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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야릇한 패밀리가 떴다



덕수리에 있는 노부모의 집에 오남매가 모인다. 부모와 함께 사는 막내가 엄마가 편찮다고 다른 형제자매를 부른 것.

[매거진M] 영화 ‘덕수리 5형제’ 윤상현·이아이



이들 오남매는 부모의 재혼으로 한가족이 됐다. 예의 바른 장남 수교(윤상현)와 기가 드센 수근(황찬성)은 굳이 따지자면 아빠의 자식이고, 매사에 신경질적인 둘째 동수(송새벽)와 왈가닥 셋째 현정(이아이)은 엄마의 자식이다. 그리고 수정(김지민)은 노부모가 재혼해 낳은 막내다.

각기 떨어져 살던 자식들이 집에 도착하고 보니 부모가 사라졌다. 실종 신고를 하지만 경찰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 싸우던 형제자매들은 행방이 묘연해진 부모를 찾기 위해 뜻을 모은다.



‘덕수리 5형제’(12월 4일 개봉, 전형준 감독)는 오합지졸 오남매가 실종된 부모를 찾아 의기투합하는 과정에서 진실을 밝혀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극에 무게감을 실은 장남 수교 역의 윤상현과 활기를 불어넣은 셋째 현정 역의 이아이를 만났다.







가족이 최우선인 듬직한 장남, 윤상현

윤상현(41)은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는다. 드라마 ‘백만장자와 결혼하기’(2005, SBS)로 처음 얼굴을 알린 이래 다양한 작품에서 쉼 없이 활약해왔다. 그는 “지난 10년은 앞만 보고 달려온 시기”라며 앞으로의 인생에선 새로운 무게 중심에 힘을 실을 계획을 밝혔다. 바로 가족이다. ‘덕수리 5형제’를 선택한 것도 그래서다. 그는 극 중에서 듬직한 장남 수교 역을 맡아 동생들을 다독여 주고, 가족의 화목을 도모한다. 부모에게 효도하자고 앞장서는 것도 수교다. 지금, 윤상현의 마음이 딱 그렇다.



-이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일단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다(웃음). 시나리오를 읽다 재미와 감동을 느꼈다. 영화 후반부에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더라.”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라면. “공감했다고 해야 할까.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캐릭터에 묻어 있었다.”



-극 중 수교는 모범적이고 반듯한 장남이다. 윤상현과 닮았나. “사실 실제 모습은 껄렁껄렁한 동수와 닮았다(웃음).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감독한테 동수를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거절당했다(웃음). 하지만 수교가 동생들을 대하는 마음이나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어하는 모습은 나와 같다.”



-실제로는 1남 2녀 중 둘째라고 들었다. 장남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했나. “누나와 여동생이 있는데, 외아들이다 보니 부모님을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고 있다. 부모님은 경기도 파주에 살고 계신데, 나는 5년 전에 부모님 집에서 나와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덕수리 5형제’는 가족애를 부각시키는 영화라는 인상을 준다. “맞다. 겉으로 보면 코미디지만 그 안에 스릴러 요소도 있고, 결국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가족애다. 떨어져 지내던 남매들이 사라진 부모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형제애도 느끼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형제나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일이 드문 분들에게 이 영화가 가족애를 상기시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도 가족과의 관계가 소홀했던 건가. “서른두 살에 연기를 시작했으니 데뷔를 비교적 늦게 했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작품을 해왔다. 드라마 한 작품 끝나면 조금 쉬다 다시 활동했고, 또 열심히 연기하고 나서 잠깐 쉬다 새로운 작품을 촬영했다.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갑동이’(tvN)를 찍을 때까지 내 자신을 충전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내 인생을 되돌아보고, 남은 인생을 설계할 시점인 것 같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어떤 계획을 세웠나. “파주에 계신 부모님 집 옆에 새로 집을 지을 예정이다. 내년 5월 입주를 목표로 건축 설계사와 논의 중이다. 내가 살 집의 도면을 직접 그렸다. 집을 짓는 건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다.”



-결혼 계획은 없나. “당연히 있다(웃음).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다. 나하고 잘 통한다. 나보다 여섯 살 연하다. 지난 4월에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교제하고 있다. 나와 공통점이 많다. 동물을 좋아하고, 독서도 많이 하는 점이 나와 비슷하다.”



-그럼 곧 결혼 소식을 들을 수 있겠다. “상견례도 마쳤다. 날짜만 잡으면 된다(웃음). 결혼식은 1500석 정도 규모의 홀을 대관해서 콘서트처럼 치를 예정이다.”(인터뷰 이후 윤상현은 가수 겸 작사가 메이비와 내년 2월 결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내가 될 사람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소박하고 진솔하다. 자신을 과대포장하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지금까지 정말 많은 소개팅을 하면서 여성들을 만났는데, 계속 어긋났다. 그래서 나한테 문제가 있나, 연애 세포가 죽었나, 별별 생각을 했다. 혹은 내가 연예계에서 일한 지 오래돼서 눈만 높아진 것은 아닌지 자책한 적도 있다. 한데 내 매니저의 소개로 결혼할 분을 만났고, 연락을 주고받다 몇 번 데이트를 했는데 점점 예뻐 보이더라. 호감이 확신으로 이어졌고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데뷔 10년 차에다 40대 초반인 지금, 그처럼 인생의 큰 계획을 앞둔 심정이 어떤가. “사람들은 나이에 따라 가치관이 변한다고 본다. 10대 때는 우정, 20대 때는 연애, 30대 때는 직업이라면, 40대 때는 가족에 집중한다고 생각한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니까 내 인생관도 달라지는 것 같다. 30대에는 내가 하는 일이 인생의 전부였는데, 이제는 일보다 가족이 더 중요해졌다. 부모님 집 근처에 내가 살 집을 짓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윤상현의 인생에 ‘남편’이라는 역할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어떤 남편이 되고 싶나. “내조를 잘 하는 남편?(웃음).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뭔가 하는 것을 좋아했다. 요리하고, 집 꾸미고, 심지어 청소하는 것도 좋아했다(웃음). 책상이나 의자 같은 작은 가구는 직접 만들기도 한다. 데뷔하기 전에 경기도 일산에서 커피숍을 운영했었는데, 파주에 새로 지을 집 1층을 카페로 꾸밀 예정이다. 가족과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게 지금의 내 꿈이다. 2015년은 아마 그 꿈을 실현하는 해가 되지 않을까.”









껌 좀 씹었던 날라리 셋째, 이아이

‘덕수리 5형제’의 현정은 섹시하고 명랑한 캐릭터다. 걸그룹 지망생이었지만 사기당해 에로영화를 찍고, 결국 나이트클럽의 한물 간 폴 댄서로 전락한다. 조폭 포스를 풍기는 동수(송새벽)와는 친남매다. 철딱서니 없다고 늘 무시당해도, 웃음을 잃지 않는 억척녀다. 현정을 연기한 배우는 이아이(30). ‘대한민국 1%’(2010, 조명남 감독)에서 씩씩한 여군 하사 역을 맡았던 그다. 현정의 노출 심한 의상도 군복 못지 않게 잘 어울린다.



-영화 출연은 4년 만이다. “그간 드라마와 연극을 하며 지냈다. ‘대한민국 1%’를 찍어서인지 무사·아나키스트·복서 같은 남성적 캐릭터를 주로 해왔다.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하고 싶던 차에 이 작품이 들어왔다. 방영 중인 TV 소설 ‘일편단심 민들레’(KBS2)에서도 왈가닥 여인 수자를 연기하는데, 현정 역할을 한 덕분에 적응이 쉬웠다.”



-‘덕수리 5형제’의 시나리오는 어떤 면에 매료됐나. “지금껏 가장 재미있게 읽은 시나리오다. 반전이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수준에서 재미있고 유쾌하게 마무리되는 것도 좋았다.”



-폴 댄스를 연습하다가 발톱이 빠졌다고 들었다. “내가 좀 미련한 편이다. 요령껏 해야 하는데, 의욕이 앞섰다. 하이힐을 신은 채 폴을 잡고 연습하다가 넘어졌는데 발톱이 빠졌다. 그래서 촬영 초반에 잡혀 있던 폴 댄스 장면이 뒤로 미뤄졌다. 감독이 폴 댄스 장면에 유독 신경을 많이 썼다. TV 드라마 ‘빛과 그림자’(2011, MBC)에서 푼수 같은 댄서 역할을 했는데, 감독이 그걸 인상 깊게 보고 날 캐스팅했다.”



-폴 댄스 장면이 짧던데, 아쉽지 않았나. “원래 배역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는 편이다. ‘대한민국 1%’ 때는 액션스쿨은 기본이고, 전투 수영 등 정말 여군에 입대한 것처럼 강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한 것 만큼 스크린에 표현된 것 같지 않아 아쉬웠다. 이번 영화의 폴 댄스 장면도 마찬가지다. 조금 속상하다.”



-고교 시절 회상신에서 날라리 여고생 연기가 제법 차지던데. “꿈에서도 욕을 하고, 무의식적으로 다이어리에 욕을 끄적거릴 정도로 욕 연습을 했다. 침 뱉는 연습, 껌 씹는 연습도 했다. 재능이 많아서 그런 걸 연습 안 해도 되는 배우가 있지만, 난 그렇지 않다. 감독도 날라리 연기를 주문할 때 딱 두 가지를 강조했다. 강하게, 그리고 차지게.”



-수근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 예고편에서부터 화제다. “볼이 빨갛게 되도록 세게 때렸다. 감독이 그렇게 주문했고, 찬성도 괜찮다면서 힘껏 때리라고 했다. 한 번에 끝내려고 힘껏 때렸는데, 엔지(NG)가 나서 서너 번 다시 찍었다. 찬성에게 정말 미안했다. 다행히 예고편에서 그 장면의 반응이 좋아 세게 때린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친오빠 동수가 ‘넌 교복을 입어도 음란해보여’라고 할 정도로 몸에 붙는 의상을 입고 나온다. “최대한 음란해 보이기 위해 교복을 몸에 달라붙게 줄이고, 단추를 하나씩 더 풀었다. 현정이 성인이 되어서도 옷장의 교복을 꺼내 입는데, 그때는 느낌이 또 다르다. 짧고, 파지고, 밀착된 의상만 입으니까 어색하긴 했다. 평소에도 그렇게 옷을 입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화면 속에서 그렇게 망가지는 내 모습을 보는 게 무척 재미있다. 이번 영화에서 술주정 연기가 조금 아쉬웠는데, 다른 작품에서 제대로 해보고 싶다.”



-현정과 자신이 닮은 부분이 있나. “엉뚱하고 밝은 부분이 닮았다. 푼수처럼 잘 웃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다른 부분이 더 많다. 현정은 화끈하고 직설적이지만, 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신중한 편이다. 그리고 정적인 것을 좋아한다. 현정과 다른 면이 더 많아서 힘들었다. 그리고 겉모습에 너무 치중해 캐릭터를 놓친 부분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촬영장에서 윤상현·송새벽과 남매처럼 살갑게 지냈다고 들었다. “첫째 오빠, 둘째 오빠의 성향이 다르듯, 둘도 그렇다. 송새벽 선배는 과묵하고, 연기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중요한 신을 찍을 때는 혼자 따로 떨어져 있는다. 그럴 땐 다가가면 안 된다. 윤상현 선배는 분위기 메이커다. 농담을 주고 받다가도 자기 컷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고, 돌아와서는 또 다시 깔깔댄다.”



-가족애를 담은 영화라서 찍으면서 가족 생각도 났을 것 같다. “충남 천안에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산 지 10년이 넘었다. 대학원 과정(니혼대 대학원 영상 전공) 때문에 일본을 자주 왔다갔다 하고, 연기할 때는 서울에 머문다.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연락도 자주 못했는데, 이번 영화를 계기로 살갑고 애교 있는 딸이 되고 싶다.”



-연기와 학업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나. “어릴 때 ‘동경 이야기’(1953, 오즈 야스지로 감독)를 인상 깊게 본 뒤로 일본영화 팬이 됐다. 그래서 니혼대에서 영화 연기를 전공했다. 일본 배우 아오이 유우(29)와 입학 동기다. 공부를 하면서 연기에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메꿔간다.”



-일본영화에도 출연할 기회가 생길 것 같다. “생각은 하고 있다. 도전이라 생각한다. 일본 쪽에서 한국 유학생, 재일교포 역할을 제의받은 적이 있는데 그런 역할은 하고 싶지 않다. 국내에서도 일본인 여성 역할이 들어왔었는데, 거절했다.”





글=지용진·정현목 매거진M 기자

사진=전소윤(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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