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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담뱃갑 경고그림 10번째 저버린 국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장주영
사회부문 기자
“이러니 국회의원들이 욕을 먹는 거다. 누가 경고그림 조항 삭제에 찬성했나.”



 국회가 담뱃갑 경고그림을 저버렸다는 본지 기사를 본 한 독자의 댓글이다. 국회는 건강증진법 개정안에서 경고그림 조항을 삭제하기로 1일 밤 합의하더니 2일에도 이를 번복하지 않고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시켰다.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두 가지 금연정책, 즉 가격인상과 경고그림을 담고 있다. 그런데 하나를 빼버렸으니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게 됐다.



 담뱃갑에 폐암 사진, 태아의 담배 연기 흡입 장면, 망가진 잇몸 사진 등을 넣으면 흡연 욕구가 뚝 떨어진다. 2000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70개국이 이를 도입했다. 웬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도입하지 않은 데가 거의 없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기본적인 정책마저 추진하지 못하고 있어 OECD 회원국으로서 매우 부끄럽다”고 말할 정도다.



 경고그림 정책은 복지부가 2002년부터 9차례 입법을 시도했으나 국회 반대에 부닥쳐 번번이 실패했다.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넘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담배회사들은 가격 인상보다는 경고그림 정책을 더 무서워한다. 가격을 올리면 매출이 늘 수도 있지만 경고그림은 담배 소비에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경고그림 도입 6년 만에 흡연율이 24%에서 18%로 떨어졌다. 그러니 담배회사가 가만 있을 리가 없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서 반대 로비를 벌였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야는 이날 경고그림 조항 삭제가 담배회사 로비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예산부수법안에 들어갈 이유가 없는 조항이라서 뺐다고 한다. 조만간 보건복지위원회를 열어 논의하겠으며 대부분의 의원들이 경고그림 도입에 찬성하기 때문에 통과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이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금도 복지위에는 경고그림 도입을 담은 법률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지난해 3월 발의한 법률이다. 그러나 상임위에 제출만 돼 있을 뿐 상정조차 하지 않아 먼지만 쌓여 있다. 19대 국회가 2년이 다 돼 가도록 제대로 된 금연 정책을 논의하거나 입법으로 연결한 게 거의 없다. ‘금연정책 제로’ 국회다. 추후에 논의해서 법을 바꾸겠다는 여야 의원들의 말이 진정성 있게 들리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회가 국민 건강보다 담배회사의 로비와 후원에만 관심이 있다”는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비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경고그림은 담뱃값 인상처럼 돈이 드는 정책이 아니다. 담배회사가 표지 인쇄만 하면 된다.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배회사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이제 그 의지를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



글=장주영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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