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노트북을 열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만난 집단 지성

김성탁
사회부문 차장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웨딩홀에 학생과 학부모·교사 100여 명이 모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주최한 ‘학생의 자치와 건강권 보장을 위한 9시 등교 관련 100인 대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조 교육감은 내년부터 오전 9시 등교를 추진키로 하고 학교별 토론을 통해 참여 여부를 정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초·중·고 학생, 학부모, 교사별로 9개 그룹을 나눈 참석자들은 50분간 원탁토론을 벌였다. 참석자 중엔 휴가를 내고 온 직장맘들도 있었다. 토론 결과 아침 시간이 여유로워질 것이라며 찬성한 초등학생 그룹을 뺀 8개 그룹에서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중학생들은 “아침식사를 정말 하게 하려면 9시 등교가 아니라 학교가 조식 급식을 하며 습관을 들여줘야 한다”고 했다. 고교생 대표 발표자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학하는 특성화고 학생은 9시 등교에 찬성했지만 반대가 훨씬 많았다며 이유를 소개했다. 초·중·고생이 같은 시간에 등교하면 버스·지하철이 복잡해져 안전이 우려된다고 했다. 수능 시간과의 불일치를 고쳐야 할 텐데 수능 연계 EBS 강의시간까지 바꿔야 하는 등 너무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업에 흥미가 없는 학생이 9시 등교를 한다고 학업 관심도가 높아지겠느냐고도 반문했다.



 초등 학부모 사이에선 아침 체육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옷이 땀범벅일 텐데 종일 그렇게 지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중학생 학부모들은 “아침 프로그램이 다양해져 상당수가 일찍 오면 어차피 9시 등교가 무의미해진다”며 “그런 프로그램엔 외부 강사가 투입될 텐데 출석 체크나 관리가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고 했다. 고교생 자녀 둘을 한국 학교에 보내는 외국인 엄마는 “9시 등교 얘기를 듣자마자 애들이 더 늦게 잘까 걱정됐다”고 했다.



 교사들은 교육적 고민을 조 교육감에게 전했다. 초등교사 그룹은 현재 오전 8시40분 등교여서 20분 늦추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 치를 사회적 혼란이 너무 크고, 현 예산 형편상 학교 돌봄서비스를 늘릴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중학교 교사들은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선 맞벌이 부부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 학생이 방임되는 시간이 많은데 9시 등교가 되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교 교사들은 특목고 등에 비해 열세인 일반고가 더 뒤처질 수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참석자들은 조 교육감이 학생의 건강권과 가족관계 회복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기상조이고 다른 지역을 따라 빨리 갈 게 아니라 일부 학교에서 시행해보며 충분한 논의를 거치자고 요청했다. 토론 전 조 교육감은 “서울과 경기도 간 학생 이동이 있어서 서울도 결정을 내려 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토론 후 그는 “생각하지 못했던 반대 논리를 많이 들었다”며 “집단 지성의 힘 같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내년 새 학기까진 방학도 있어 시간이 많지 않다. 조 교육감의 표현대로 이날 토론회가 직접적인 정책 대상자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김성탁 사회부문 차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