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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고 다듬으니…빛나는 한옥

마당이 있었으면 했다. 옛 양반집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중문도 하나 가지고 싶었다. 무엇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햇빛이 한가득 들어오는 방을 원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갖춘 집을 하나 소망했다.



햇빛 반짝이는 유럽풍 개량 한옥





야트막한 담 사이로 난 대문을 열고 안쪽으로 한 발짝 내디디니 마당이다. 한쪽에 갖가지 키 큰 나무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바닥엔 작약이며 수국, 마거리트 같은 키 작은 꽃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대문을 지났으니 집이 보일 법도 한데, 또다시 문이다. 그것도 한복 입고 머리 쪽지고 살던 시절 대갓집에서나 봤을 법한 중문이다.



중문 안쪽으로 한 걸음 내디디니 이번엔 좁은 통로다. 그 끝에 본채 한 켠이 살짝 드러나는 것이 마치 먼 옛날 대갓집 영감님이 마님이 기거하는 안채로 드나들기 위해 사랑채 옆으로 낸 비밀 통로 같다. 중문 앞에서 시작된, 바닥에 깔린 침목이 이끄는 대로 발길을 옮기니 아늑한 마당과 함께 한옥 한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경남 남해군 이동면에 있는 개량 한옥이다.



집 앞쪽으로 낸 데크. 단열 효과를 더하기 위해 유리로 지붕과 벽체를 만들어 붙였더니 독특한 공간이 되었다.




어둠을 걷고 빛을 들이다



부부가 이 집에 살기 시작한 것은 6년 전. 늦은 나이에 만나 삶을 함께하기로 한 부부는 남편의 고향인 남해에 살림을 차리기로 했다. 아파트가 싫어 마당 있는 집에 살기로 한 부부는 집을 새로 짓기보다는 헌집을 사서 고쳐 살기로 했다.



부산에 살던 아내 박씨가 주말만 되면 남해로 내려와 집을 보러 다니기 수개월. 남해 곳곳을 무던히도 돌았지만, 좀체 맘에

드는 집을 만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야 했다.



“내가 원한 것은 중문이 있는 집이었어요. 전망이나 위치는 그다음 문제였죠. 그런데 부동산에서는 자꾸 전망 좋은 집만 보여주는 거예요. 보다보다 지쳐서 그냥 내 마음대로 새로 지어야겠다고 생각할 즈음 이 집을 만났어요. 몇 년째 비어 있던 폐가였는데 보는 순간 마음에 콕 박히더라고요. 당연히 중문도 있었고요. 팔려고 내놓은 집이 아니었지만 주인을 찾아내 결국 사게 됐죠.”



맘에 드는 집을 찾았으니 다음은 고칠 차례였다. 박씨가 원하는 것은 햇빛이 집 안까지 깊숙이 들어오는 환한 집. 하지만 창이 작은 전통 한옥은 어두운 쪽에 가까웠다. 햇빛을 얻기 위해 박씨가 택한 것은 집 앞쪽 면 전체를 유리로 만드는 것. 벽을 통째로 유리로 만들면 단열효과는 떨어지겠지만, 추위를 견디고서라도 얻고 싶은 것이 햇빛이었다.



축사를 개조해 만든 갤러리 겸 다실. 중간에 서 있는 나무와 통창 덕분에 바깥에 나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유리벽은 박씨가 바라는 햇빛을 원없이 집 안으로 들였다. 하지만 걱정했던 대로 난방이 문제였다. 집 수리가 끝난 것이 10월이었는데, 곧바로 이어진 겨울은 혹독했다.



“한 번은 너무 추워서 실내 온도를 재봤더니 5도더라고요. 냉장고 속에서 자고 있었던 셈이죠. 그때 처음으로 유리벽 만든 것을 후회했어요.”



비싼 기름을 끝없이 땔 수도 없는 일이어서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런데 박씨가 선택한 해결책은 또다시 유리였다.

“집 앞쪽 전체에 나무 데크를 깔아놨는데 그 부분을 유리로 완전히 덮어버렸어요. 일종의 유리온실이 만들어진 거죠. 햇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난방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었어요. 물론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외벽 단열을 이중으로 다시 해야 했지만요.”

















공간은 넓고 단순하게



햇빛 다음으로 박씨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공간이었다. 막히고 답답한 것을 싫어하는 그녀는 가능하면 내부를 넓고 탁 트인 공간으로 구성하고 싶었다. 문제는 여느 전통 한옥처럼 좁은 방 다섯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 내부였다. 박씨는 과감하게 모든 벽을 허물고 공간을 크게 세 개로 구분하기로 했다.



공사를 시작하면서 기둥과 흙벽, 지붕 등 뼈대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철거했다. 부엌 등 바깥 쪽에 있던 필요 없는 공간은 과감하게 없앴다. 작은 방 두 개를 합치고 벽을 앞쪽으로 더 빼서 넉넉한 크기의 안방을 완성했다. 다른 방 두 개는 합쳐서 거실로, 나머지는 주방으로 개조했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는 중간까지만 벽을 내고 문은 달지 않아 하나의 공간처럼 보이도록 했다. 안방도 문턱을 없애고 출입문을 유리로 만들어 거실과의 구분을 희미하게 했다. 엄밀히 따지면 방은 세 개지만, 어떻게 보면 하나의 공간처럼 탁 트여 보이도록 한 것이다.





갤러리와 작업실 중간에 있는 작은 정원. 벽을 헐고 격자무늬 철망을 달아 공간을 개방해 바깥풍경까지 즐길수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구조가 완성되자 이번에는 꾸미기 순서였다. 서양화가로 활동 중인 박씨가 본격적인 솜씨 발휘에 나섰다. 옛 한옥의 기둥과 서까래가 주는 전통적인 선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천장을 걷어냈던 그녀는 막상 다른 부분은 긴 탁자와 파스텔톤 가구를 활용해 유럽의 농가 분위기로 꾸몄다.



유럽풍을 완성하기 위해 벽체는 전체적으로 드라이비트를 발라 흰색으로 마무리했다. 그녀가 특히 신경 쓴 것은 주방. 싱크대 쪽 벽에는 벽화 느낌이 나도록 그림을 그리고 싱크대 상판과 식탁 의자 등은 직접 색칠에 나섰다.



마당 건너편에 있는 별채는 그대로 살려서 하나는 손님방으로, 또 하나는 옷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바깥 쪽에 있던 축사들도 그대로 살렸다. 집 뒤쪽에 있던 축사는 바깥 쪽 벽에 큰 통창을 내고 구조목으로 내부를 마감해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겸 다실로 꾸몄다. 대문 쪽에 있던 축사는 작업실로 만들었다.



들꽃 만발하는 마당이 좋아



4개월 동안 고생한 끝에 완성한 집은 처음 생각한 대로 햇빛 가득 들어오는 탁 트인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박씨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집 안이 아니라 집 밖에 있었다. 바로 마당이다. 군데군데 침목이 놓여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당에는 구석구석 들꽃이 숨어 있다.



아직은 겨울의 찬 기운이 남아 있어 꽃이 제 몸을 드러내지 않지만 5월이 되면 안팎으로 색색의 장미가 피고 여름에는 자잘한 들꽃 천지가 된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이 집에 사는 것이 참 힘들어요. 나무도 손질해야 하고 마당도 관리해야 하고 집도 여기저기 손봐야 하고, 해야 할 일투성이죠. 하루 종일 종종거리며 일하다 보면 내가 왜 이 집에 사나 싶기도 하죠. 그런데 봄만 되면 그래 이 집이 제일 좋지, 여기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 마당을 가득 채우는 꽃들 때문이죠. 침목 사이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들꽃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이런 맛에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거죠.”



어쩌면 박씨는 요 며칠, 이사가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복잡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겠다. 두어 달만 기다리면 마당이 꽃들로 뒤덮일 테고, 그녀의 마음도 화사해질 테니 말이다.







조인스 랜드· 월간 전원속의 내집 (취재 이상희 기자, 사진 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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