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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억 뿌리친 ‘장원준 미스터리’

장원준은 롯데가 제시한 4년 총액 88억원을 뿌리치고 시장으로 나왔다. 일각에서는 사전접촉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도입된 지 15년째를 맞는 프로야구 FA에서는 사전접촉과 다운계약서 등 갖가지 편법이 동원된다는 말들이 많다. [중앙포토]


# 2013년 11월 16일.

29세에 85승, 평균 자책점 4점대
소속팀 롯데의 역대 최고액 거부
더 큰 제안? 다른 팀 사전접촉 의혹
88억 이하 땐 축소 발표 논란 예고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 마지막 날에도 SK와 정근우(32·한화)는 계약에 합의하지 못했다. SK는 “4년 총액 70억원을 제시했으나 정근우가 80억원 이상을 요구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몇 시간 뒤 한화가 정근우와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총액은 70억원. SK가 제시했던 것과 같은 금액이었다.



 정근우와 한화의 계약에는 두 가지 의문이 남았다. 먼저 두 구단의 제시액이 같았다는 점이다. 또 우선협상마감 시간인 16일 자정이 지나자마자 계약했다는 것도 이상했다. 정근우는 “밤 12시가 지난 뒤 한화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금액은 같았지만) 한화가 나를 좀 더 원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금액을 갖고 SK는 며칠 동안 계약에 이르지 못했고, 한화는 몇 시간 만에 사인을 받아냈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 2014년 11월 26일.



 FA 우선협상 마감일인 이날 오후 8시. 롯데 구단은 FA 투수 장원준(29)과 계약에 실패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롯데는 보도자료에 ‘장원준에게 4년 총액 88억원(인센티브 8억원 포함)을 제시했다’고 썼다.



 과거 소속팀 FA를 놓친 몇몇 구단이 제시액을 비공식적으로 얘기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롯데처럼 보도자료에 적시한 사례는 없었다.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롯데는 장원준을 잡기 위해 충분한 제안을 했다는 걸 팬들에게 알리려 했다. 아울러 장원준의 탬퍼링(tampering·사전접촉) 가능성을 공론화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 제시액과 상관 없이 장원준이 갈 곳은 이미 정해졌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장원준은 수준급 왼손 선발투수다. 지난 5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고, 연 평균 160이닝을 던졌다. 이만한 투수가 시장에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장원준이 롯데를 떠나는 과정에는 의문이 남았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88억원을 제시했음에도 장원준은 협상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지난 26일 원 소속구단과 계약한 내야수 최정(SK)은 4년 86억원, 오른손 투수 윤성환(삼성)은 4년 80억원에 사인했다. 롯데의 제안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액이다. 이창원 롯데 구단 사장은 “협상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장원준 선수가 시장 가치를 알아보고 싶다고 해서 그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장원준의 동의를 얻어 88억원을 제시했다는 사실을 보도자료에 포함했다.



 롯데와 장원준의 결별은 프로야구 FA 제도의 병폐를 집약하고 있다. FA와 구단은 정해진 기간(원 소속구단 협상 이후에 다른 구단 협상)에만 만날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 제169조에 따르면 이를 위반하면 계약은 무효가 된다. 구단은 3년간 신인 1차지명권을 잃고, 선수는 1년간 임의탈퇴의 중징계를 받는다.



 그러나 2000년 FA 제도가 생긴 뒤 탬퍼링이 적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전접촉이 없었던 게 아니라 사전접촉을 하지 않는 구단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각 구단이 경쟁적으로 탬퍼링을 하다 보니 사전접촉은 하나의 전략이 됐다.



 또 다른 의혹은 축소 발표다. 4~5년 전까지 프로야구는 투명한 연봉 공개를 해 왔다. 그러나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고액 FA 계약이 늘자 룰이 깨지기 시작했다. 실제 계약액보다 작은 액수를 발표하는 것이다. 넥센을 제외한 9개 구단이 모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기 때문에 “돈을 많이 쓴다”는 말을 듣기 부담스러워 한다. 선수들도 FA 계약 후 성적이 떨어지면 비난을 받기 때문에 축소 발표를 선호한다. 세금을 대납해 주거나 발표하지 않는 계약금 또는 보너스를 주고 받는 방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원준 미스터리’는 의혹이 풍선처럼 커져 터지기 직전이다. 롯데가 제시액을 공개한 이상 장원준을 데려가는 구단은 최소 4년 총액 88억원 이상을 줘야 하고 발표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모기업과 팬들로부터 “돈을 너무 많이 썼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88억원 이하로 발표한다면 미리 계약했거나 액수를 축소 발표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커진 FA 몸값이 프로야구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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