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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에 꽂힌 아줌마 슛 … 아빠들도 놀랐어요

2일 오전 용인시축구센터에서 ‘레알 양지’ 아줌마 선수들이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은 용인시 축구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지난달 30일 정식으로 팀을 창단했다. [사진 용인시]


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용인축구센터 축구장.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란색 유니폼을 갖춰입은 10여 명의 주부들이 연습에 한창이다. “자, 이쪽으로.” “OO 엄마, 조금 더 앞으로 패스했어야지.”

10월 '줌마렐라 축구대회' 후
'레알 양지' 등 팀 창단 잇따라
공 차니 가슴 후련, 재미 쏠쏠
"이젠 현빈보다 메시가 좋아요"



 지금은 어엿한 여성축구단 선수 지만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이들은 평범한 동네 아줌마들이었다.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를 하는 남자’를 가장 싫어했던 이들이 축구공을 곁에 끼고 살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 10월 열린 ‘2014 용인시 줌마렐라 축구 페스티벌’이 계기였다. 줌마렐라는 아줌마의 ‘줌마’와 신데렐라의 ‘렐라’를 따서 만들었다.



 용인시 31개 읍면동을 대표하는 여성축구대회에 마을 대표로 참가한 주부들은 이내 축구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한 번도 축구공을 차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아줌마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은 5경기에서 6득점, 1실점이란 성적으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우승까지 했는데 여기서 그만둘 순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이심전심 통하면서 아예 축구팀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달 30일 ‘레알 양지’라는 아마추어 여자축구단은 이렇게 창단됐다.



 20명의 멤버 중 미혼인 2명을 제외하곤 모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 팀내 막내이자 미혼으로 중앙미드필더를 맡고 있는 연빛나라(25)씨는 “이번에 축구공을 처음 만져봤다”며 “그냥 한번 뛰어보라고 해서 참가했는데 가슴이 뻥 뚫릴 만큼 기분이 좋다. 남자들이 왜 축구하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최수경(46)씨가 “요즘에는 현빈이나 장동건 같은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보다 메시가 더 좋다”고 거들었다. 최씨는 골키퍼인 언니(최옥경·52)와 레프트윙 동생(최미경·43)과 함께 세 자매가 한 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줌마렐라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지난달 23일 창단한 ‘이동 줌마렐라FC’ 선수들도 마찬가지. 부녀회장과 통장이 등을 떠미는 바람에 나왔다가 탁 트인 잔디구장에서 서로 몸을 부딪치며 이내 아줌마 축구선수로 변신하게 됐다. 최전방 공격수를 맡고 있는 천은경(43)씨는 “나뿐 아니라 팀원 대부분이 태어나서 공을 한번도 차본 적이 없는 아줌마들”이라며 “각자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익히면서 팀플레이가 이렇게 재미있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며 웃었다.



 팀원도 24명으로 대회 때 16명보다 8명이나 늘었다. 골키퍼를 맡고 있는 류지숙(30)씨는 “카페에 모여 주부들끼리 수다를 떠는 것보다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게 신뢰감을 쌓는 데도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남자들보다는 아무래도 운동신경이 둔하다 보니 우스꽝스러운 일도 많았다. 대회 때는 옆줄 밖으로 나간 축구공을 운동장으로 던질 때 급한 나머지 밑에서 위로 퍼올리듯 하는 아줌마들도 적잖았다. 한 선수는 8강전에서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를 보다 자신의 앞에 오는 공을 손으로 쳐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후반전 남은 시간은 1분이었다. 1대 0으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자칫 동점이 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같은 팀 골키퍼가 잘 막아 실점은 하지 않았다. 심판이 핸드볼을 선언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핸드볼이라고 생각해 마냥 서있다가 상대방에게 볼을 빼앗겨 골을 먹은 경우도 있었다.



 용인에서는 이들 외에도 뒤늦게 자신들의 ‘끼’를 발견한 아줌마들의 축구단 창단이 이어지고 있다. 줌마렐라 페스티벌에 참가한 대부분의 읍면동 팀들이 창단을 서두르고 있다. 이달에만 2곳이 더 창단할 예정이다.



 용인시도 아줌마 축구단이 주민들 화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지원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예산도 올해 5000만원에서 내년엔 1억2000만원으로 두배 이상으로 늘렸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줌마렐라 아줌마 축구단이 ‘여성이 살맛나는 도시’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명수·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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