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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세계 6위 외형 걸맞게 항공법 체계 정비해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토교통부는 2013년 7월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에 해당 노선 운항정지 45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올해 6월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가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5개월 만이다. 국토부는 고심 끝에 이 같은 행정처분을 낸 것으로 보이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당사자인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적 추세에 어긋나고 국민 불편이나 공익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처벌하는 흉내만 냈고 법 적용의 일관성과 형평성이 무시됐다고 주장한다.



당장 샌프란시스코 여행계획을 세운 국민이나 여객을 모집하는 여행사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항공사의 마일리지를 이용하려고 기대했던 승객들은 당황스럽다.



 정부의 행정처분이 논란을 빚는 근본 원인은 항공사고 처벌에 관한 우리나라 항공법이 시대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 우리나라 항공법이 시행된 이후 많은 변화를 겪어 왔지만 사고 관련 행정처분의 근거 규정은 사고 노선에 대한 운항정지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 정책이 처벌이 아닌 사고예방과 재발방지의 패러다임으로 이미 바뀌었다. 이는 항공기 자체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공항시설이나 관제기술의 발달로 항공산업의 안전도가 크게 향상되어 왔고,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기계적 결함보다는 조종사 과실과 같은 인적 요인이 부각돼 온 배경과 궤를 같이한다. 실제 2000년대 이후 국제적으로 사고항공사에 대한 운항정지 처분사례를 찾기 어렵다. 막상 미국 연방항공국(FAA)도 이번 샌프란시스코 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까지 우리 국토부에 항공사에 대한 제재가 불합리하다고 탄원했다. 미국에서 아시아나에 제재를 가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국토부가 앞장서 항변해야 할 처지인데, 뭔가 잘못된 느낌이다.



 1996년 미국의 밸류제트나 2011년 호주의 타이거에어, 2013년 필리핀의 에어아시아제스트와 같이 사고나 규정 위반에 대해 일정 기간 운항정지를 내린 경우가 있었다. 이들 경우도 회사의 안전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돼 전체 노선에 대한 영업을 정지시킨 사례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고가 난 특정 노선에 대해 운항정지 처분을 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운항정지 자체가 처벌효과는 있을지라도 안전 증진에 직접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사고가 발생한 시점과 처벌이 이루어지는 시점 간에 괴리가 커서 즉각적인 안전효과가 없다.



 운항정지 처분에 관한 항공법상의 규정도 한계가 있다. 특히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에 따라 획일적으로 운항정지 일수를 정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과거와 달리 항공여행이 일반화되면서 이제는 국제선인데도 베이징과 같이 하루 3~4편씩 국내선처럼 운항하는 노선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여행지 개발을 위해 주 2~3회 제한적으로 운항하는 노선도 있다. 하루 3~4편 운항하는 노선에 대한 영업정지와 주 2~3편 운항하는 노선에 대한 영업정지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도 현재는 사망자 수에 따른 정해진 일수만을 적용한다. 운항정지처분은 작은 음식점을 영업정지하는 게 아니다. 그 규모와 성질을 따져서 합당한 처분을 해야 한다.



 운항정지에 따라 이용자 불편이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하는 대체규정이 있다. 그러나 운항정지 대상이 규모가 큰 노선일 경우 현행 과징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여 정부로서는 이 규정을 적용하기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항공산업이 글로벌 무한경쟁체제로 돌입한 이후 여행자로서는 목적지나 요금 등에서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마일리지 제도 등 회원우대 프로그램으로 고정고객을 확보하려는 항공사들의 경쟁 때문에 항공시장은 이미 수요자 위주의 시장이 된 지 오래다. 정부가 항공수요에 맞춰 운항을 허가해 왔으므로, 일부 운항을 정지하면 공급부족에 따른 요금 인상과 이용자의 불편이 따르기 마련이다. 운항정지와 같은 처벌방식은 외국 항공사와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 항공사의 경제적 손실은 차치하고라도 국익이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가 이미지 하락에 따른 무형의 피해도 크다. 따라서 운항정지에 대한 규정은 삭제하고 과징금 체계로 통합하되, 안전에 대한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경우에 한해 사업 전체를 정지시키는 방향으로 항공법 체계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항공업계는 현재 세계 6위권으로 외형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 위상에 맞게 항공안전 정책을 선진화해야 할 시점이다.



 ‘해현경장(解弦更張)’이라는 말이 있다. 거문고를 연주할 때 그 줄이 낡아 소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되면 반드시 줄을 풀어 고쳐 매어야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부작용만 커진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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