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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 "지퍼가 고속도로 같다면 단추는 골목길에 어울린다"


지퍼가 고속도로 같다면 단추는 골목길에 어울린다. 지퍼는 단번에, 거침없이, 열어젖힌다. 반면에 단추는 좌삼삼 우삼삼……이리저리 기웃거리게 된다. 망설이다가 설레다가 겁을 내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는 첫사랑 같다. 안타까운 건, 단추의 사랑에는 그 다음이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세 번째……사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권혁웅 『생각하는 연필』(난다) ‘단추’ 편에 실린 ‘단추와의 첫사랑’ 전문



1967년생 재주꾼 시인이 ‘시인의 OO 감성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쓰고 있는 시리즈의 ‘사물’ 편. 그러니까 이 책은 시인의 사물 감성사전이다. 단추 말고도 빵, 클립, 숟가락, 시소 등 시인의 시적 감수성을 자극한 모두 21개의 사물을 일종의 ‘표제어’를 정한 뒤 각각의 사물이 연상시키는 이미지, 짧은 이야기, 반짝 하는 순간의 생각 등을 짧은 글로 표현했다. 책에는 이런 짧은 글이 모두 386개 들어 있다. 386개의 시작 메모이자 산문시, 에세이라는 것이다. 지퍼와 단추가 사랑과 관련해 연상시킨 이미지에 굳이 동의할 필요는 없다. 그건 시인의 생각이다. 그의 글을 접한 순간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느낌 그대로를 잠시나마 음미하면 될 것 같다. 시인은 단추의 사랑에는 두 번째, 세 번째가 있는데 그래서 안타깝다고 한다. 이 대목이 이 짧은 글의 함정이다. 그 수수께끼의 해답을 나름 마련해보는 것, 그게 독자가 할 일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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