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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싫어, 차라리 판잣집 살래 … ?

강남구가 개포동 일대 판자촌 정비사업에 나서면서 이곳 거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구청 측은 앞서 판자촌인 달터·수정·재건마을 거주민에게 임대아파트 이주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남을 벗어나기 싫다”는 이유다. 개포2동 달터마을 모습. 뒤로 타워팰리스가 보인다. [김경록 기자]


부촌(富村)의 대명사 서울 강남구. 하지만 여기에도 판자촌이 있다. 최근의 대형 화재사건 등 이런저런 사건으로 많이 알려진 개포동 구룡마을 외에도 달터·수정·재건마을, 모두 네 곳이다. 원래 서울의 대표적 판자촌은 청계천이었다. 1970년대 초 청계천을 덮고 도로를 만드는 복개사업 과정에서 판잣집을 철거하자 서울 전역으로 흩어졌고,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유독 금싸라기 땅인 강남 한복판에만 아직까지 이렇게 많은 판자촌이 남아있는 것이다.

강남 판자촌 철거 5년째 갈등



강남 판자촌을 얘기하려면 1980년대 개포지구 개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개발사업으로 개포동 일대에 학교 같은 건물을 대거 지었는데, 학교 부지 등에 있던 주택의 세입자나 그곳에서 무단 거주하던 넝마주이들이 인근으로 옮겨 함께 살 게 된 게 강남 판자촌의 시초다. 불법 점거긴 하지만 당시 딱히 개발 계획이 없던 시유지라 서울시청은 물론 관리를 책임진 강남구청도 판자촌을 그대로 내버려 뒀다. 재건마을 주민 김모(65)씨는 “지금까지 판자촌을 없애겠다고 하기는커녕 86년 아시안게임 땐 정부에서 외출을 금지시켜 사실상 판자촌 안에 가둬두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후 97년 외환위기 때 사업실패 등으로 빚더미에 오른 사람들도 이곳을 찾으며 네 군데의 판자촌이 지금 모습으로 자리잡게 됐다.



하지만 지난 30년 동안 사실상 방치됐던 이 일대를 최근 강남구가 철거하겠다고 나서며 이곳 거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취임 직후인 2010년부터 “집단 무허가 판자촌을 내버려둘 수 없다”며 가건물을 철거하는 등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이듬해 발생한 재건마을 화재는 정비계획에 더 탄력이 붙는 계기가 됐다. 단순한 재산권 행사 차원이 아니라 안전문제 측면에서도 더이상 판자촌을 내버려두기 어렵다는 여론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구룡마을에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는 등 판자촌의 안전문제는 심각한 상태다.



강남구 측은 “강남을 비롯해 금천·구로 등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임대아파트를 내줄 테니 옮겨달라”는 입장이지만, 금천·구로 임대 아파트로 배정받은 거주민들은 “강남을 벗어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비록 임대아파트이기는 하지만 화재 위험 높고 추위에 약한 판잣집 대신 안전하고 따뜻한 집에 들어가라는 제안을 왜 마다한 걸까. 또 구청 측이 철거하겠다고 나선 지 벌써 4년이 흘렀는데도 왜 아직까지 지지부진 한 걸까.



1. 이곳 판잣집 대부분이 석면이 사용된 자재로 지어
졌다. 2. 매주 마을 회의가 열리는 달터마을의 주민자
치회관.
우선 강제 철거를 할 수 없는 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규태 강남구청 주거정비팀장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과 ‘서울시 철거민 등에 대한 주택특별공급규칙’에 따르면 단순한 개발계획뿐 아니라 착공 시기 같은 구체적인 계획이 잡혀야 철거 등 이주정책을 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며 “대안으로 임대 아파트 이주를 권유했지만 강남 임대아파트를 배정받은 일부 거주민만 이에 응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재건마을과 수정마을이 각각 20가구와 17가구, 달터마을은 딱 두 가구만 이주한 건 이런 이유다. 대체 무슨 이유로 강남살이를 고집하는 걸까.



달터마을 주민 이모(65)씨는 “아내가 파출부 하며 우리 네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며 “부유층이 몰린 강남이라 하루 일당 5만원을 받는데, 만약 강남을 벗어나면 파출부 자리 구하기도 어렵고 이 값을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 재건마을 주민(66)도 “지난 20여 년간 강남 고물상을 돌며 모아온 고철을 팔아 살아왔다”며 “이곳 상권에 매우 익숙한데 다른 곳으로 옮기면 먹고 살기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대다수 판자촌 거주민들은 또 “임대주택 관리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모아둔 돈과 외부 기금을 모아 그 자리에 신축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근 주민은 그리 호의적인 시선은 아니다. 개포동 주민 유모(52·개포주공7단지)씨는 “화재 위험이 커 보기에도 불안한데 무작정 강남만 고집하는 건 과한 요구가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판자촌 때문에 강남구청이 진작부터 추진해온 공공도서관(재건마을)이나 공원(달터마을) 조성이 미뤄지는 데 대한 불만도 크다.



강성두 강남구청 공원녹지과 기획팀장은 “생활터전이라는 주장보다는 땅값 비싼 강남에 남아 더 큰 보상을 받아내려는 게 아니냐”며 “사업 지체로 피해보는 건 결국 개포동 다른 주민”이라고 했다.





조진형·조한대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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