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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권커니 잣거니, 권커니 잡거니

공연 관람, 봉사활동 등 송년회가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만취 송년회가 줄고 있다. 그래도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동료와 ‘권커니 자커니’ 술잔을 기울이는 게 송년회의 제맛이라고 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한 기업의 설문조사에서도 문화생활 즐기기를 최고의 송년회로 꼽았지만 음주 송년회 역시 여전히 상위권에 올랐다.



 술 따위를 남에게 권하기도 하고 자기도 받아 마시기도 하며 계속해 먹는 모양을 가리켜 ‘권커니 자커니’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날의 앙금을 털어 버리고 ‘권커니 잣커니’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 “저녁식사를 곁들여 술을 ‘권커니 작커니’ 마시다 보니 어느새 서먹함이 사라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됐다”와 같이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사용하는 게 바를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이들을 ‘권커니 잣거니’로 표기하도록 했다. 더불어 ‘권커니 잡거니’도 관용구로 허용하고 있다. ‘권(勸)하다’와 어미 ‘-거니’를 줄여 쓴 ‘권커니(권하거니)’의 경우 틀리게 적는 일이 거의 없다. 문제는 ‘잣거니’와 ‘잡거니’의 표기에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어원이 불분명해 왜 그렇게 사용하는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은 탓이 크다.



 먼저 ‘잣거니’의 경우 ‘따르거니’란 의미로 쓰였다는 의견이 있다. 옛날에 발간된 사전에 ‘권커니 작(酌)커니’로 오른 적이 있는 만큼 ‘잣’이 ‘술 따를 작(酌)’에서 온 말이라는 것이다. 이후 ‘작’의 발음이 ‘잣’으로 바뀌었다고 보는 견해다. ‘잣거니’가 ‘자시거니’라는 뜻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잣다’는 ‘먹다’의 높임말인 ‘자시다’의 평안도 방언이다.



 ‘잡거니’는 권한 잔을 잡아서 받아 마시고 하는 모습에서 관용구로 굳어진 것으로 보이나 좀 억지스러운 표현이란 여론도 있다. 어원이 분명치 않은 이들 말보다는 차라리 소리 나는 대로 ‘권커니 자커니’를 사전에 올리는 게 더 현실적이란 주장도 있지만 현재는 ‘권커니 잣거니’와 ‘권커니 잡거니’만 바른말로 삼고 있다. ‘권커니 자커니’ ‘권커니 잣커니’ ‘권커니 작커니’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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