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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저금리에 적응 못한 금융 수수료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얼마 전 증권사에서 보내온 연금펀드 운용보고서를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판매·운용 수수료를 포함한 총보수가 원금의 1.8%에 달했다. 여기에 투자종목을 사고 팔 때 들어가는 거래비용까지 더하니 해마다 2%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원금이 1000만원이라면 해마다 20만원이 꼬박꼬박 투자비용으로 나간다는 얘기다. 다행히 이 상품은 비용을 제하고도 썩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돌아보면 이렇게 ‘밥값’을 하는 상품도 요즘 흔치 않다. 주가는 몇 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금리는 바닥을 모르고 하락행진을 벌여 왔다. 투자 상품의 실질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설정 7년 만에 원금을 회복한 ‘인사이트 펀드’처럼 실질수익은커녕 명목상의 원금을 지키는 데 급급한 펀드들이 수두룩하다. 시장이 안 좋으니 낮은 수익률 자체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시장은 이미 저금리-저수익에 적응 중이다.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인컴펀드 같은 상품이 인기를 끈다. 금융사들도 이젠 예전 같은 고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투자자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권한다.



 당연하고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걸리는 게 하나 있다. 투자에 따르는 필수비용인 수수료율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주식형 펀드의 총보수는 연 1.4%다. 수익이 났든 손실이 났든 해마다 1000만원당 14만원을 꼬박꼬박 떼가는 셈이다. 두 자릿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때라면 대수롭지 않은 금액이지만 예금 평균 금리가 1%대로 떨어진 지금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예금에 1000만원을 넣은 뒤 세금을 떼고 받을 수 있는 일년 이자 전체에 버금간다.



 업계에서 그래도 많이 낮아졌다고 설명한다. 2006년 2% 중반이었던 수수료율이 1%포인트 가까이 떨어져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충분치 않다. 그 사이 금리(혹은 기대수익률)는 더 급속히 떨어졌다. 기형적인 수수료 구조도 납득하기 어렵다. 주식형 펀드의 운용보수율은 0.61%인 데 비해 판매보수율은 0.88%에 달한다. 펀드 수익률 관리는커녕 안내도 제대로 하지 않는 판매사가 이렇게 비싼 수수료를 챙길 이유가 뭔지 당최 모르겠다.



 보험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예전보다 낮아졌다지만 아직 가입액의 10%에 가까운 돈을 떼간다. 금리가 두 자릿수에 가까웠던 고금리 시대의 관행인데, 저금리 시대엔 영 맞지 않는다. 지금은 수수료를 많이 떼도 한 해 남짓이면 원금이 회복되던 때가 아니다. 5년이면 충분하다던 변액보험의 원금 달성 기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저금리는 이미 대세가 됐다. 금리가 연 5~6%에 달하던 시대는 다시 오기 어렵다. 그런데도 금융 상품의 비용 구조는 아직 고수익 시대에 맞춰져 있다. 많이 떼어도 많이 벌어 돌려주면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고객 만족보다 실망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안 그래도 투자에서 발을 빼고 있는 고객을 되돌리려면 수수료의 눈높이도 저금리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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