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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환의 배틀배틀] 재수 시절, 프로게이머로 방향 틀다

#스타크래프트와 첫 만남

고3 때였다. 대학에 가기로 결심했다. 뒤처진 성적을 만회코자 공부 잘하는 친구의 집에 드나들었다. 그런데 친구는 나와의 공부가 끝나면 늘 어딘가로 향했다. 어딜 가는 걸까. 그래서 친구를 따라나섰다. 목적지는 PC방. 거기서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했다. 세상에 이런 게임이 있다니. 베틀넷에서 상대를 무너뜨릴 때마다 얻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스타크래프트에 푹 빠진 나는 온라인 래더(Ladder.순위경기)에서 1등을 차지했다. 대신 수능시험은 실패했다. 부모님과 상의 끝에 재수를 택했다.

#부모님의 반대

재수 시절,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나의 열정은 뜨거워져만 갔다. 아마추어로서 각종 대회서 이름을 날리자 게임 매니지먼트사에서 연락이 왔다. 정식 게이머로 활동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거절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아버지는 "네 인생이니 네가 알아서 하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당장 공부나 하라"며 완강하게 반대하셨다. 나는 결국 프로게이머를 택했다. 그리고 SBS 멀티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1등 상금 300만원. 내가 처음 번 돈이었다. 상금을 부모님께 고스란히 내밀었다. 무관심하던 아버지와 두 손 들고 반대하던 어머니의 시선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나의 힘

그토록 염원하던 한빛 소프트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우승. 그때부터 부모님의 관심은 격려와 응원으로 바뀌었다. 각종 게임대회의 4강전 혹은 결승전을 직접 찾아주셨다. 2001년 WCG 본선에서 대회장을 찾아 나의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마음 편하게 경기해"라는 부모님의 한마디는 늘 내게 큰 힘이 됐다. 요즘 나의 리그 성적과 팀 성적은 온 가족이 울고 웃을 만큼 중대사가 됐다. 연습을 소홀히 한다는 소문이라도 들으시면 이제 불호령이 떨어진다.

#목적보다 중요한 건 즐기는 것

많은 부모님이 게임의 중독성과 역기능에 대해 걱정을 한다. 맹목적으로 프로게이머의 꿈만 좇는 청소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런 유행을 좇기보다 편하게 게임의 매력을 만끽하라고 말하고 싶다. 어깨를 짓누르는 목적보다 중요한 게 있다. 진정 마음으로 즐길 때, 생명력 있는 프로게이머도 될 수 있다. 오히려 게임이 부모와 자식 간 의사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터지는 가족의 웃음,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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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