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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한국 김치가 만리장성을 넘으려면

안충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경제학
최근 S그룹이 주관한 김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했다. 협력기업의 임직원, 종교 및 자선단체 인사들까지 포함해 1000여 명이 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선 자세로 유기농 배추 속에 젓갈과 다양한 양념으로 버무린 무채를 몇 시간에 걸쳐 고르게 넣었다. 김장 담그는 일이 힘들다는 것도 다시 느꼈다. 정성스럽게 만든 김치를 어려운 독거노인과 쪽방촌 영세민들에게 전달했다. 김장 양념의 내음과 봉사의 온기를 아직도 느끼면서 식품과학으로서 김치산업과 기업 및 사회가 함께 만들 수 있는 공유가치를 생각해 보았다.



중국산에 흔들리는 종주국 위상
한·중 FTA 발효되면 더 타격
원산지 표시 철저히 하고
품질 높여 고가 브랜드화해야
값싼 중국산과 비교해서
월등한 맛으로 선택받아야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밥 한 공기와 김치가 식단의 전부였다. 동절기에는 가득 채워진 김칫독만 있어도 넉넉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갓 담근 겉절이 김치를 찢어먹던 생각이 난다. 미국 유학 시절 시험에 쫓겨 며칠간 햄버거로 식사를 때우다가 김치와 핫도그를 썰어 만든 김치찌개를 먹고 나면 몸에 생기가 돌던 기억이 난다. 지금 외국인이 포함된 단체 사진 촬영 때 웃음을 자아내는 단어는 단연 ‘김치’다. 이처럼 김치는 나눔과 미소의 바이러스를 함께 담고 있다. 최근 한류 영상물로 한국 식탁이 전 세계에 방영되면서 김치는 한국의 대표적 이미지 생활문화 상품이 되었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12월 우리의 김장문화를 ‘함께 만들고 나누는 김치(Making and Sharing Kimchi)’로 명명하고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세계가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의 영양학적 가치와 먹거리를 함께 만들고 나눈다는 공동체 문화 형질을 인정한 것이다. 김장 담그기는 한국의 맛과 멋, 나눔의 정성이 스며든 우리 고유 식생활문화의 진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우리 전통 김치가 식탁에서 중국산에 밀려나고 있다. 지난해 중국산 김치 수입은 20만t으로 1200억원에 이르렀다. 보통 ㎏당 중국산 김치의 가격은 국산 김치의 5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입맛과 너무나 친근하고 전통식품이기 때문에 김치마저 ‘교역재’가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바로 이 가격 차이 때문에 대형 식당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용되는 김치는 90%가 중국산이다. 김치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김치의 국내 유통 원산지 표시 관리가 허술해 소비자는 식별도 못한 채 먹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김치 수입가격은 더욱 내려갈 것이다. 김치가 대량 수입되면, 양념류와 배추는 관세양허품목에서 제외됐지만 이들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지키면서 식품과학으로서 김치산업을 동반성장의 관점에서도 봐야 한다. 우리 김치는 종류와 맛도 매우 다양하다. 명품으로 알려진 사찰·웰빙·배동치미 김치 등 외에 열무·고들빼기·오이·부추김치 등 맛과 영양소가 다르고 지방별로 김치도 많다. 우리의 고유 김치도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해 발효식품으로서 품질을 높이고 고가 브랜드화를 추진해야 한다. 값싼 중국산에 비해 월등한 맛으로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해외로 눈을 돌려 대기업의 해외 마케팅 인프라를 이용하고 국내 중소 김치업체가 방대한 중국 시장에 동반 진출해야 한다. 농업의 6차 산업화도 식품과학으로 특화를 이룬 중소업체가 제조를 담당하고 대기업이 유통을 맡아 분업과 협업의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이번 김장 담그기 행사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국의 독거노인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서도 상위에 속한다. 65세 이상 고령자 580만 명 중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은 3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쪽방촌 영세가구를 포함하면 어려운 이웃은 너무나도 많다. 이들에게 공동체의 정성이 담긴 김치 선물상자는 방 안의 냉기를 온기로 바꾸고 행복과 건강 바이러스를 함께 전파할 수 있다.



 체육관 김장축제는 우리 농경문화의 뿌리인 협업과 나눔의 정신을 현대판으로 재현한 것이다. 수만 포기의 유기농 배추를 계약 재배하고, 소금에 절이고, 양념의 배합을 연구하고, 담근 김치를 가난한 이웃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기업과 사회가 만드는 공동체의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이다. 한 대기업이 18년째 계속하고 있는 나눔의 김장축제는 우리 사회를 통합으로 엮고 선진 시민 함양에도 기여한다. 이러한 행사에 일반 시민뿐 아니라 중·고등학생이 참여한다면 좋을 것 같다. 청소년기에 익힌 나눔과 봉사의 정신은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를 뿌리 내리고 남을 배려하는 선진 시민의식을 몸에 배게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공유가치 창출은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안충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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