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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드론 규제, 미국 총기규제처럼 안 되려면

이상복
워싱턴특파원
무인항공기 드론을 반대하는 건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인다. 기술 발전에 둔감하거나 단점만 부각하려는 냉소적 인물로 찍히기 쉽다. 세계 각국이 드론 경쟁에 내달리고 있는데 손 놓고 있는 나라만 바보 될 거란 논리에 저항하기도 쉽지 않다.



 어찌보면 철학적 논쟁이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 규제가 대거 풀릴 것으로 예상한 시장이 이미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아마존 같은 인터넷 기업은 드론 배송사업을 공식화했고 조종사까지 모집 중이다. 미국에서만 대학 10여 곳이 관련 학과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좋은 일을 하는 드론도 늘었다. 네덜란드 등이 도입한 ‘앰뷸런스 드론’은 긴급 현장에 가장 빨리 도착해 의료 장비를 제공한다. 군사적 용도만 강조됐을 때에 비하면 드론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때마침 국제무인기시스템협회는 2025년까지 미국에서만 1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거란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나온 보고서들은 우리가 드론의 실체나 규제의 효용을 너무 믿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던져준다. 영국 인권단체 리프리브는 미국이 드론으로 중동의 테러 용의자들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1000명이 넘는 무관한 사람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예멘에선 결혼식 하객들이 무자비한 드론 공격을 받아 신부를 포함한 12명이 몰살했다. 인권단체가 폭로한 숫자가 정확하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상당수 민간인이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건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CNN과 인터뷰한 한 미국인 드론 조종사는 혼자서 1623명의 목숨을 빼앗았다며 그중엔 어린아이도 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미국 언론들이 지난달 보도한 연방항공청 자료도 그냥 넘기긴 어렵다. 지난 6개월간 드론과 대형 여객기가 충돌할 뻔한 사고가 25회나 있었다는 내용이다. 여객기 조종사가 무인기를 발견하고 신고한 경우도 193건에 달했다. 이쯤 되면 항공기 안전도 안전이지만, 테러 위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정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정교한 규제가 가능하다는 쪽이다. 장점만 살리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거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인 총기 규제의 현실을 보면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가 멀게 총기 사고가 일어나도 예방은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사고 후 대처 능력만 키울 뿐이다. 총이 광범위하게 보급된 상황에서 규제의 실효성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드론은 총보다 몇십 배는 더 위협적인 살상 무기다. 뒷북 치는 규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인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경제 논리에 휘둘려서도 안 되고 규제 낙관론에 빠져서도 안 된다. 해킹 가능성 등 기술적 논의도 선행돼야 한다. 시장이 움직이고 규제가 따라가는 식이 돼선 재앙이 올 수도 있다. 완벽하게 규제할 자신이 없으면, 차리라 그때까지 묶어놓는 게 방법이다.



이상복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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