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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세월호 선장 '살인죄 무죄' 맞나



논쟁의 초점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 자기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결과의 발생을 인정해 받아들이는 심리 상태를 뜻한다. 즉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것을 이른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느냐는 형사재판에서 영원한 숙제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을 두고도 이 논란이 벌어졌다. 재판부는 이준석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좀 더 적극적인 적용이 필요했다는 반론이 나온다. 양측의 얘기를 들어봤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의 입증할 증거·증언 부족



노영희
변호사
세월호 선장 이준석에 대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분노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재판 결과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살인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어야 하고, ‘내 행위로 인하여 저 사람이 죽을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명확한 인식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970년 12월 15일 오전 1시25분쯤 365t 규모의 남영호가 침몰했다. 승객 338명을 싣고 제주 서귀포항을 출항한 여객선 남영호는 부산항으로 항해하던 중 대마도 서쪽 100㎞ 해상에서 전복돼 침몰했다. 이 사고로 모두 326명이 숨졌으며 선원 4명, 승객 12명만 구조되었다. 선체와 화물 등 모두 1억700만원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남영호 승무원 중 6명이 무자격자인 것도 밝혀졌다.



 당시 검찰은 남영호 임시 선장 강태수와 선주 강우진, 부산지방 해운국 직원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이외에 선박 임시검사 경찰관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하고, 서귀포경찰서장까지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결론적으로 사건을 맡은 부산지법은 남영호 선장 강태수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3년, 징역 1년6월을 선고했으며, 제주지법은 직무유기로 구속 기소된 경찰 등에게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처음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을 때 전문가들은 이준석 선장에게 적용되는 혐의가 ‘업무상 과실치사죄’와 선원법 위반 정도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행법 규정상 선장이 탑승객들을 구호하지 않고 먼저 도망간다고 해서 이들을 살인죄 등으로 처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언론을 뜨겁게 달구자 이후 검찰의 행보가 달라졌다. 이준석 선장 등이 승객들을 구호하지 않고 먼저 배를 떠나 이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에 대해 ‘살인죄’나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도주 선박 죄)’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검토되었고 언론 역시 매일매일 이들을 단죄하기 위한 죄명을 하나둘씩 찾아내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준석 선장과 승무원 14명에 대해 이들이 세월호의 침몰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승객들을 퇴선시킬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부작위로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살인 등의 혐의를 이유로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살인 혐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예비적으로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 위반, 업무상과실선박매몰, 선원법 위반, 유기치사·상 혐의 등도 적용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을 맡았던 광주지법은 선장 이준석에 대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행위로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러한 결과를 용인해야 한다”며 “교신 내용, 피고인 이준석이 승객들에 대한 퇴선 지시를 한 사실, 해경의 구조 활동이 시작된 사실 등에 비춰 피고인들이 승객들의 사망 결과를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형사절차법의 대전제가 있다. 피고인을 유죄로 하려면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유죄의 입증(立證)이 있어야 하며, 그렇지 못한 때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검사가 주장하는 범죄사실 등에 관한 적극적인 증명이 없으면 피고인은 무죄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 27조 4항에 규정된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도 같은 취지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선장과 선원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눈앞에서 숨져 가는 희생자를 두고도 단 한 명도 더 구해 내지 못했다. 부실한 국가 재난 시스템과 적당주의가 야기한 끔찍한 결과다.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이다.



노영희 변호사



방임도 미필적 고의 살인 해당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4년 11월 11일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 등 15명의 선원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다. 검찰은 이 선장 등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으나 법원은 살인죄를 부정하고, 유기치사죄 등을 인정했다. 부상당한 조리수를 방치한 기관장에게만 살인죄를 인정했다. 최고 36년의 징역이 가볍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형사법학자로서 이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해 몇 가지 소견을 밝히고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형사재판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 검사의 입증책임이 인정된다. 피고인이 아무리 유죄라는 심증이 들어도 검사가 적법한 증거에 의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유죄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 근대의 형사법은 책임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단순히 어떠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그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지울 수 없다. 발생한 결과에 대해 범죄자가 어떠한 의식상태, 즉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신이 아닌 한 누구든 한계가 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이 정부와 국가의 구조적 무능과 부패를 웅변하는 대사건이라는 주장도 있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는 304명의 무고한 국민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국정원·검찰 등 국가기관의 증거 조작, 선거 댓글 사건에 대한 기억과 개혁 동력을 잃었다. 이미 퇴직한 계약직 선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뭔가 해결됐다는 헛된 포만감을 가져와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의 자각과 국가개조에 대한 의지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런 지적과 우려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을 표하면서도 동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대법원 판례와 학설이 취하는 소위 용인설에 의하면, 결과의 가능성을 인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마음속으로 용인, 즉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적극 받아들이지는 않더라도 그 결과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방임하는 의사도 가능하다. 이 또한 고의로 인정해야 할 경우가 있다. 특히 이번과 같은 사건에선 더욱 그러하다. “난 살았으니 됐다” “자칫 나만 문제 될 수 있다”는 무관심한 태도는 용인 또는 방임의 상태로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야 한다.



 이 선장이나 선원들, 그리고 구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해경도 일부 그러한 복지부동의 태도가 보인다. 이들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자기를 희생하는 영웅의 모습은 아니어도 주어진 의무를 다하는 책임지는 모습은 보였어야 한다. 구조의 골든타임은 충분했다. 그 사이에 누구 한 명이라도 마이크를 잡고 빨리 퇴선하라고 외쳤다면 304명의 희생자 전부 또는 상당수는 쉽게 구조됐을 것이다. 대법원도 최근 쉽게 알 수 있는 정도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 것은 결과에 대한 방임이나 용인의 의사가 존재한다며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바 있다.



 이 선장이 퇴선 지시를 했는지 논란이 되나 면피성 주장일 가능성이 크다. 설사 했다 하더라도 선원법과 계약 등에 의해 요구되는 결과 발생의 적극적 방지행위의 인식으로는 현저히 미흡하므로 부작위에 대한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법리가 책임 원칙이나 무죄 추정에 반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이 사건에서 상황을 모르는 피해자들은 생명 침해의 구체적·직접적 위험에 처해 있었다. 이 선장은 이를 잘 인식한 채 시간을 허비했다. 이 점에서 부상당한 조리사를 방임한 기관장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이 선장 역시 유기를 넘어선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살아남은 자는 슬프다. 침몰 원인, 구조 지연의 이유, 유병언의 사망 경위, 외부 기관의 관여 등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바꾸어야 한다. 2015년 1월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과 세월호의 인양에 기대를 걸어 본다. 동시에 형법상 고의에 대한 우리의 기준에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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