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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수능' 혼란, 근본부터 바로잡아야

수험생 60만여 명이 오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는다. 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고교 3년 이상의 기간을 투자한 노력의 결과가 성적표 한 장에 담겨 있다. 하지만 올해 성적표를 받는 수험생의 얼굴은 안타깝게도 밝지 않아 보인다. 영어와 생명과학Ⅱ에서 출제 오류가 발견돼 혼란이 벌어진 데다 단 한 문제만 틀려도 1등급을 허용하지 않는 과목이 속출한 탓이다. 수학B에선 2점 문제, 영어에선 3점 문제 하나만 틀려도 2등급이 적힌 성적표가 나왔다. 경제와 사회문화는 만점자 비율이 1등급 구분 비율(4%)을 초과했다.



 이처럼 만점이 아니면 1등급을 받을 수 없는 수능은 수험생의 실력이 아닌 시험 당일의 운(運)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실수 안 하기 경쟁으로 전락한 수능 결과를 과연 어느 누가 정당한 노력의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수능이 쉽게 출제된다고 해서 고교 교육이 정상화되지 않았다. 실수가 좌우하는 시험은 그다음 해 재수와 반수 같은 재도전을 불렀다. 쉬운 수능이 사교육을 줄인다는 교육부의 희망과 달리 수험생이 겪고 있는 현실은 이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현행 수능의 모순은 시험을 통해 등급이나 점수까지 모두 제공하면서 문제는 쉽게 출제한다는 데 있다. 이런 체제하에서 대학은 수능 점수로 수시 합격자의 최저학력을 가리거나 소수점 차이로 줄을 세워 학생을 선발한다. 교육부가 수능을 아무리 쉽게 출제한다고 해도 정작 대학이 선발하는 과정에 있어서 경쟁의 강도는 줄어들 수 없는 구조다. 남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으려는 경쟁은 수능 난이도와 관계없이 대다수를 실의에 빠뜨리고 있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려면 우선 교육부가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우선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쉬운 수능을 활용하려는 발상부터 접어주기 바란다. 교육부가 수능 점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최소한 등급 구분이 가능하도록 적절한 난이도로 문제를 출제하는 게 그나마 혼란을 줄이는 방법이다. 역대 최다 만점자가 나왔다는 이번 수능은 실패한 시험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능의 근본 취지를 살려 개편을 추진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교육부도 내년 3월까지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교육부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수능이 난이도나 출제 오류 논란에도 불구하고 학교생활기록부 등 다른 전형 자료에 비해 여전히 공정하고도 신뢰할 만한 유일한 선발 도구라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수능을 자격고사로 대체하는 등 수능을 단번에 없애는 건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혼란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적절한 난이도를 유지하는 데 목표를 두기 바란다. 그런 다음 수능 이외의 내신 등 다른 전형 요소의 신뢰도를 보강하고, 학생의 적성과 자질을 살리는 전형이 수능만으로 뽑는 전형을 대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입시의 근본 문제는 수능만을 손대서는 해결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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