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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가, 거액 기부금 위해 부자 2세 공략

미국 워싱턴에 있는 진보성향의 비영리단체 ‘워싱턴의 책임과 윤리를 지키는 시민들(CREW)‘은 올해 조직 운영에 애를 먹었다. 한 사람의 갑작스런 사망 때문이었다. 지난해 말 주요 후원자였던 프로그레시브 보험사의 피터 루이스 회장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후원금이 뚝 끊긴 것이다.



재산을 물려받은 자녀들은 CREW에 관심이 없었다. 자녀들도 진보 성향의 민주당원이지만 돈의 쓰임에 대한 생각은 달랐기 때문이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루이스 회장은 사망 전까지 진보 성향 조직과 싱크탱크에 3억 달러(약 3330억 원) 이상 후원한 ‘큰 손‘이었다. 그의 사망으로 매년 300만 달러씩 후원 받던 인권단체 ACLU(미국시민자유연합) 등 여러 단체의 예산에 구멍이 났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이 같은 기부자의 사후(死後)를 대비한 미 정가의 고민을 보도했다. 2010년 후원금의 제한이 없는 수퍼팩(Super PAC: 민간 정치후원단체)이 가능해지면서 자본 중심으로 바뀐 정치 지형이 기부자의 고령화에 따라 또 다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고음은 공화당에서 먼저 울렸다. 지난 대선 때 수퍼팩 상위기부자 5인에 포함됐던 휴스턴의 건축업자 밥 페리와 억만장자 투자자 해롤드 시몬스가 2013년 사망한 것이다. 2명의 거액 기부자를 잃으면서 공화당은 고령의 남성에 편중된 기부자 구성의 문제를 깨달았다. 거액 기부자들이 재산만이 아닌 정치 이념까지 상속케 하고, 2·3세와 젊은 배우자들이 기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단속·관리할 필요를 절실히 느낀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공화 양당과 정치단체 등에선 기부자들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모임을 만들고, 인기 정치인을 내세워 전략을 홍보하고 있다. 공화당의 대표 기부자로 꼽히는 석유재벌 찰스 코크 회장의 아들인 체이스 코크가 주도하는 모임도 그 중 하나다. 약 1000억 달러(약 103조) 재산을 가진 코크 가문은 공화당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돈줄이다. 체이스 코크는 아버지 세대의 정치 유산을 다음 세대에도 유지하기 위해 공화당 후원자 2세를 위한 모임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카지노 재벌 셸던 아델슨 샌즈그룹 회장은 아내인 미리암, 딸과 함께 2012년 이 모임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아델슨 회장은 “언젠가 딸이 가문의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화당 지지 성향까지 물려받으라고 딸에게 하는 공개 부탁인 셈이다. 올해 81세의 고령인 아델슨 회장의 건강을 걱정하던 공화당 자금 운영책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 모임엔 헤지펀드 르네상스캐피탈 설립자인 로버트 머서의 딸인 레베카 머서도 참석하고 있다.



공화당이 이념의 상속에 집중하는데 반해, 민주당은 2세 기부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념의 배반 전략을 택했다. 공화당 지지자인 부모와 결별해 진보 성향을 가진 2세를 영입해 돈줄을 끌어오는 전략이다. 중심엔 2005년 조지 소로스 등 진보성향의 미국 부자 80명이 진보적 싱크탱크들을 조직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조직한 ‘민주 동맹(Democracy Alliance)’이 있다. 섬유화학기업 밀리켄의 창업주인 로저 밀리켄의 아들, 웨스턴 밀리켄도 그 중 하나다. 로저 밀리켄은 인종차별을 부추긴 리차드 닉슨 전 대통령의 남부전략(선거에서 남부의 백인표를 얻으면 전국을 제압한다는 선거 전략)을 지원하고, 90년대 반(反) 클린턴에 앞장선 골수 공화당원이었다. 하지만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뛰어든 웨스턴 밀리켄은 '민주 동맹'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런 행보에 대해 웨스턴 밀리켄과 가까운 민주당 관계자는 “아버지의 죄악에 대한 복수”라고 표현했다. 올해 ‘민주동맹’은 버크셔헤서웨이 부회장인 찰리 먼거의 아들, 필립 먼거도 영입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밋 롬니를 후원한 온라인 증권사 TD 아메리트레이드 회장인 조 리켓의 딸 로라 리켓도 아버지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동성애자인 그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집행위원을 맡으면서 올 초엔 ‘레즈비언 수퍼팩’도 조직했다.



하지만 양 진영의 2세 공략이 간단치만은 않다. 루이스 회장의 사망으로 기부금을 끊긴 ACUL 관계자는 “부자의 자녀들은 자수성가한 아버지 세대와 다른 꿈을 갖고 있다.”며 “아버지에게 당연했던 것이 자녀에게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고, 진보적인 아버지가 진보적인 자녀를 낳으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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