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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안정 속 긴장' 택했다 … 금융위기 뒤 사장단 인사 최소

토요일인 지난달 29일 오전 9시. 서울 삼성 서초사옥으로 미래전략실장인 최지성 부회장과 정현호 인사지원팀장(부사장), 박학규 경영진단팀장(부사장)이 차례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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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실장은 주말에도 종종 회사를 찾았지만, 인사와 경영진단팀장까지 출근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들은 이날 언론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 도시락을 시켜먹으면서 ‘2015년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안’을 최종 조율했다. 이튿날인 30일 오후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초사옥으로 들어섰다. 이 부회장은 한 시간여가량 사무실에 머물며 인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최종 재가하고 돌아갔다.

 1일 오전 발표된 삼성그룹 2015년 사장단 인사는 이처럼 이재용 부회장 주도의 첫 인사다. 그것도 전례없는 상황에서 치러졌다. ‘갤럭시 쇼크’로 대변되는 주력 사업의 부진, 삼성 테크윈 등 계열사의 잇단 매각 결정, 게다가 부친 이건희(72) 회장이 투병중이어서 경영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 상황 등 여럿 악재가 겹친 가운데 단행됐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인사에 담긴 이 부회장의 메시지는 그래서 ‘크게 흔들지는 않는 대신 긴장감은 극대화한다’로 요약된다. 조직의 동요는 최소화하되 실적 반전의 돌파구를 찾을수 있도록 그룹 전체에 강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다.

 사장단 인사 발표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의 백브리핑 설명도 이런 기조를 담았다. “올해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많은 회사가 경영 실적이 부진했다. 안정 기조 속에서 승진 인사를 포함해 인사 폭은 예년에 비해 축소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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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이번 사장단 인사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소 폭이다. 승진인사 3명을 포함, 사장단 인사 11명이 전부다. 삼성SDI·삼성전기·삼성증권·에스원·삼성비피화학 등 5개 계열사를 제외한 전 계열사의 대표가 유임됐다. 인사 폭만 적은 게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3세들의 승진도 없었다.

 특히 경질설이 나돌던 스마트폰 총책임자 신종균(58) 삼성전자 IT모바일(IM) 사장이 예상을 깨고 유임된 것이 눈에 띈다. 이로써 그간 주력회사인 삼성전자를 이끌어 왔던 ‘삼각 편대(반도체 권오현 부회장, 소비자가전 윤부근 사장, IT모바일 신종균 사장)’체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대신 부실한 실적을 보인 주력 사업 부문엔 큰 폭의 메스를 가했다. 우선 스마트폰 사업을 관할하는 무선사업부의 이돈주(58) 전략마케팅실장, 김재권(59) 글로벌운영실장, 이철환(60) 개발담당 사장 등 3명이 한꺼번에 물러났다. 홍원표(54) 미디어솔루션센터(MSC)장이 글로벌마케팅전략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까지 고려하면 IM부문 사장 7명 중 4명이 바뀐 셈이다.

 삼성의 경영원칙 신상필벌(信賞必罰) 중 ‘필벌’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만 그치지 않았다. 올 한해 부진한 실적을 냈던 삼성전기·삼성SDI(2차 전지 부문) 등 부품 계열사 수장들도 물러나거나 자리를 옮겼다.

 또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46) 삼성엔지니어링 사장(경영기획총괄)도 이번 인사에서 제일기획으로 소속을 옮기게 됐다.

 이밖에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삼성 기업구조조정본부(구조본) 재무팀장을 역임했던 김인주(56) 삼성선물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경제연구소 전략담당사장으로 이동하면서 경영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물론 이번 인사에서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른 승진자도 있다. 전반적인 실적 악화 속에서도 비교적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과 반도체 부문은 각각 1명씩 사장 승진자를 배출했다.

 김현석(53) 삼성전자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부사장이 사장으로, 전영현(54) 반도체 부문 메모리사업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전영현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시스템 반도체 업체인 옛 LG반도체 출신으로 2000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윤태(54)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됐다. 사장단의 나이는 지난해 평균 54.3세에서 53.7세로 젊어졌다.

최준호·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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