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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거리’ 홍대 앞 집값 10년새 5배 넘게 뛰어

표정 바뀐 서울 서촌 도로정비 공사가 진행 중인 지난해 4월의 서울 서촌 옥인길(왼쪽)과 25일 같은 장소(오른쪽). 평범했던 동네 뒷골목이 도로를 정비한지 1년 반 만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관광 명소가 됐다. 골목 1층은 리모델링을 거쳐 카페·공방 등이 자리 잡았다. [사진=남재경 서울시의원, 신인섭 기자]


지난 22일 수성동 계곡으로 이어지는 서울 서촌 옥인길은 주말 나들이를 온 이들로 북적거렸다. 사람들이 걷는 길의 주택 1층은 대부분 상가였다. 디자인 꽃집, 수제 잼 가게, 카페 등…. 사람들은 길을 걷다 잠시 멈춰 꽃을 사고 커피를 마셨다. 친구와 함께 온 이한솔(25)씨는 “아파트촌과는 다른 서촌 특유의 옛 정취도 느낄 수 있지만 오르막길 내내 인왕산이 눈에 들어와 정말 좋다”고 했다.

1억7000만원 들여 손본 서울 서촌길
관광객 몰려 “경제효과 수십 배”
“길만 넓힌다고 가치 오르지 않아
보행로 채울 콘텐트도 고민해야”





 서촌은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전파상과 분식집만 있는 평범한 뒷골목이었다. 종로구는 지난해 수성동 계곡을 정비하면서 옥인길 폭을 넓히는 사업을 함께 진행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길을 손보는 데 든 예산은 고작 1억7000만원이었지만 그로 인한 경제 효과는 수십 배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사람이 모이자 가게가 생겼고 땅값과 임대료가 올랐다. 때마침 성곽길이 정비되면서 상승 효과도 컸다.



 보행 환경이 부동산 가격이나 상권 등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는 곳이 서촌과 함께 걷기 좋은 거리로 꼽히는 홍익대 앞, 판교다. 2000년 이후 홍대와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비교하면 보행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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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대표적 걷고 싶은 거리인 홍대는 지난 10년간 집값이 5~8배까지 뛰었다. 평(3.3㎡)당 700만원 하던 집값이 지금은 4000만원에 육박한다. 스피드부동산 이종찬 대표는 “점포 권리금은 최대 7억원 수준이다. 신촌은 아무리 목이 좋아도 4억원을 넘지 못한다”고 말했다. 홍대와 달리 ‘발레 파킹’ 중심의 차량 문화를 고수한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압구정 A공인중개사는 “ 과거의 명성은 사라지고 무권리금 점포가 늘고 있다”며 “월세 수준의 발레비를 감당해야 하는 점도 업주들을 부담스럽게 한다”고 설명했다. 로데오거리 대신 걷기 좋은 가로수길이 떴다.



 ‘차 없는 아파트’를 표준으로 조성된 판교신도시도 성공 사례다. 판교 로뎀공인중개소 임좌배 대표는 “자전거길, 일자형 산책로 등이 잘 갖춰져 있는 지역의 상가와 아파트가 더 비싸다”며 “운중천 주변의 산책로 주변에 카페촌 상권이 생겨난 것도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1㎞ 길이의 세운상가에 보행로를 만들면 북한산~성곽길~창덕궁~종묘~세운상가~남산~용산공원(2017년 착공)~한강에 이르는 서울의 세로축이 완성된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20년 정도 앞서 보행공간 확대에 나선 선진국은 구체적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경영대 도시부동산 분석센터는 2012년 “걷기 좋은 도시일수록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대학 진학률이 모두 압도적으로 높다”고 밝혔다. 또 미국 빅토리아 교통정책연구소는 올 3월 자동차 속도가 시속 5~10㎞ 낮아지면 인접한 거주지 부동산 가격이 20%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걷기 좋으면 돈도 쓰게 된다. 영국 액센트 마케팅&리서치의 2009년 연구에 따르면 런던 도심을 걸어 다니는 사람은 승용차 이용자에 비해 약 42% 더 많은 돈을 썼다. 보행자는 주당 91파운드(약 15만8800원)를 썼지만 승용차 이용자는 64파운드(약 11만1700원)를 쓰는 데 그쳤다. 또 2013년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캐나다의 걷기 좋은 도시 1~3위와 비만율이 낮은 도시 1~3위가 밴쿠버·토론토·퀘벡으로 정확히 일치했다.



 하지만 사회간접자본을 짓듯 보행시설을 만든다고 해서 저절로 경제효과가 따라오지는 않는다. 서촌과 북촌, 홍대 모두 자생적인 콘텐트가 풍부한 곳이다. 지난 10년간 홍대 앞 거리의 변화를 지켜봤다는 클럽 DJ 정동환(30)씨는 “오랫동안 홍대를 지켜온 문화·예술인들이 소규모 전시와 행사를 통해 저력을 발휘한 덕분에 프랜차이즈의 홍수 속에서도 홍대만의 정체성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촌의 경우 올해 초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탈바꿈하며 도약을 노리고 있으나 “길만 넓어졌을 뿐 길을 채울 콘텐트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 이원목 보행자전거과장은 “격주마다 세종로를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할 계획을 세웠지만 차량을 통제한 거리에서 할 만한 행사 등이 부족해 계획대로 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립대 정석(도시공학) 교수는 “ 결국은 소프트웨어의 힘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거기엔 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강인식 팀장, 강기헌·구혜진 기자, 이은정(단국대 중어중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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