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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망국적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방치할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만 들끓고 있던 노동시장 개혁 논의에 물꼬를 텄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출입기자단과의 정책세미나에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각하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문을 연 것이 시발점이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27일 “고용시장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과 노사·노조 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논의를 이어갔다. 사실 노동시장 개혁 문제는 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어느 정권이든 섣불리 건드리고 싶지 않은 뜨거운 감자였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그런 부담을 무릅쓰고 이 문제를 정면으로 끄집어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거꾸로 노동시장 개혁이 한국 경제의 회생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정규직 과보호 낮추고 고용 유연하게
양대 노총과 비정규직 대표 참석해
노사정위에서 사회적 대타협 하라

 사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와 ‘열악한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왜곡된 구조는 크게 보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갖가지 경제·사회적 난맥상이 집약된 핵심적인 접점이다. 우선 정규직을 지나치게 보호하기 때문에 기업은 신규 정규직의 고용을 꺼리고,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할 여력도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정규직의 해고 요건이 어려운 데다 매년 올라가는 임금 등 인건비를 조정할 여지도 없기 때문이다. 정규직의 고용·임금 경직성이 역설적으로 비정규직을 늘리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종사자는 607만 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2.1%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도 급속히 확대됐다. 정규직 대 비정규직 임금 차이는 2007년 100대 64에서 2013년에는 100대 55로 더 벌어졌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가입률도 대기업 정규직이 99%를 넘는 반면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각각 34.2%(국민연금)와 40.9%(건강보험)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극단적으로 단절된 노동시장 구조는 청년실업자 양산과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양극화, 빈부 격차 확대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서는 번듯한 일자리를 새로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국민 경제가 성장할 여지도 줄어든다.



 해결의 실마리는 역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낮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을 높이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정규직에 대한 보호 수준을 그대로 둔 채 정규직을 더 뽑고,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물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고용 여력이 빤한데 무슨 수로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한다는 말인가. 무엇보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정규직 노조의 대승적인 양보가 필요한 이유다. 다만 이러한 방향의 노동시장 개혁이 정부 여당의 일방적인 요구로 추진돼서는 곤란하다. 자칫하면 또 다른 노사정 갈등과 대립의 불쏘시개가 될 우려가 크다. 김무성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 마당은 이미 노사정위원회에 펼쳐져 있다. 여기에서 노사정이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욕심을 내려놓고 같이 살길을 찾아야 할 때다.



 이미 노사정위원회에는 노동시장의 각종 현안들이 올라와 있다. 통상임금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선 문제와 정년 연장 및 근로시간 단축 등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안이다. 정규직 보호 수준을 낮추는 방식도 해고요건 완화 외에 임금체계 변경과 유연한 근로시간제 도입, 퇴직 시 보상조건 강화 등과 연계해 다양하게 고려해 볼 수 있다.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도 함께 논의해 볼 만하다. 이 모든 노동현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를 해 보는 것이 대타협의 시발점이다. 그러자면 우선 양대 노조가 모두 노사정위에 나와서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여기에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성 있는 협상 주체를 포함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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