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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쪽지 예산' 낙인에 미뤄진 달 탐사의 꿈

[일러스트=강일구]


김한별
사회부문 기자
“일단 ‘딱지’가 붙고 나니 도저히 방법이 없네요.”



 새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3일).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달 탐사 사업비 410억원이 ‘쪽지 예산’ 시비 끝에 빠진 걸 가리킨 말이다.



 ‘쪽지 예산’은 국회의원들이 예산안을 심사하며 자기 지역구 민원사업을 슬쩍 끼워 넣는 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에게 쪽지로 민원을 전달한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달 탐사 사업도 이런 ‘쪽지 예산’ 시비에 휘말렸다. 정부가 원래 제출한 예산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관련 상임위에서 뒤늦게 추가됐다는 이유다. 예결위의 한 야당 의원은 “2017년 선거를 앞두고 달 탐사 우주쇼를 벌이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달 탐사는 지역 민원사업이 아니다. 2011년 확정된 제2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 따른 국가과학기술 사업이다. 처음부터 예산안에 포함되지 못했던 건 정부 측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늦게 나왔기 때문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정책타당성·기술성·경제성을 따진다. 하지만 달 탐사 사업은 정확한 수요 예측이 힘들어 국민에게 사업 선호도와 조세부담 의사를 물었다. 그 탓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설문 결과다. 전국의 성인 1000명 중 70.3%는 ‘달 탐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업 추진을 위해 ‘향후 5년간 가구당 평균 3305원을 부담할 수 있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런 사업을 위한 예산을 과연 ‘쪽지 예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예산 확보에 실패한 정부는 2017년으로 예정했던 시험용 궤도선 발사를 미루기로 했다. 그 파장은 만만치 않다. 시험선은 이듬해 발사될 미국 달 착륙선의 통신중계 기능을 대행할 예정이었다. 그 대가로 정부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기술 협력을 추진해 왔다. 유도항법제어 등 달 탐사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시험선 발사비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험선 발사 연기로 이런 NASA와의 협력 일정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황당하다”며 “(과학의 문제를) 이렇게 정치적으로 다룰지 몰랐다”고 말했다.



 여야 실세들은 이번에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부산·전남 등 자신들의 지역구에 ‘예산 폭탄’을 퍼부었다. 그 탓에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당초 정부안보다 750억원 이상 늘었다. 달 탐사 예산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규모다. 그런 정치인들이 과학자들 앞에서 ‘쪽지 예산’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글=김한별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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