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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가격 정책 논란] 싼 건 더 싸게, 비싼 건 더 비싸게?

12월 18일 개장을 앞둔 이케아 광명점. (사진=이케아코리아 제공)




이케아 1호점 개장 앞두고 나라별 가격 차별 논란…이례적인 해명에도 소비자 ‘냉랭’

12월 18일 개장을 앞둔 이케아 광명점. (사진=이케아코리아 제공)




국내 1호점 개장을 한 달 앞둔 ‘가구 공룡’ 이케아의 가격 논란이 뜨겁다. 이케아는 11월 13일 한국어 홈페이지를 열면서 주요 제품의 가격을 공개했다. 이케아는 1년에 한번 제품카탈로그를 발행해 고객에 제공한다. 이때 각 제품에 책정된 가격은 국가별로 다르다. 이케아코리아 측은 “철저한 시장 조사와 환율, 관세는 물론 경제 사정과 물가를 고려해 가격을 매긴다”고 밝혔다. 이렇게 한번 정해진 가격은 새로운 카탈로그가 발행되기 전까지 약 1년 간 유지된다. 한국어판 카탈로그는 약 200만부가 발행돼 사전 신청 고객을 대상으로 11월 24일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다. 특히 아시아 최대 규모인 광명점 개장을 앞두고 특대호 한정판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아직 배포가 되기 전이지만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가격을 본 고객들은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케아코리아가 홈페이지 첫 화면에 공개한 6개 품목의 가격과 이케아 미국 홈페이지의 가격(괄호 안)은 다음과 같다. 이케아 피에스 2012 드롭리프테이블은 24만9000원(약 19만9700원), 펠로 암체어는 3만9900원(약 5만5800원), MALM 3칸 서랍장은 7만9900원(약 5만5800원), 몰라 이젤 1만9900원(약 1만6722원), 로스코그 카트 6만9900원(약 5만5800원), 브루살리 침대프레임과 수납상자 4개 39만9000원(약 30만원) 등이다. 미국 가격은 11월 20일 기준 환율 1달러당 1115원으로 계산한 것이다. 제품에 따라 3000원~1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 중 미국보다 저렴한 품목은 단 1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케아코리아의 가격이 외국보다 무조건 높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들 제품 외에 국내 카탈로그에 실린 2000여 상품 가운데는 다른 나라보다 비싼 것도 있고, 싼 것도 있다. 그런데 유독 국내 소비자들이 이케아코리아의 가격 책정에 불만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 반발



첫째는 내구성이 낮은 소모품이나 저가 제품군의 경우 외국보다 싼 가격을 매겼지만 고가 제품군은 오히려 2~3배 가격을 책정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44만9000원짜리 TV 장식장은 일본(약 37만8000원)이나 미국(약 23만원)과 큰 차이를 보인다. 스톡홀름 3인용 소파 역시 한국은 299만원, 일본 판매 가격은약 189만원으로 100만원 이상 차이 난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최지은(32)씨는 “내년 초 결혼을 앞두고 이케아에서 가구며 생활용품을 구입할 생각”이라면서도 “좋은 가구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일부 가구는 생각보다 비싸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가구 업체와 제품의 질이나 가격을 비교해 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나라별로 품목별 가격 차이가 큰 것은 이케아 고유의 가격 책정 전략 때문이다. 앤드류 존슨 이케아코리아 세일즈 매니저는 11월 19일 이케아 광명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분석, 유통경로, 관세, 제조국가 등을 고려해 나라마다 다른 가격이 책정된다”며 “우리가 선보이는 8000여 종의 상품 가격에는 국가마다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고, 주안점도 다르기 때문에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공시 가격에 부가세와 세일 텍스 등이 포함돼 있지 않아 실제 판매가격은 기존 가격에 5~10% 더해진다”고 덧붙였다. 이케아가 매장 오픈 전에 간담회를 열고, 가격정책에 대해 직접 설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케아는 한국 진출 전에 국내 일반 가정 80여 곳을 방문해 한국의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결정해 수량과 가격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앤드류 존슨 세일즈 매니저는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을 낮게 책정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국가보다 비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케아는 한국에 진출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고자 하는 저가 생활용품에 외국보다 싼 가격을 매긴 것이다. 이와 달리 외국보다 비싸게 가격을 책정한 제품은 국내 업체가 비슷한 제품을 얼마에 팔고 있는지를 반영했다. 다시 말해 이케아코리아가 제시한 가격은 외국보다는 비싸지만 국내 다른 가구업체와 비교하면 여전히 저렴하다는 뜻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국내 가구 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가격 자체가 높다 보니 이케아도 ‘한국에선 이 정도(더 높은) 가격에도 팔리는구나’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이케아의 가격에 자극 받은 국내 가구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면 이케아도 내년 가격정책에 이를 반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식 개점 전부터 고객 달래기 나섰지만…



이케아로선 이례적으로 정식 개점 전부터 ‘고객 달래기’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이는 이케아가 추구하는 기업 철학과도 맞닿아있다. 현재 40여 국가에서 340여 매장을 운영 중인 이케아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바로 저가 정책이다. 낮은 가격과 적은 마진으로 연매출 40조원을 벌어들인다.



이케아 창업자인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자서전 <어느 가구상인의 유언장>에서 기업의 설립목적을 이렇게 기술했다. ‘우리는 디자인이 아름답고 기능이 뛰어난 가구와 집기들을 가능한 많은 사람이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야 한다.’이런 기업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이케아는 지난 1998년과 2003년 사이에 가격을 2.5% 가량 내렸다. 이케아의 첫 번째 해외 진출 국가이자 가장 많은 매장을 낸 독일의 경우 2004년 8월 카달로그에서 제품 가격을 전년 대비 평균 6% 인하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가구당 마진율은 감소했지만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양을 팔아 오히려 수익률이 크게 증가했다. 독일의 열악한 내수경기 속에서도 저가정책을 펼친 덕분에 본국인 스웨덴보다 독일에서 더 사랑 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케아가 우리보다 앞서 매장을 낸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현재 ‘ELP(Even Lower Price)’ 마케팅이 한창이다. 현지 물가가 매년 올라도, 이케아는 가격을 오히려 더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국내 소비자들이 이케아를 기다린 이유도 이 회사가 고급 브랜드가 아닌 저가의 실용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였다. 일찍이 이케아의 ‘착한 가격’에 기대를 품고 기다린 국내 소비자로서는 막상 ‘착하지만은 않은 가격’에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배송·조립 가격까지 더하면 가격은 더욱 올라갈 예정이다. 이케아는 픽업·배송 서비스에 기본요금 2만9000원이 든다고 밝혔다. D.I.Y 제품으로 저가 정책을 고수하는 이케아는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싣고 가 조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만약 이케아 직원에게 조립 서비스를 요청할 경우 기본 4만원의 비용이 더 든다.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이케아는 “이번에 책정된 가격을 내년 7월 31일까지 유지하는데 변함이 없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케아의 가격정책이 12월 18일 개점하는 국내 1호 매장 광명점의 풍경을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정연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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