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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본질 벗어난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박세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새 학기가 되면 학교에서는 반장 선거를 한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 사교성이 좋은 친구 등이 자신만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선거 유세를 하고,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담임 선생님이 비록 당선된 반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학교의 핵심 구성원은 학생이며, 같은 반 급우들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선출했기 때문이다.



 회사도 같은 메카니즘이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다. 그러나 모든 주주가 회사를 함께 경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만한 사람을 대리인으로 지정하여 회사를 경영케 한다. 여기서 대리인은 바로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의 선임권한은 당연히 주주총회에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와 상법상 주식회사의 본질이다.



 하지만 얼마 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이러한 본질을 거스르고 있다. 모범규준은 금융회사로 하여금 ‘충분한 수’의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상시 운영해 최고 경영자(CEO) 및 주요 임원 후보를 추천하고 임원자격을 검증하도록 하고 있다. 상법에서 명확히 정해 놓은 주주의 권리를 무시하는 일이다. 이는 마치 급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반장을 선생님이 직접 검증한 후보중에서만 선출하도록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물론 금융회사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선임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CEO 리스크’를 제거하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수단과 방법이 틀렸다. 경영 비전문가가 다수 포함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경영 적임자를 선출할 수 있다고 결코 확신할 수 없다. 또한 사회적 지명도와 경영능력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금융위원회는 이를 법규가 아닌 모범규준을 통해 회사의 경영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일종의 행정지도를 통해 상법의 중요 원리를 왜곡시킬 수도 있는 이번 모범규준은 금융위원회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모범규준의 대부분의 내용은 법이나 시행령 등에서 규정해야 할 입법사항으로서 이는 입법권의 침해 소지도 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CEO 후보를 추천하고 그 중에서 CEO를 선임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대주주가 없는 금융기관에서는 몰라도, 엄연히 대주주가 존재하는 금융기관에서는 주주의 의결권이라는 회사법의 핵심원리와 충돌될 수 밖에 없다.



 올해 정부의 가장 큰 화두는 규제개혁을 통한 경제혁신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주먹구구식의 행정지도 남발을 억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금융기관의 통제를 위해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까지 모범규준에 담아 발표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취지는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없는 성급한 시행은 부작용만 뒤따를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생각하는 제도의 취지가 은행 및 지주회사를 넘어 과연 금융기관에 일반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인지 금융위원회는 다시 진지하게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박세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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