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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같은 부부의 수집 라이프

같은 취향을 가진 부부가 지난 10여 년간 모은 토이로 꾸민 집을 보면서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삶의 태도가 무엇보다 멋스러웠다.

소품 편집숍처럼 보이는 이 공간은 정릉 아파트의 거실 모습이다. 뒤편에 진열된 가구들은
지난 몇 년간 부부가 꾸준히 구입해온 것. 예쁜 초록색의 가리모쿠 벨벳 소파만 이 집에 들어온 신입이다.


거실의 옐로 컬러 종이 펜던트는 에이치픽스에서 구입한 것.


토이의 크기를 미리 측정한 뒤 키에 맞게 맞춤장을 짜 넣은 토이 룸의 모습. 기자의 눈에는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토이건만, 부부는 하나하나를 만날 때 생긴 에피소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렇게 정돈된 방에 들어와 토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무척 행복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1 부부 침실에는 톤 다운된 퍼플 컬러의 장을 짜 넣어서 조금은 사랑스러운 느낌을 가미했다. 침실 조명은 에이치픽스 제품. 2 안방에 딸린 보조 욕실은 건식으로 만들어 아내의 파우더 룸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3 침대를 한쪽 벽면에 붙이지 않고, 방 가운데로 뺀 것은 부부가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 머리 뒤편이 휑할 거라는 우려와 달리 전혀 불편한 점이 없고, 오히려 청소할 때도 편리하다고.


토이 마니아 부부를 만나다
집에 관한 한 취향을 고집하는 게 정당하다. 그곳은 남의 눈치 볼 필요가 없는 곳,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숲 디자인 팩토리에서 보내온 이메일을 클릭해 피겨와 토이로 가득 찬 방 사진이 뜨는 순간, 직감했다. 삶에 대한 고집이 분명한 이들의 공간일 거라고. “토이 룸에 있는 장난감들은 우리 부부가 지난 10년 동안 모은 거예요. 우리한테는 이 토이가 앨범인 셈이죠. 토이를 보면 어디에 여행 가서 산 것인지,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가 다 생각나거든요. 예를 들어 현대미술 작가 카우스(Kaws)가 내놓은 한정판 베어브릭을 사려고 일본까지 날아가서 새벽같이 줄을 서던 일 같은 거요. 그게 지금은 토이 룸에 고이 자리 잡고 있어요.(웃음)” 토이 스토리를 들려주는 남편 고성원 씨는 IT 업계 종사자로 아내 윤혜영 씨와 10여 년 전 부부가 됐다. 굳이 결혼식을 했다는 표현을 안 쓰는 것은 부부가 자발적으로 식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 주변 모든 이들의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고 이 커플은 허례허식이 싫다며 혼인신고만으로 부부 생활을 시작했다. 세상이 보편적이라 말하는 것을 좇을 생각이 없었기에, 굳이 집을 소유할 욕심 또한 부리지 않았다. 전셋집일지라도 자신의 공간을 편안하고 아름답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고, 영감을 주는 여행과 물건들을 즐기며 풍요롭게 살고자 했다. “이 집을 산 것은 약간 충동적인 사건이었어요. 처제가 사는 동네라 놀러 왔다가 마침 매매로 나와 있던 집을 구경했거든요. 때마침 전세 만기가 끝나 이사를 앞두고 토이를 옮기는 것 때문에 신경이 쓰이던 찰나였어요. 서울이지만 한적하고, 집 뒤에 바로 산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정릉에서도 한적한 동네의 아파트와 부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런데 기존 집보다 넓은 41평 공간으로 이사를 했으니, 세간살이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도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새로 구입한 거라고는 일본 가구 브랜드 가리모쿠의 초록색 소파가 유일하단다. 나머지는 오랫동안 모아온 가구들이라는데 일관된 취향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부부에게 노하우를 거듭 물으니 토이는 물론 가구 쇼핑에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다움을 파악한 덕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경험이 최고의 스승이라는 옛말은 집 꾸미기에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1 아내 혜영 씨가 이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인 주방의 모습. 타일과 하부장 모두
부드러운 아이보리 컬러를 선택했다. 상부장이 없으니 시야가 트여 시원하다. 상부장 자리에 설치한 선반에도 아내가 모아온 빈티지 주방 도구들을 올려두었다.


2 심플한 식탁 위에 아트앤크래프트에서 구입한 빈티지 펜던트를 달아 따뜻한 코너를 만들었다.


1, 3 일본 여행을 자주 다녔다는 부부의 취향이 묻어나는 거실 공간. 드로잉 포스터는 남편과 닮았다며 아내가 에이치픽스에서 구입한 것이다. 2 죽은 공간이기 십상인 현관 앞 코너에 훅을 달아 가방을 건 뒤 신발을 신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4 현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마주하는 벽면의 모습. 왼쪽으로는 침실과 거실이, 오른쪽으로는 주방이 위치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게스트 룸 옆 여유 공간에도 자작나무로 1m 50cm 길이의 붙박이 수납장을 짜 넣었다. 주방 상부장에 넣지 못하는 그릇들을 여기에 보관하고 있다고. 5 이 독특한 신발장이 바로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탄생한 것. 종이 박스 하나하나에 신발이 담겨 있다.


디자인에 대한 의지로 탄생시킨 집
부부가 이 집의 인테리어 디자인과 시공을 노르웨이숲 디자인 팩토리에 맡긴 것은 잔잔하지만 따뜻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 아내 혜영 씨는 상부장을 없애고 아이보리 컬러의 단정한 타일로 마감하는 이들의 주방 디자인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상부장이 없어 수납력이 떨어지는 점은 감수해야 하지만, 탁 트인 시원함 덕분에 공간이 넓어 보인다는 것. 짐이야 바로 옆 베란다 보조 주방에 넣으면 되니 사실 그리 불편할 일도 없다. 톤 다운된 그린, 카키 등의 컬러를 공간에 많이 써온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김은선 실장은 이 집에는 컬러를 조금 더 다양하게 썼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안방의 붙박이장에는 톤 다운된 퍼플 컬러를 쓰고, 토이 룸 방문에는 블루 그레이 컬러를 칠해 범상치 않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이 인테리어에도 고스란히 묻어나도록 고심했단다. 무엇보다 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끄는 현관의 신발장도 탄생 스토리가 재미있다. “현관은 항상 지저분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저 지나가는 공간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천천히 지나가고 싶은 공간, 나를 자극하는 공간이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다가 디자이너가 트렌드세터들이 좋아하는 에코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의 매장 인테리어를 이야기하더군요. 그들처럼 박스에서 하나하나 물건을 꺼내는 신발장을 디자인하겠다고요. 당장 오케이!를 외쳤죠.” 기존에 없던 걸 새로이 디자인하고 공간에 구현하는 건 인테리어 업체로서는 다소 피곤한 일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젊은 디자인팀은 오히려 새로움에 도전하는 일에 신이 나서 열심이었고, 덕분에 남편 성원 씨는 이들을 ‘디자인에 대한 의지가 있는 회사’라 설명했다. 어쩌면 자신의 공간에 대한 명확한 고집이 있는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였기에 처음부터 서로를 알아본 것일까. 멋진 인테리어 공간에서 배운 건, 오히려 삶을 대하는 태도였단 생각이 든다.


기획=홍주희 레몬트리 기자, 사진=전택수(JEON Studio)
시공&디자인=노르웨이숲 디자인 팩토리(www.norwaywoo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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