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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밀 기술, 장인 정신, 섬세함 … 세 톱니바퀴 오차 없이 ‘째깍째깍’

롤렉스가 독자적으로 주조한 ‘에버로즈’와 자체 선별한 다이아몬드로 세팅한 ‘레이디-데이트저스트 펄마스터’ 모델. [사진 롤렉스]


롤렉스 시계 하면 대개 명품 예물 시계를 떠올린다. 고가의 스위스 시계다 보니 장인이 아틀리에에서 ‘한땀 한땀’ 수작업으로 만드는 장면을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롤렉스는 현대화된 설비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시계다. 연간 70만 개를 만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어떻게 다른 시계 제조업체의 수십 배에 달하는 물량을 쏟아내면서도 높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업계의 미스터리였다. 생산량은 물론 생산 시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롤렉스의 관행 때문이다. 그런 롤렉스가 지난달 한국 언론에는 최초로 본지에 롤렉스 본사와 생산 공장 3곳을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오랜 비밀의 성(城)이 드디어 빗장을 푼 것이다.

한국 언론 최초 롤렉스 생산공장 가보니



1 세라믹 디스크에 백금을 원자 단위로 분사해 숫자와 눈금을 표시한 세라크롬 배젤. 2 1931년 특허를 받은 퍼페츄얼 로터(영구회전자). 3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일할 수 있게 설계된 책상. 4 세계 최저점 잠수시 롤렉스 시계를 착용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 .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아카시아 생산공장은 브랜드의 상징인 청록빛 유리로 둘러싸여 에메랄드 성을 방불케 했다. 이곳은 다른 생산 공장에서 온 부품들을 최종 조립하고 검사한 뒤 포장하는, 시계 제작의 마지막 단계가 이뤄지는 곳이다. 시계 안에 먼지 한 톨 들어가선 안 되는 정밀 작업이 행해지는 곳인 만큼 견학 기준은 물론 작업 환경에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었다. 작업실로 가는 길은 들어온 문이 닫쳐야만 반대쪽 문이 열리는 구조였고, 가운과 일회용 신발을 착용한 뒤에야 작업장에 입장이 가능했다. 마치 반도체 생산 시설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이곳을 안내한 직원은 “‘먼지는 시계의 적’이라고 한 한스 빌스도르프(창립자)의 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롤렉스 공장을 견학하는 내내 안내 직원들의 이름과 직함을 알 수 없었는데, 이는 스카우트를 막기 위해 인재의 인적사항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으려는 롤렉스 내부 규칙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 촬영 역시 엄격히 금지됐다.



작업 환경 역시 까다로웠다. 작업실은 자연 채광이 들어와 쾌적했지만, 문을 여는 것은 금지돼 있었다. 한 시간 단위로 환기시스템이 공기를 정화한다고 했다. 이 역시 먼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작업용 책상이나 작업에 필요한 설비, 작은 공구 하나까지 롤렉스가 직접 제작한 것들이다. 18K 골드로 된 시·분·초침을 공기 펌프로 들어 시계판의 작은 구멍에 꽂는 등의 섬세한 작업을 하루 종일 단순 반복해야 하는 직원들을 배려해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작업용 책상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전세계 명품업계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일고 있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사용자 맞춤형)’이 생산 단계에서부터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설비와 기계를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생산할 경우, 기술 유출을 막는 효과도 있다. 예를 들어 롤렉스의 특허 기술인 스크류다운(screw-down, 나사 조임)방식은 롤렉스의 설비로만 가능하며 이 기술을 이용해 잠겨진 케이스백(시계 뒷면)은 오직 롤렉스의 설비를 통해서만 열 수 있다.



잠수함에 맞먹는 테스트 기계



작업장에서 조립된 시계는 시뮬레이션실로 옮겨진다. 롤렉스 관계자는 “제품을 개발할 때는 어떻게 해당 제품의 기능을 테스트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함께 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에 드는 노력만큼 테스트에 들이는 비용과 설비가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손목의 움직임으로 시계가 충전되는 파워리저브 기능을 테스트 한 뒤 시계의 위치를 다양하게 바꿔가며 각각의 위치에서 중력에 의한 오차가 얼마나 일어나는지를 측정한다. 기준 범위를 벗어나면 다시 조립 라인으로 돌려보낸다.



마지막 단계는 방수 기능 테스트. 극한 환경에서 완벽하게 작동한다는 점은 전자 시계가 따라오지 못하는 기계식 시계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롤렉스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심해 다이버들이 손목에 컴퓨터 기기를 착용하기 시작한 이후 롤렉스의 잠수용 시계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2년 ‘타이타닉’ ‘아바타’ 등의 영화를 만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지 딥(1만898m)에 도전했고, 당시 그가 손목에 찼던 ‘롤렉스 딥씨’시계(사진)와 외부 로봇의 팔에 장착된 ‘딥씨 챌린지’는 정확하게 작동했다.



이런 자부심 때문에 롤렉스는 실제 환경보다 더 엄격한 기준의 테스트를 시행하고 있었다. 일반 잠수용 시계는 보장 기준보다 10% 더 낮은 수심 환경을, 심해 잠수용은 25% 낮은 수심 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한다. 예를 들어 3900m 잠수를 보장하는 ‘딥씨’ 모델의 경우, 4950m의 수심 환경에서 테스트한다. 특수 제작된 탱크 안에 100개씩 들어간 ‘딥씨’ 모델은 15분 동안 감압 상태를 견디고 한 시간 동안 4000바(bar) 이상의 압력을 견딘 뒤 다시 15분의 감압을 거쳐 탱크에서 나온다. 이 탱크는 무게만 1.3t에 달해 탱크를 들여올 때 건물의 바닥 보강 공사를 새롭게 했다고 한다. 그 자체가 소형 잠수함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렇게 시뮬레이션 기계를 통과한 제품은 공기를 통해 방수가 됐는지를 확인한다. 이어 제품의 온도를 60도까지 가열한 후 차가운 물방울을 케이스에 떨어뜨려 물방울이 맺히는지를 컴퓨터가 확인한다. 물방울이 맺히게 될 경우 컴퓨터가 빨간 불을 번쩍이면서 방수 실패를 알린다.



CSI를 연상시키는 중앙 연구소



롤렉스 관계자는 “합금 주조에서 무브먼트, 케이스, 다이얼, 시곗줄과 같은 부품의 생산·가공·조립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자주적인 생산이 가능하며 품질을 자체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롤렉스는 퍼페츄얼 로터(영구 회전자) 같은 기술적 특허 외에 롤렉스만의 견고하고 아름다운 에버로즈(Everose) 합금이나, 두 가지 색상을 입힌 독특한 세라믹 배젤(시계 겉 테두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400개 이상의 특허를 획득할 수 있었다. 시계 제작 기술뿐 아니라 심미적인 요소도 중요한 명품 시계 업계에서 롤렉스가 인정받는 이유다.



독자적인 공정을 위한 연구 개발(R&D) 인력만 350여 명에 달한다. 플랑레와트(Plan-les-Ouates)에 위치한 R&D센터 내 중앙연구소는 미국 드라마 CSI(과학수사대)를 방불케 했다. 연구소 총괄 책임자가 에버로즈의 개발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 개발 중인 합금을 전자주사현미경을 통해 1000배 확대하자 미세한 불순물이 발견됐다. 성분 분석을 통해 불순물의 원인이 리튬이란 사실을 밝혀낸 연구팀은 리튬 없이 주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고, 결국 불순물 하나 없는 핑크빛 금을 탄생시켰다.



금속 주조가 끝나면 이를 성형한 뒤 매끈하게 다듬는 과정이 이어진다. 기계로 여러 차례 깍은 후 수작업으로 마무리 하는데, 기계로 깎을때 사용하는 오일까지도 중앙연구소가 개발한 것이라 한다.



연구소의 또다른 방에서는 내구성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거대한 로봇 팔이 롤렉스 시계를 찬 채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손목의 움직임을 구현하고 있었다. 악수를 할 때, 서명을 할 때, 테니스를 칠 때, 골프를 칠 때, 달리기를 할 때 등 다양한 움직임을 쉼없이 반복한다. 이렇게 로봇이 24시간 동안 움직이는 양은 인간이 1년 동안 움직이는 양에 맞먹는다. 총괄 책임자는 “주로 이곳에선 남이 힘들게 개발하거나 생산한 제품을 어떻게든 깨부수려 노력하기 때문에 다른 부서 사람들이 싫어한다”며 웃었다.



스마트 워치의 등장과 명품 시계의 길



센부르(Chene-Bourg) 공장에선 보석류를 직접 선별하고 세팅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롤렉스 시계에 쓰이는 다이아몬드는 국제 투명도(Internally Flawless)기준, 최고등급인 D부터 E·F·G까지만을 사용한다. 이를 위해 한 직원은 하루종일 흰 종이에 비교군인 G와 H단계의 다이아몬드를 놓고 백색광선을 쪼이면서 G등급이상의 다이아몬드만 선별해 낸다. 이렇게 선별된 보석들은 공방으로 옮겨져 장인들에 의해 시계를 장식하는 데 쓰이게 된다. 장인들은 현대식 책상에 앉아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의 손에 익숙해진 자기만의 공구를 이용해 시계 속에 알알이 보석을 새겨 넣고 있었다.



문득 이런 현대화되 설비와 장인정신이 결합된 기계식 시계 산업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때마침 기기의 기능성을 강조한 ‘스마트’ 워치가 아닌 시계임을 강조한 스마트 ‘워치’가 스위스 명품 시계의 위상을 흔들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한 질문에 롤렉스는 언급을 자제하면서 별도의 공식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롤렉스 시계에는 특별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 전통적인 노하우, 장인 정신, 전문 기술, 아주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그것이다. 롤렉스는 쿼츠(전자식 시계) 기술이 급부상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기계식 시계에 충실할 것이다.”



결국 롤렉스가 빗장을 풀고 보여주려 했던 것은 초정밀 기계 산업에 대한 기술적 저력,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제네바=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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