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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데니스 홍 교수

올해는 여러 사건·사고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한 해였다. 그 여파로 창조경제 진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창조경제의 엔진이 될 수 있는 핵심 분야 중 하나는 로봇공학이다. 치열한 창의성 경쟁이 벌어지는 분야다.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를 인터뷰했다.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찰리’가 그의 작품이다. 그는 또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를 개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홍 교수가 ‘로봇들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며 그의 업적은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홍 교수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홍 교수는 페이스북을 열심히 한다. “성공은 행복을, 실패는 지혜를” 같은 문구를 올린다. [오종택 기자]
-어렸을 때 읽은 책은?

"창조경제 구현은 '자석' 같은 로봇공학에 있다"


 “『파브르 곤충기』 『발명왕 에디슨』 같은 책을 읽었다.”

 - 제일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대학교 2학년 때 읽은 『로봇학 개론(Introduction to Robotics)』이다. 전공 분야 논문을 읽고 감동받는 경우도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approach)을 알 수 있어서 좋다.”

 -로봇이란 무엇인가.

 “로봇은 어떤 일을 하는 똑똑한 기계라고 할 수 있다.”

 -로봇공학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근 가장 신나는 일은?

 “재난구조용 로봇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로봇 강국인 일본이 속수무책이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또한 인명을 구하는 로봇 분야에 관심을 더욱 쏟고 있다. 관련 대회를 열고 있으며 연구비도 많이 책정돼 있다.”

 -일본이 로봇 분야에서 제일 앞서 있는지.

 “일본은 포장술과 데모(demonstration)를 잘해서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미국은 원천기술에 투자를 많이 한다. 저변 분야부터 투자를 많이 한다. 만약 진짜 어떤 특정 분야 로봇이 필요하다면 미국은 순식간에 따라잡을 수 있다. 미국 과학 전통의 특징은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기초를 찬찬히 쌓아나가는 것이다.”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요즘에는 꼭 AI가 없어도 로봇이라고 부른다. 또 AI는 로봇과 무관한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양 분야가 합쳐질 것이다.”

 -머리에 백과사전을 다운로드 하는 것은 언제쯤 가능해질까.

 “공상과학 영화 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졌지만, 현 단계는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이다. 사람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는 현 상태에서는 아주 먼 이야기다. 물론 저와 다르게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다. 사람처럼 생각하는 인공 뇌는 우리 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나 가능하다고 본다.”

 -뉴욕대 네드 블록 교수도 중앙일보 직격 인터뷰(10월 29일자)에서 그렇게 말했다. 뇌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모르는지… 1프로인지 0.1프로인지조차 모른다고 했다.

 “그렇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도 쓸 수 없다.”

 -영어를 가르쳐주는 로봇은 언제쯤 나올까.

 “사양 나름이다. 바퀴 달리고 모니터 달린 영어 학습 로봇은 있지만, 얼마큼 효과적·효율적인지는 의문이다. 그런 게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저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다.”

 -‘야동’ 때문에 컴퓨터·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로봇 분야에서는 ‘섹스 로봇’이 계기가 될 것인가. 어떤 계기가 로봇 산업을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만들 것인가.

 “그런 킬러(Killer·놀라운 사람이나 사물) 로봇이 나오려면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 제 꿈은 빨래· 청소해 주는 로봇인데 기술이 완성돼도 값이 엄청나게 비쌀 것이다. 스포츠카 한 대보다 비쌀 것이다. 언뜻 살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가격과 관련 없는 응용분야(application)를 주목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은 가치가 무한대다. 인명을 구하는 재난구조·화재진압·의료·군사 분야에서 킬러 응용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킬러앱(killer application)으로는 로봇 청소기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로봇 청소기는 특이한 케이스다. 쓸모와 기술과 가격이 맞아떨어졌다. 학계·산업계에서 로봇 청소기 같은 아이템을 찾고 있는데, 아직은 못 찾았다.”

 -지금 수행 중인 프로젝트는?

 “저는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한다. 과거에 무인 자동차, 암벽 등반, 아메바 로봇 등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했는데… 요즘에는 재난구조·화재진압용 로봇과 관련된 연구를 한다. 지뢰제거용 로봇에 대한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 지뢰를 찾아 없애는 탁자 크기의 거미처럼 생긴 로봇이다.”

 -연구할 때 최대의 난제는?

 “지혜롭고 용기 있고 윤리적으로 자랑스럽게 살고 싶다. 하고 싶은 게 아주 많다. 그래서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게 최대 난제다. 집과 연구소만 왔다 갔다 한다. 미국에 있을 때는 외부 활동을 안 한다. 미국에서 한국 올 때에는 비행기 안에서 일하면서 온다.”

 -시간을 뺏는 것도 있는지.

 “청소년·학생이 부탁하는 것은 거절하지 않는다. 우리 식구를 위해서는 시간을 아낌없이 쓴다. 특히 아들과 노는 것은 일보다 중요하다.”

 -하루 일과는?

 “대학원 다닐 때부터 생긴 습관인데… 저녁 5~6시에 퇴근해 요리 재료를 산다. 직접 요리해 식사를 하고 9~10시에 식구들이 잠들면 다시 연구실로 돌아간다. 새벽 4시까지 일하고 4시부터 취침해 8시에 일어난다. 저절로 눈이 감기고 떠진다. 점심을 먹고 낮잠을 15분 정도 잔다. 낮잠을 안 자면 오후에 완전히 ‘폐인’이 된다.”

 - 그렇다면 미루는 버릇은 전혀 없겠다.

 “e메일이 너무 많이 와서 3000개 정도가 쌓여 있다. 다른 일은 효율적으로 처리해 밀린 일이 없다. 대학원생 18명에게 일을 적당히 잘 배분하기 때문이다. 편집·구매, 투어 안내 같은 일들을 나눠준다.”

 -취업 인터뷰 때 ‘5년 후의 나의 모습’에 대해 묻는 경우가 있다.

 “안 그래도 UCLA로 옮길 때 인터뷰에서 그 질문을 받았다. ‘당장 다음주도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알 수 없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비전에 대해 말해 달라’는 질문을 받지만 나도 모른다. 멋있게 할 말이 별로 없다. 그저 단순하고 순수하게 하고 싶은, 그리고 가치 있는 일을 그때그때 몰입해서 할 뿐이다.”

 -‘로봇공학의 다빈치’라는 별명이 있는데, 다빈치는 미완성으로 남긴 것도 많다.

 “학계에서 연구하는 사람이니까 3, 4년 연구비 기한에 맞춰 프로젝트를 끝낼 때마다 아웃풋은 항상 있다. ‘우와’ 하는 게 있고, 실패한 것도 있고, 그저 그런 것도 있고, 아쉬운 것도 있다.”

 -미국 교수들은 특히 유명해지면 대학을 옮기는데… MIT나 스탠퍼드에서 오라고 하면 갈 것인가.

 “UCLA를 세계 최고의 로봇학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왔다. 다른 데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아이디어가 있는지. 창조경제가 뭔지 아직 감이 안 온다는 분이 많다.

 “한쪽에서 어렵다고 그러니까 덩달아 어렵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제가 이해하는 게 맞다면 창조경제는 쉬운 것이다. 아니면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창조경제 구현이 어렵지 않다고 본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을 생각하는 게 창조경제 아닌가. 로봇이 창조경제에 중요한 이유는 로봇이 자석과 같기 때문이다. 로봇은 비행기·자동차에도 ‘자석처럼 붙일 수 있다’. 장난감에 붙이면 로봇 장난감, 청소기에 붙이면 로봇 청소기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이나 장관이 돼도 잘 할 듯.

 “(웃음) 정치 쪽은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더 잘 하시는 분들이 해야 할 것 같다. 저는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건 하고 그렇지 않은 건 안 한다.”

 -대학 조교들에게 일을 시키듯 연구자들에게 연구를 시키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제가 할 일은 연구다.”

 -혹시 은퇴도 안 할 생각인지.

 “대학에서 돈 한 푼을 안 줘도 똑같은 일 할거다. 은퇴하기 싫다. 제게 연구는 일이 아니라 즐거워서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났는데 한국말은 어떻게 잘하게 됐는지.

 “세 살 때 가족이 한국으로 왔다. 초·중·고를 한국에서 다니고 고려대에 다니다가 3학년 때 미국으로 옮겼다. 언어학 하는 친구가 그러는데 제가 처음 태어났을 때 접한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영어를 쉽게 배웠을 거라고 한다. 한국말도 100프로 편하다. 문화도 양쪽이 다 편하고 친구도 양쪽에 다 있다. 농담할 때는 한국말이, 전문적인 것을 이야기할 때는 영어가 편하다.”

 -프로젝트를 많이 하니 돈도 많이 벌었겠다.

 “돈 벌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 개발로 사람들을 돕고 후학을 양성하는 게 임무라고 생각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데.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 데니스 홍과 함께 나누는 꿈 이야기』는 영혼을 담아서 쓴 책이다. 지금은 교육에 대한 책을 구상 중이다. 아버지에게 받은 교육, 아들에게 시키고 있는 교육이 중심이 될 것이다. 재미 있는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다. 강연을 통해 생각이 정리되면 책으로 쓸 예정이다.”

 -유명 인사다.

 “길 가다가도 저를 알아보고 사진 찍자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학계에서는 꽤 알려졌지만, 일반 대중에게 이런 인기를 누릴 줄은 꿈도 못 꿨다.”

 -사회사업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금은 대중적 인기가 있지만, 1, 2년 있으면 저를 잊어버릴 거라는 것도 안다. 인생에는 여러 단계가 있는데 저는 10년마다 바뀌었다. 지금은 사회 활동을 어느 정도 연구와 병행할 때인 것 같다. 지금의 인기를 좋은 쪽으로 활용하고 싶다. 한국에 교육 분야 재단을 세우고 있다. 재단이 창립되면 재단에서 손을 떼려고 한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은 재단이 하고 저는 연구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말씀은?

 “어린이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좋아하고 잘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또 꿈을 찾고 꿈을 꾸라는 것이다. 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어린이들은 어렸을 때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는 마음대로 나가서 놀 수 있는 특권을 지닌 존재다. 제 창의성은 어렸을 때 자연에서 흙장난하며 키웠다고 생각한다. 우리 어린이는 안쓰럽다. 어린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책과 공이다.”

만난 사람=김환영 논설위원  
사진=오종택 기자

데니스 홍 교수는 …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을 지낸 홍용식 박사의 둘째 아들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세 살 때 한국으로 이주했다. 고려대 3학년에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매디슨 위스콘신대(기계공학 학사·1994)와 퍼듀대(기계공학 박사·2002)에서 공부했다. 미 국립과학재단(NSF)의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상당한 수준의 요리사이며, 매년 자선 기관을 통해 마술 공연과 강연을 한다.

인터뷰 후기
어린이의 영혼과 호기심 간직한 천재


한때 로봇 만드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꾼 어린이가 많다. 홍 교수는 그 꿈을 이루었다. 그를 만나보니 세계적인 로봇공학자가 된 비결은 어린이의 호기심을 간직한 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 교수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자칫 오해를 살 수 있을 정도의 프라이드를 지니고 있었다. 거침없이 솔직했다. “저는 히트작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고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나고 떠오른 것은 ‘그를 알게 되면 그를 사랑하게 된다(To Know Him Is to Love Him)’는 노래였다. 인터뷰하는 동안 그의 학문적 열정과 사회를 향한 사명감이 기자에게 전이될 정도였다.

 ‘아이디어 구상은 어떻게 하는가’라고 물었더니 홍 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 창의성에 대해서는 나름 자부한다. 제가 좀 어린이 같아서 호기심이 많다. 아이디어를 짜내는 수고는 별로 하지 않는다. 어제도 와인 마시다가 촛불에 촛농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윤활유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케이블카 같은 것을 보고도 뭔가 생각난다. 아이디어가 나올 때마다 노트에 스케치를 해서 적어놓는다. 적을 적에는 무엇에 쓸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없다. 뭔가 신기한 생각이 나면 일단 적는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제안서를 쓸 일이 생기면 아이디어 노트를 살펴본다. 아이디어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던 것들이 솔루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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