여기엔 1% 미만 비율의 감미료가 포함된다. 주정은 소주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소주 도수가 내려갈수록 소주업체는 주정비를 줄일 수 있다. 주정은 화학물질이 아니다. 쌀·보리·옥수수·고구마·타피오카 같은 곡물을 발효시켜 연속증류방식으로 만든 알코올이다. 국내에는 10개의 주정회사가 있고, 주정회사는 제조한 주정을 ㈜대한주정판매로 납품한다. 소주업체는 여기서 주정을 구입해다 물과 섞어 소주를 만든다. 최근 주정가격은 2012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인상됐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2012년 ℓ당 1540.45원에 구매하던 주정을 2013년엔 1591.52원에 구매했다. 2년 동안 6% 남짓 인상된 거다. 이 사이 소주 값은 2012년 말과 2013년 초 7% 가량 올랐다. 소주업체가 주정비로 쓰는 돈은 매년 매출의 15~20% 정도다. 소주업계에서는 소주 도수가 1도 내려갈수록 병 당 10원 안팎의 주정비가 감소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주류업계의 관계자는 “소주가 순해질수록 소주회사로선 주당들이 더 마시니 판매가 늘고, 더불어 주정비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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