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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세, 세, 세 … 골프장 휘청

지난 21일 오전 7시 경기도 포천 대유몽베르 골프장. 아직 어둡고 쌀쌀한데도 골퍼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가을맞이 행사로 그린피를 4만원 할인하자 새벽 공기를 가르고 고객들이 몰려왔다. 비회원들은 오전 7시30분 이전에 티오프를 하면 10만원에 운동을 할 수 있었다. 다음달에는 추가 할인이 제공돼 9만원에 18홀을 돌 수 있다. 이곳뿐 아니라 수도권 각지에서 회원권 없이도 10만원 안팎을 내고 주중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광경이다. 회원권이 없으면 부킹조차 어려웠다. 요즘처럼 납회 시즌에 할인도 생각하기 힘들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작년 전국 545곳서 5718억 납세
사업자 재산세율 4% … 기업의 16배
골퍼들 1회 라운딩 세금 2만4120원
지자체, 세수 위해 골프장 유치 경쟁
손님 줄고 시장 포화 … 줄폐업 우려

 국내 골프장은 최근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중증 경영난을 앓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온갖 명목으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골프는 사치성 소비로 분류돼 국가에서 징수하는 개별소비세를 내야 한다. 골프를 칠 때마다 일인 당 1만2000원 씩이다. 개별소비세는 2007년까지 특별소비세로 불리던 ‘부유세’의 새로운 이름이다. 여기에 농특세·교육세·부가가치세를 합하면 세금은 2만1120원으로 늘어난다. 체육진흥기금 3000원까지 더하면 한 번 라운드에 내는 세금이 2만4120원에 이른다. 강원랜드 카지노에 들어갈 때 내는 입장료 6300원보다 4배 많고, 경마장 입장료 1000원의 24배다. 체육진흥기금은 스포츠 종목에서 유일하게 골프에만 부과하고 있다. 골프장 사업자들은 1999년부터 부과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반응이 없다.





대중화 됐는데 ‘부유세’에 체육기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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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장 사업자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 역시 무겁다.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의 토지·건축물에 대한 재산세율은 4%다. 일반 기업에 대한 과세율의 16배다. 골프장에 들어서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세금 부과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보수용 잔디 재배지, 골프장 내 주차장과 도로는 물론 창고·차고·난방용 보일러 같은 시설물이 모두 해당된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에겐 골프장이 ‘캐시 머신’이나 다름 없는 재정의 보고(寶庫)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쟁적으로 골프장 유치에 열을 올린다. 골프장 한 곳만 유치해도 온갖 명목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이 해마다 수십억원이다. 골프장이 가장 많은 경기도가 지난해 골프장에서 걷은 세금만 2749억원이었다. 골프장 1곳당 17억5095만원을 거둬간 셈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조원진 의원이 분석해보니 지난해 지자체들이 전국 545개 골프장에서 징수한 세금은 5718억원에 달했다. 경기도에 이어 강원(724억원)·경북(518억원)·경남(418억원)·충북(337억원)·제주(284억원) 순으로 많았다. 골프장이 159개로 전국 골프장의 30%를 차지하는 경기도의 징세 규모는 인구 45만명인 평택시 전체 지방세(2866억원)와 맞먹는다. 평택시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 지방세 수입이 10번째로 많은 지자체다.



 지자체가 곶감 빼먹듯 골프장 세금 빼먹기 파티를 즐기는 사이 국내 골프장은 고사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높은 세금 때문에 그린피를 내릴 수 없는 골프장들은 해외로 손님을 빼앗긴다. 고객은 값싼 골프장을 찾아 해외로 몰려 다니고 있다. 일본·중국·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 등 주변 국가에 국내 골프여행객이 무더기로 몰려나가는 건 일상화됐다. 이들 국가에서 골프를 치면 비행기와 숙박비를 포함해도 본전을 뽑고 온다는 얘기다. 골프장경영협회 관계자는 “주중 그린피 10만원이면, 골퍼가 골프장에 내는 돈의 40~50%가 결국 국고와 지방세로 들어간다”며 “앞으로 주중 그린피가 5만원까지 내려가면 골프장 수입은 제로(0)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크린 골프가 널리보급되면서 회원제 골프장 한 곳당 평균 내장객은 연 10만명에서 최근 6만5000명으로 급감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이미 격렬해지고 있는 가격경쟁이 가열되면서 그린피를 한층 급격히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퍼블릭 빼고 회원제만 중과세” 헌소 조짐



 급기야 일부 골프장은 세금이 과중해 경영을 할 수 없다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경주신라골프클럽을 비롯한 대구·경북 9개 회원제 골프장은 최근 경북 경주시를 포함한 7개 관할 지자체를 상대로 대구지법에 재산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이들 업체는 “회원제 골프장만 사치성 재산으로 분류해 중과세율을 적용해 퍼블릭 골프장과 차별 과세를 하고 있다”면서 “이는 공평 과세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체들은 소송 대리 변호인을 통해 앞으로 위헌법률심판 청구를 신청하거나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프장 업계의 재산세 인하 요구는 제주·경남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경영난으로 세금을 내지 못해 골프장 재산까지 압류당하는 곳이 늘어나자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하거나 문을 닫는 곳도 나오면서 조직적으로 세금인하 요구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처럼 문을 닫는 골프장이 무더기로 나오면서 국가와 지자체의 애물단지가 되고 골프산업도 황폐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내 골프장은 이미 인구에 대비해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노영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 10만명 당 한 개의 골프장을 시장 수요 포화상태라고 본다면 국내 골프장은 480개가 최대 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골프장은 현재 545개에 달한다. 노 연구위원은 “골프가 대중화된 만큼 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중과세는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미 이런 과정을 경험했다. 호황기에 잔뜩 지어진 골프장이 과잉상태가 되면서 2000년대 들어 도산하는 곳이 줄을 이었다. 2001~2012년 사이에 문을 닫은 골프장이 630곳에 달한다. 높은 세금과 지자체의 과당 유치경쟁으로 한때 골프장이 3000개에 육박했으나 이 가운데 20~30%가 결국 문을 닫았다. 서비스업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 혁파에 나선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골프장에 아직도 부유세가 과세되는 것은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다”며 골프장 입장세 폐지 방침을 밝혔다. 일본의 ‘골프장 입장세’는 800엔(약 7200원)이다. 국내 골프장 개별소비세 1만2000원의 60% 수준이다. 더구나 일본은 하루에 몇 라운드를 해도 800엔이면 된다. 한국은 18홀을 친 뒤 추가로 9홀을 돌면 개별소비세를 다시 내야 한다. 한국이 훨씬 세금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일본은 골프장 입장세 폐지 방침 밝혀



 골프장은 체육·레저가 서비스의 본질적인 목적이라는 점에서 부유세 성격의 과도한 세금 부과는 비현실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골프는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골프인구가 1998년 250만명에서 최근 400만명으로 불어날 만큼 대중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중산층 4인 가족이 골프장을 이용하는 건 부담스럽다. 최근 주중 10만원짜리 골프가 나오고 있지만 4인 가족이 한 라운드를 돌려면 캐디피까지 합쳐 50만원을 내야한다. 골프산업 전문가인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국내 골프장의 경영 전망은 매우 어둡다”며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골프장 파산과 깡통 회원권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골프장 스스로 경영을 합리화하는 자구 노력도 시급하다. 그동안 국내 골프장은 주로 건설사가 사업자로 나면서도 묻지마 분양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회원권이 분양권 아래로 곤두박질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회원과의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국내 골프장 회원권 규모는 2012년 17조986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전년대비 1.2% 감소했다. 특히 2007~2008년에 분양한 회원권의 가격 하락이 극심해 반환청구가 잇따르고 있다. 정문현 교수는 “회원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주주회원제를 도입하거나 퍼블릭골프장으로 전환해 경영난을 적극적으로 타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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