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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비밀주의가 키운 박지만·정윤회 비선 갈등설

새누리당 내에선 ‘정윤회 문건’ 파문이 불거진 배경으로 정씨와 박지만 EG 회장 측의 갈등을 지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선(秘線)’끼리의 물밑 암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둘 다 친동생·최측근 특수관계지만
공식 직책 없어 툭하면 음모론 돌아
"박 정부서 숨은 실세 행세는 불가능"

 정씨는 왕년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었고, 박 회장은 박 대통령의 친동생이다. 두 사람 다 최고 권력과 사적인 인연이 깊지만 아무런 공식 지위가 없고 언론에 동선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선 시나리오’를 쓰기엔 안성맞춤인 조건이다. 그러다 보니 현 정부 출범 후 권력 주변에서 예기치 않았던 상황이 벌어질 때면 이들과 연결 짓는 해석이 종종 나돌곤 했다.



 지난 10월 박 회장과 육사 동기인 이재수 기무사령관이 임명된 지 1년 만에 전격 경질되자 일각에선 정씨가 청와대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안봉근 1·2부속비서관)과 손잡고 ‘박지만 라인’을 제거한 것이란 풍문이 나돈 게 그런 경우다. 그 무렵 국정원 이헌수 기조실장의 진퇴 논란을 두고서도 여권 내에선 ‘3인방’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물론 사실로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다.



 정씨는 지난달 30일 본지 인터뷰에서 “박지만 회장이 잘못된 주장을 해서 비선 실세 의혹이 커졌다”며 박 회장에게 유감을 표시한 데 이어, 1일 인터뷰에선 “민정수석실에서 계속 이렇다면 나도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씨가 민정수석실을 거론한 건 올 초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자신에 대해 뒷조사를 지시한 것을 말한 것 같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과 친분이 있는 사이다. 역설적으로 정씨의 발언으로 정씨와 박 회장이 현재 불편한 관계라는 게 처음 드러난 셈이다. 한때 가까웠다는 두 사람의 관계가 왜 이렇게 됐을까?



 이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 박 대통령이 두 사람을 워낙 철저히 권력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정씨는 물론이고, 박 회장도 정부 출범 후 아직 한 번도 청와대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박 회장 주변 인물들이 박 회장에게 ‘대통령과의 관계가 막힌 건 청와대 3인방 때문이며 그 배후엔 정윤회가 있다’는 식의 얘기를 지어내 전달한 것 같다”며 “피해의식이 생긴 박 회장이 조 전 비서관에게 정씨의 동태를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에 조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은 박 경정이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보고서에 올려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정씨는 지난 10년 동안 야인 신분에 불과했고, ‘3인방’과의 인연도 끝난 지 오래된 얘기라는 게 여권 핵심 인사의 전언이다. 이 인사는 “아무 권력도 없는 사람들끼리 무슨 비선 권력투쟁이냐. 권력에 굶주린 외부 인사들이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일 뿐”이라며 “검찰이 조금만 조사해보면 진상이 금방 나온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박 대통령은 주변 인사가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현 정부에서 공식 지위에 있지 않은 사람이 숨어서 실세 행세를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 정부에서 비선 권력 의혹이 끊이지 않는 건 박 대통령 특유의 비밀주의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참모들도 주요 인사 배경이나 정책 결정의 경위를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해 자연히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는 ‘비밀 그룹’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인사는 “박 대통령이 과거 당 대표 시절부터 자신과 연락하려면 ‘3인방’을 거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다 보니 ‘3인방’의 영향력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졌고, ‘3인방’이 비선그룹의 핵심으로 공격을 받게 된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김정하·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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