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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지사에게 길을 묻다 ⑨ 김관용 경북지사

태권도 3단인 김관용 경북지사가 지난 7월 1일 독도에서 열린 취임식 때 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 지사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작고 약했던 그에게 기죽지 말라며 가난한 살림에도 태권도를 가르쳤다. [사진 경북도]


시장·도지사로 벌써 20년째다. 내리 6선을 했다. 1995년 주민 손으로 단체장을 뽑는 지방자치가 시작됐을 때 구미시장에 당선돼 3선했고, 2006년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와 또 3선했다. 김관용(72) 경북도지사를 놓고 “직업이 시장·도지사”라고 하는 이유다.

"중앙정부가 세금까지 뺏어가 … 불행한 지방자치 한다"



 그런 그가 국내 지방자치제도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금(지방세)까지 중앙정부가 뺏어가고…. 불행한 지방자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세금까지 뺏어간다”는 건 정부가 지난해 일방적으로 지방세인 부동산 취득세율을 내린 것을 놓고 하는 말이었다. 김 지사는 “지방의 재정자주권을 무시했다”고 화살을 날렸다.



 -취득세율 인하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는 처방이었다.



 “그렇다고 지방과 한마디 상의 없이 행해서야 되겠나. 취득세는 지방세 수입의 26%를 차지한다. 경북은 이 비율이 52%다. 지방 재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걸 중앙정부 마음대로 처리했다. 정책을 결정할 때 지방 재정에 영향이 있다면 반드시 사전에 지방과 협의하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



 -취득세율을 내려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거래가 늘어 취득세가 더 많이 걷힐 수 있지 않나.



 “전에도 취득세율을 내린 적이 있다. 그때마다 발표 직후 서너 달 거래량이 늘다가 그 뒤에는 오히려 60~70% 줄었다. 반짝 효과뿐이다. 그래서 자치단체 대표들이 반대 성명을 냈더니 지방소비세율을 올려 보전해줬다. 보전해준 건 고맙지만 중요한 건 재정자주권을 멋대로 침해했다는 사실이다.”



 -재정자주권을 인정하면 ‘불행한 지방자치’는 해소되나.



 “각종 권한도 중앙정부가 꽉 움켜쥐고 있다. 부지사·부시장 수까지 법으로 정해놨다. 또 도지사가 국(局) 하나 마음대로 설치하지 못한다. 무늬만 지방자치다.”





 -왜 이런 상황이 지속될까.



 “권한을 지방에 내주면 나라가 망하는 줄 아는 것 같다. 지방자치 20년, 이제 지방 정부도 성년이 됐다. 그런데도 어린아이 옷을 입혀 집 안에서만 놀게 하는 꼴이다. 각종 자치권을 과감하게 지방에 넘겨줘야 한다.”



 -열악한 지방재정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내는 원전세를 ㎾h당 0.5원에서 2원으로 올리는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 이렇게 하면 가동 중인 원전 11기가 있는 경북 지역은 연간 총 980억원 정도 수입이 늘어난다.”



 -전기요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계산해보니 한 달에 3만원쯤 전기요금을 내는 가정이라면 200원도 채 오르지 않는다. 이걸 굳이 전기요금에 전가할 필요도 없다. 연간 6000억원에 이르는 한수원 이익으로 감당할 수 있다.”



 -원전이 없는 지역은 어떻게 하나.



 “근본적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처럼 전체 세금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율을 4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지금은 20%다.”



 -단체장만 20년째다.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지역에서 단체장 3선은 위험하다는 주장이 있다. 토착 기득권과 유착하기 쉽고 공무원은 바른말을 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법률로 3선을 보장한 건데….”



  -3선 임기 내내 영남대 총동창회장을 맡고 있다. 경북도엔 영남대 출신이 많다. 인사 공정성 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서기관급 이상 간부 공무원 가운데 영남대가 많은 건 사실이다. 28명이다. 하지만 이건 일시적 현상이다. 내가 도지사가 되기 한참 전에 영남대 지역사회개발학과 졸업자를 특채하는 제도가 있어 77~79학번이 많이 임용되다 보니 생긴 일이다. 인사는 공정성이 뿌리내리도록 하겠다.”



 -지난 7월 3선 취임식을 독도에서 했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이 그걸 ‘김관용 불법 상륙’으로 보도했더라. 독도는 중앙정부가 터치할 게 아니라 도지사에게 맡겨야 한다. 정부가 나서면 문제가 생긴다. 당장 정부가 독도 입도지원센터를 지으려다가 일이 꼬이지 않았나. 도지사는 선거를 생각해 독도 정책을 펼 수 있다.”



 -구체적인 독도 정책을 세웠나.



 “국제법상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하면서 문화 섬으로 가꾸겠다. 지난해엔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독도에서 한복 패션쇼를 했다. 입도지원센터는 경북도가 적극 추진하려고 한다.”



 -미래 먹거리 산업이 뭐라고 생각하나.



 “탄소섬유다. 강철보다 10배 강한데도 무게는 5분의 1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탄소섬유 기술이 가장 앞선 도레이가 구미에 공장을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자동차 차체와 부품이 탄소섬유로 바뀌고 있다.”



 -전북도 탄소섬유를 내세웠다.



 “경북은 탄소섬유 관련 기반이 탄탄하다. 구미와 포항에 소재부품 전용공단이 있고, 경주·경산에는 자동차부품 벨트가 있다. 탄소섬유 관련 기업 역시 이미 60여 곳이 들어와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다. 소재부품과 탄소섬유를 결합한 산업을 일으키겠다.”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유치도 내세웠다.



 “전 세계에 큰 시장이 서는 분야다. 경북엔 원전 11기가 있다.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도 곧 가동된다. 해체기술센터까지 들어와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를 완성해야 한다.”



 -해체센터는 지자체들이 전부 눈독을 들인다.



 “경북의 희생이 제일 크지 않나. 원전 수도 가장 많고 방폐장도 받아들였다. 국가 에너지 안보를 잘 지켜온 데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내년에 도청을 안동으로 옮긴다. 그렇게 되면 뭐가 바뀔까.



 “국토가 바뀔 거다. 세종시와 안동을 잇는 107㎞ 고속도로가 생긴다. 충남·충북·경북이 연결된다. 국토의 허리 역할을 하는, 새로운 동서 발전 축이 생긴다. 이 축을 ‘황금허리’라 부르고 싶다.”



대구=송의호 기자





[김관용의 갓]  퇴계 제자 서열 놓고 유림 400년 갈등, 갓 쓰고 도포 입고 중재



지난해 5월 안동 유림의 400년 갈등을 봉합하는 행사에서 김관용 지사(가운데)와 유림 인사들이 합의문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경북은 유림(儒林)이 활동하는 고장이다. 예의와 도리를 중시하고, 곳곳 서원에서 제사를 지낸다. 이런 경북의 도지사는 갓 쓰고 도포 걸칠 일이 많다. 지난해 11월 경북도청 상량식 때 김관용 지사는 도포 차림으로 직접 제상에 술잔을 올렸다. 지난 10월 경북 영양에서 열린 ‘장계향(1598~1680) 영정봉안식’ 때도 도포를 입었다. 장계향은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의 저자다.



 이른바 ‘병호시비(屛虎是非)’를 해결했을 때는 갓 쓰고 도포 입은 유림 40여 명이 모였다. 병호시비는 400년을 내려온 유림 내부 갈등이다. 사연은 이렇다. 1620년 퇴계 이황을 모신 호계서원(원래 이름은 여강서원)을 안동에 건립할 때다. 여기에 퇴계의 제자인 서애 류성룡(1542~1607)과 학봉 김성일(1538~1593) 중 누구의 위패를 퇴계 왼쪽에 놓느냐를 놓고 대립이 벌어졌다. 일부는 영의정까지 지낸 서애가 윗자리인 퇴계 왼쪽에 와야 한다고 했고, 일부는 나이가 네 살 위인 학봉이 마땅하다고 했다. 갈등 끝에 1812년 서애 지지파는 서애의 위패를 병산서원으로 옮겨버렸다. 그 뒤로도 대립은 계속됐다. 보다 못한 흥선대원군이 중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화가 난 대원군은 호계서원을 철폐했다.



 갈등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서애파와 학봉파 간에 서로 말도 잘 걸지 않고 혼인도 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걸 김 지사가 해결했다. 서애를 왼쪽에 놓되, 이름난 유학자 대산 이상정(1711~1781)의 위패를 학봉 곁에 놓아 학봉을 받드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었다.



 이런 중재안에 유림들이 합의했다. 지난해 5월 경북도청에서 열린 ‘확약식’에는 갓 쓰고 도포를 입은 안동 지역 유림과 문중 대표 40여 명이 모였다. 김 지사도 같은 차림이었다. 김 지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길이 2m가량의 두루마리에 한문으로 쓴 합의문에 도장을 찍었다.



 경북도는 올해 말 출간을 목표로 ‘신라사’를 쓰고 있기도 하다. 김 지사는 “경북은 그 어느 곳보다 ‘혼’과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라며 “신라사 편찬도 우리 정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의 역점 사업



해양경북 실현
▶ 원자력 클러스터 추진, 울릉도 녹색섬 조성, 동해안 R&D 특구, 환동해 물류거점 항만 구축



경북문화 세계화 사업 ▶ 화랑·선비·호국·새마을 정체성 정립, 실크로드 문화축전, 신라왕궁 복원, 고택·종가 체험



한반도 ‘황금허리’ 경제권 조성 ▶ 신도청 건설, 정보통신기술(ICT)·탄소소재산업 육성, 지식서비스경제특구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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