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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러, 북한 철도망 10구간 나눠 현대화 작업 착수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소련시절부터 쌓여온 북한의 대러 채무 109.6억 달러 중 90%인 90.8억 달러를 러시아가 지난 5월 탕감해 주면서 시작됐다. 이어 6월 러시아·북한 양국 간 루블화 결제가 도입됐다. 이에 북한은 러시아 투자자들과 북한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회사 직원들에 대한 비자 완화 결정으로 화답했다.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러시아연방 극동개발부 장관은 “이런 결정들은 러시아 투자자들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중국 등 다른 국가 투자자들은 러시아 측이 받는 특별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구간 동평양역 설계 진행중 …
평양 주변 화물 수송로도 건설"
대러 빚 90% 탕감에 교류 물꼬
루블화 결제수단으로 전격 도입
북, 러 사업가엔 비자 완화 혜택

특히 철도 현대화와 관련된 사업도 진행 중이다. 러시아 건설업체인 ‘모스토비크’의 올레크 시쇼프 사장은 최근 경제 분석 주간지 ‘엑스페르트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부와 함께 철도 재건 계획을 이미 수립해 놓았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현대적인 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기존 철도망을 재건할 뿐만 아니라 남북 양쪽에서 평양 주변을 통과하는 화물 수송용 구간도 새로 건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 실행을 위해 북한의 철도망을 10개 구간으로 구분했고, 필요한 자료 수집과 함께 첫 구간인 동평양 분기역 설계에도 이미 착수했다”고 말했다. 투자 자금은 북한의 자원 개발을 통해 조달되는 방식인데,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현재 북한 천연자원의 특별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북·러 관계의 급진전은 지난 11월 17일 최룡해 북한 정치국 최고회의 상무위원이 북한 특사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방문 이튿날인 11월 18일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단독 면담하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1월 20일 최룡해 특사와의 개인적 회동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에서 “친서에는 러시아와 북한 양국 관계의 전면적 발전과 한반도 문제 해결 협력을 위한 노력 의지가 재천명돼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서는 “최룡해의 모스크바 방문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사망 3주기 이후 첫 외국 순방에 나서기 위한 정지 작업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위해 많은 사전작업이 있었다. 지난 10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11월 초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러시아 방문과 푸틴 대통령 면담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채무 탕감 효과가 컸는데 이는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당한 일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북한에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중국처럼 채무와 채무상환 요구로 북한을 통제하기보다 러시아는 북한과 대등하게 교류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풀이한다.



6월의 루블화 결제도 효과가 컸다. 북한의 대외무역은행과 고려개발은행은 러시아 ‘지역개발은행’에 루블 대리계좌를 개설했다. 러시아와 북한 ‘정부 간 경제통상ㆍ과학기술협력위원회’ 러시아 측 위원장인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북한의 대러 채무 탕감 결정을 통해 해결될 수 없었던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북한의 부채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알렉세이 마슬로프 고등경제대학 동양학과 학과장은 “루블화 결제 전환이 무엇보다도 북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루블화는 러시아의 국부에 의해 가치를 보장받지만 북한의 원화는 그렇지 않고 국부와도 관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루블화 결제 도입으로 러시아에는 아태지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들이 열리고 루블화의 명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북 철도 현대화, 남·북·러 3자 관계 틀 넘는 프로젝트”



타마라 카시야노바 ‘러시아금융감독클럽’ 수석 부회장은 “현재 러시아는 국가 결제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과도 루블화 결제로 점차 전환하려 한다. 모든 국가가 이를 따르지는 않겠지만 이런 행보는 세계 경제에 미치는 미국 달러화의 영향력을 줄이고 다른 거대 행위 주체들이 통화시장에 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거대 게임의 서막일 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루블 유가가 달러 유가보다 몇 % 낮은 점들을 고려해 몇몇 국가는 이런 행보를 따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모든 변화 덕에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통상 관계는 질적으로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북한 나진항에 러시아철도공사의 참여로 현대화된 통합 철도 터미널을 설립한 것과 같은 이미 실행 중인 프로젝트를 비롯해 러시아-북한의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몇 년 안에 완료될 예정이다. 남-북-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러시아산 석탄 일부를 나진항을 통해 한국으로 운송하는 시범사업도 최근 완료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석탄 공급 시범사업 결과 우리는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북-러 양자 및 남-북-러 삼자 관계의 틀을 뛰어넘는 중요한 인프라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되면 북한 측 파트너들이 남-북-러 삼각 협력의 다른 방안들도 고려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중에는 러시아산 가스·전력을 북한을 경유해 한국에 공급하는 방안, 러시아 투자자들이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방안도 있다. 한국과 중국·몽골의 투자자들이 이 모든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프로젝트에 조만간 합류할 예정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와 관련해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러-북 정부 간 협력위원회에서는 러시아-북한-한국을 잇는 송전탑을 건설한다는 중요한 전략적 결정이 채택됐다. 이 프로젝트는 경제적ㆍ지정학적 과제들을 동시에 해결해 준다. 첫째, 러시아 극동에는 전력이 넘쳐나지만 수요는 많지 않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로 러시아는 새로운 전력 판매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러시아의 한 기업이 프로젝트 세부사항에 관해 파트너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ㆍ경제적 타당성 조사는 몇 년 전에 이미 끝난 것이어서 상황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갈루시카 장관은 “이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군사·정치적 안정을 보장해 준다”고 기대한다. 러시아와 북한의 적극적인 접촉이 한국 측의 불만을 살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갈루시카 장관은 “우리는 한국 파트너들 몰래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또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러시아는 중재자로서 남-북-러 삼자 모두에 유리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또 갈루시카 장관이 암시한 것처럼 이 프로젝트가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엘레나 김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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