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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넘어 사회문제 해결 … '나눠서 더하기' 꿈꾸는 기업들

지난 3월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로 구성된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공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센터에서는 1999년부터 올해까지 160여 차례의 문화 공연이 열렸다. [사진 포스코]


4가지 키워드 확산·자립·협업·대중.

사회공헌 2.0시대 4가지 키워드
확산 - CSR 노하우 외부 공유
자립 - 생선 잡는 법 가르치고
협업 - 전문가·타 기업과 함께
대중 - 사회 전 계층 대상 봉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꼽은 최근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특징이다. 단순한 기부를 넘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회공헌 2.0’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도약이 필요할 정도로 사회공헌활동은 양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규모는 2조8115억원(234개사 집계)에 이른다. 2012년보다 줄었지만, 세전 이익 대비 비중에선 3.37%에서 3.76%로 오히려 늘었다. 일본(1.77%)의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불황으로 기업 사정이 어려워졌지만 사회공헌활동만큼은 꾸준히 하고 있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사회공헌활동이 자리를 잡으면서 기업 임직원의 봉사도 부쩍 늘었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 임직원 1인당 평균 봉사활동은 연간 12시간이다. 234개 응답기업 중 56%는 임직원 절반 이상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별 봉사조직 운영, 봉사 휴가제도 도입 등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셈이다.



 정무성(사회복지학) 숭실대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과 일본 기업은 사회공헌활동 조정기를 거쳤다” 며 “그러나 한국 기업은 지난 20여 년간 경제환경과 무관하게 사회공헌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양적 성장을 기반으로 한 새 도약의 첫 단추는 경험의 확산이다. 각 기업이 그동안 쌓아온 사회공헌 노하우를 외부와 공유하고, 우수한 프로그램은 정부 정책으로 제도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드림클래스가 대표적이다. 청소년이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교육받고 도전할 수 있도록 북돋는 이 사업의 운영 경험담이 최근 매뉴얼로 정리돼 발간됐다. 이 책에는 삼성이 1년간 드림클래스를 운영하며 겪은 다양한 경험이 담겨 있다.



 삼성 측은 “매뉴얼집을 참고하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방과 후 학습 과정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중견·중소기업이나 교육기관 등에 좋은 참고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의 활동을 넘어 정부 정책에 반영되기도 한다. LG는 사랑의 다문화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이중 언어 재능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런 제안은 여성가족부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집수리 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현대제철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현장에서 파악한 실태를 바탕으로 에너지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컨설팅업체 임팩트스퀘어의 도현명 대표는 “요즘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가장 큰 화두는 사회적 영향력”이라며 “기업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의 정책화에 과거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사회공헌활동의 둘째 특징은 자립이다. 생선을 주기보다 생선 잡는 법을 가르치는 일에, 1회성 지원보다 자립 기반을 형성하는 지원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SK는 행복도시락 사업을 통해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이웃에게 급식을 한다. 동시에 이 사업에 참여해 도시락을 만들고 배달하는 작업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취약 계층이 도맡아 한다. 일자리 만들기와 급식 지원의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은 셈이다.



 롯데홈쇼핑·GS홈쇼핑·CJ오쇼핑 등은 홈쇼핑 방송 시간 중 일부를 사회적 기업 제품 판매에 할애하고 있다. 대기업이 나서서 사회적 기업의 판로를 터주는 것이다. 포스코는 사회적 협동조합인 ‘카페오아시아’가 운영하는 카페를 서울 포스코센터와 포스코건설, 포스코ICT, 포스코P&S 건물 등에 입점시켰다. 이 카페에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는 결혼이주 여성이다. 카페오아시아는 앞으로 원재료 공동구매, 공동마케팅, 경영지원 등을 통해 고향을 떠나 한국에 온 이주 여성의 생활 기반을 튼튼하게 만드는 일을 확대할 예정이다.



 셋째 키워드는 협업이다. 기업이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뜻을 모으고, 힘을 모아가는 과정이다. 다른 기업과 손을 잡기도 하고, 학계의 전문성을 빌리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하는 사업도 확산 추세다. GS칼텍스는 ‘마음톡톡’을 통해 예술을 통한 청소년 심리 치료를 하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 교수진과 예술 치료사, 지역 복지관, 학교 등이 이 사업을 함께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거제 남부면 다대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희망 누리 사업’을 한다. 이 사업에는 삼성중공업만이 아니라 제일기획, 삼성경제연구소 등 다른 삼성 계열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마지막 키워드는 대중이다. 사회공헌활동의 규모가 커지고,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특정 계층에만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계층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사업이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업체 특성을 살려 어린이교통안전캠페인을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핑크리본’ 캠페인을 통해 여성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 한화도 여의도 불꽃축제, 교향악 축제 등을 통해 대중적인 문화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기업들이 제품을 개발하듯 좋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해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며 “이는 기업이 단순한 기부자가 아니라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주체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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