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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시베리아 토착민 '할아버지'라 불러 … 사냥꾼 줄며 개체수 늘어

불곰은 오래전부터 러시아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불곰의 거대한 몸집과 힘때문이다. 그러나 야생의 불곰은 잔인하기도 하다. [Lori Images]


시베리아뿐 아니라 러시아를 상징하는 불곰은 눈표범처럼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등재되지도 않았고 멸종위기종도 아니다. 하지만 산에서 내려와 사람 사는 도시에 자주 출몰해 잘 알려진 시베리아에 관한 풍문을 확인시켜주고는 한다.

크라스노야르스크 타이가숲의 주인 불곰
폐기물 영향 나무 열매 급감하자
굶주린 불곰들 민가 가축 공격
"개체수 조절 유일한 방법은 사냥"



우리는 크라스노야르스크 주에서 불과 7㎞ 떨어진 지점부터 펼쳐지는 자연보호구역 ‘스톨비’의 연구원들과 야생 타이가 숲으로 향했다. 야생동물이 출몰하는 길을 따라 불곰의 행동 및 생태 변화와 ‘타이가의 주인’ 사냥, 산림 관리, 대도시 경계와 가까운 자연보호구역이 겪는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베레치 마을에서부터 마나 강을 따라가면 자연보호구역 ‘스톨비’의 만스크 산림구까지, 산림 감시대 ‘베를리’와 ‘마슬랸카’, ‘칸달락’까지 갈 수 있다. 산림감시대는 산림 관리원들이 거주하며 근무하는 곳이다. ‘스톨비’ 연구원들도 정기적으로 이곳에 와서 생태계와 기후를 연구하고 동물과 자연환경 전반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며 불곰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작성한다.



자연보호구역 ‘스톨비’는 광대한 알타이-사얀스크 산림주의 변방이자 서시베리아의 저지대와 중앙 시베리아의 고원이 교차하는 곳에 있다. ‘스톨비’는 크라스노야르스크 주에서 가장 작은 자연보호구역 중 하나로 면적이 47ha 정도다. 바자이히와 볼쇼이 슬리즈네바야, 그리고 우리가 탄 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떠내려 가는 마나 강 등 예니세이 강의 우측 지류 사이에 위치한다. 이곳의 타이가 숲은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삼나무로 울창해 어둑하며 강을 따라 키 큰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높지 않은 산 사이로 아름다운 잿빛 초록색을 띤 마나 강이 굽이굽이 흐른다.



50대 블라디미르 코제치킨은 자연보호구역의 수석 연구원이자 대형 맹수 생태 전문가이다. 1979년부터 자연보호구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오소리를 주제로 논문을 쓰기도 했지만 오래전부터 불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도시라는 ‘정글’을 벗어난 코제치킨 연구원은 생물학 박사나 책상에 앉아서 연구하는 학자라기보다는 산림 관리원 같았다. 그는 두꺼운 바지에 허리띠, 목 부분이 넓고 늘어난 회색 목 폴라티셔츠 차림에 고무장화를 신고 어깨에는 오래된 청회색 배낭을 메고 있었다.



베를리 산림감시대는 자연보호구역 남부에 위치한다. 이곳은 ‘완벽한 자연보호 구역’이다. 코제치킨은 “산림 관리는 어려운 일입니다. 땔감도 만들 줄 알아야 하고 동물이 다니는 길도 주시해야 해요. 이상적으로는 가축들도 보고 자연환경도 모니터링 할 수 있으면 좋겠죠 …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전혀 못 합니다. 자연보호구역에서 거주하며 일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도 거의 없고요”라고 토로했다.



감시대에 있는 오래된 산림 초소는 시골집과 비슷하다. 난로와 땔감이 있고 벽에는 기름때 묻은 점퍼가 걸려 있으며 텔레비전 옆에는 산악용 스키가 놓여 있다. 저장고와 눅눅한 나무 특유의 냄새가 난다.



최근 10년간 야생 곰이 사람이 사는 도시에 내려오고 다차와 도로, 국립공원 산책로에 출몰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기 때문에 시베리아에서는 곰들도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풍문은 이제는 이미 풍문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워졌다.



-곰들이 왜 도시로 나오는 걸까요.



“도시가 곰의 식량자원에 큰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코제치킨 연구원이 차를 홀짝이고는 햄을 얹은 빵으로 손을 뻗었다.



“20~30년 전에는 곰이 먹을 것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어요. 산열매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은 열매가 거의 안 나지요. 호두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곰이 섭취할 단백질이 부족합니다. 굶주린 해에는 곰들이 묘지에 출몰해 발포한 적도 두 번 있었어요. 그 곰들은 묘지에서 시신이 묻힌 지 얼마 안 된 무덤을 파내고 있었지요. 장례를 치르고 있는데 옆에서 곰이 묘를 파내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90년대는 러시아 사회뿐 아니라 자연에도 큰 전환기였습니다. 도시 산업폐기물의 영향으로 자연에서 열리는 열매가 급감했고 몇십 년 사이에 토양의 구성성분이 크게 바뀌었으며 기후는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잣의 수확량이 타격을 입었어요. 동물들이 급변한 자연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식은 차를 탁자에 남겨두고 타이가 숲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시베리아 곰, 아니 러시아 곰은 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치인들은 국력의 상징으로, 마케팅 전문가들은 효과 있는 지역 브랜드로, 기자들은 저녁 뉴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도시인들은 외국인 여행객을 겁주기 위한 이야기로 이용한다. 하지만 동물학자에게 불곰은 그저 러시아 내 거의 모든 숲에 서식하는 거대한 육식 포유류로서의 불곰일 뿐이다.



-곰이 타이가의 주인이라고요?



코제치킨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오소리와 늑대, 여우도 있습니다 … 불곰은 단지 우리 자연보호구역에서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종일 뿐입니다.”



-곰 사냥을 하는 밀렵꾼이 많습니까.



“많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전문 사냥꾼이 곰 사냥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역사를 공유해 온 인간과 곰은 먹는 것도 같았고 사용하는 피난처도 비슷했으며 서로를 사냥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에벤키족을 비롯한 시베리아의 토착 민족이 곰을 경배하며 ‘아만카(할아버지)라고 불렀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시베리아에 오래 산 러시아 농민들이 비공식적으로는 곰을 ‘주인‘이라고 부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또 이들에게 곰 사냥은 유일한 생존 수단이었기 때문에 곰을 사냥할 때는 복잡한 의식과 행사가 따랐다. 그런데 사람들이 숲을 벗어나 살게 되면서 곰 사냥은 ‘감동적이고 품격 있는 사냥’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혹은 단순히 ‘전리품’을 얻기 위한 사냥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20세기, 특히 1980년대 중반 러시아가 타이가 숲의 ‘주인’ 사냥을 허가하기 시작하면서 전문 사냥꾼의 곰 사냥 횟수가 줄어들었고 곰 개체 수는 늘었다. 일반인이 사냥하니 전문 사냥꾼은 뒷전에 나 앉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곰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자주 출몰하고 농장의 염소나 말·암소·돼지를 공격하고 다차에서 머무는 사람들과 도시인들을 놀라게 한다.



코제치킨 연구원이 “사냥은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개체 수 조절은 노동력이 많이 드는 데다 돌아오는 것은 별로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농촌인구도 빠져나가고 좋은 사냥개나 라이카 개와 함께 다니며 제대로 곰을 잡을 수 있는 사냥꾼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젊은이들은 곰 사냥에 흥미가 없어요. ‘있는 사람들’ 중에 사냥애호가들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사냥개와 분주히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배를 타고 나와 의자에 앉아 잘 보이는 비탈길을 걷는 곰을 찾아 조준하고 쏘는 거죠. 이들에게는 그게 ‘사냥’입니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여러 사냥꾼이 곰 사냥에 어려움을 느낀다. 사냥 허가권이 3000루블(약 7만원)이고 최근 몇 년은 곰 굴에서의 사냥을 ‘비인도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금지했다. 그런데 고대에는 러시아의 모든 민족이 곰 굴에서 곰 사냥을 했다. 우연히 마주친 동물을 사냥하는 경우는 그보다 드물었다. 곰이 나무를 할퀴어 사냥꾼에게 ‘승부’를 걸 때뿐이었다. 승부 후 사냥꾼들은 죽은 곰에게 사과하며 경의를 표했고 “늙은이여,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는 몸통에서 가죽을 벗겨 곰의 옷을 벗기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타이가 숲의 곰을 조심하는 법=동물학자와 마찬가지로 노련한 사냥꾼들은 맹수와의 마찰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과 만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니 타이가에서는 숲 속을 깊숙이 보고 덤불이 움직이는지 관찰하라. 또 멀리서 포효소리가 들려오지 않는지 귀를 기울여 보라. 맹수가 가까이 있는데 아직 당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뛰지 말고 조용히 자리를 떠야 한다.



안나 그루즈데바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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