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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근의 시시각각] 부활한 하이닉스, 누가 살렸나

정철근
논설위원
1990년 말 경기도 이천의 현대전자 반도체공장(현 SK하이닉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겨울방학 때 현대그룹 인턴사원에 지원했는데 회사 교육 프로그램이 현대그룹 계열사 현장을 도는 것이었다. 당시 현대전자 반도체공장은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에 창문이 작아 대형 막사 같은 삭막한 느낌을 받았다. 안내하는 직원은 공장 건물을 1년 만에 완공했다고 자랑했다. 현대는 공사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겨울철엔 버너를 때서 콘크리트를 말렸다고 한다.



직원들의 사활 건 생산성 향상 노력
SK가 15조원 투자하는 밑거름 돼

 김대중 정부 때 빅딜정책에 따라 현대전자는 LG반도체를 합병했다. 2001년 회사 이름을 하이닉스반도체로 바꿔 달았다. 그러나 D램 가격 하락으로 하이닉스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하이닉스는 대우자동차와 함께 채권은행들의 골칫거리였다. 당시 은행을 출입할 때였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하이닉스의 독자 생존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반도체산업은 과감한 설비투자로 시장을 선점해야 성공할 수 있는데 돈이 없는 하이닉스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인수에 뛰어든 미국의 마이크론이 내놓은 조건은 굴욕적이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채권단은 매각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당시 정부와 채권단이 간과한 자산이 있었다. 하이닉스의 직원들이었다. 직원들은 “우리의 자존심과 혼을 담보로 맡기겠다”며 구조조정에 동참했다.



2만2000여 명의 직원 중 절반을 감원하고 5차례 임금을 동결했다. 설비투자 할 돈이 없어 200㎜ 웨이퍼 공장을 300㎜ 공장으로 리모델링해 썼다. 고가 장비를 개조해 다시 쓰는 ‘블루칩’ 프로젝트로 9500억원의 투자 효과를 거뒀다. 4개의 공장을 구름다리로 연결해 직원들이 일일이 가공품을 옮겼다. 직원들은 매일 전쟁을 치르는 자세로 일에 매달렸다. 오죽하면 한 임원이 경영혁신 사례를 묶은 책의 제목이 『21세기 난중일기』였겠는가. 살기 위한 몸부림이 생산성을 높인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95년 전 세계 D램업체는 26개였다. NEC·히타치·도시바·미쓰비시·후지쓰 등 일본 굴지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었다. 그 뒤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치킨게임’을 벌인 결과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만 살아남았다. 하이닉스를 헐값에 먹으려던 마이크론은 일본 엘피다를 인수했으나 업계 3위로 밀렸다.



 지난 주말 SK하이닉스 공장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반영하듯 공장 곳곳에선 활력이 넘쳤다.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공장의 골조가 거의 갖춰지고 있었다.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를 타고 이천 하이닉스 공장을 지나가다 보면 왼쪽에 대형 크레인 수십 대가 세워져 있는 그 건물이다. 길이 333m, 폭 160m, 건물 면적이 국제규격 축구장 7.5개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이 거대한 공장을 완공하는 데 14개월밖에 안 걸린다. 콘크리트 기둥을 미리 공장에서 만들어 와 조립하는 PC(Precast Concrete) 공법으로 시공하기 때문이다. 현장 관계자는 “비용이 더 들지만 시장 선점 효과가 중요한 반도체공장의 특성상 공기를 4개월 정도 앞당기기 위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55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8조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생긴다고 한다. SK그룹은 이 공장에 15조원을 쏟아붓는다. 그룹의 미래를 건 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투자다. 직원들의 노력에 기업가 정신이 합쳐져 진정한 부활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제조업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뾰족한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닉스의 부활 과정은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을 보여 주고 있다. 경종민 KAIST 교수는 하이닉스 해외 매각을 반대했던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반대 논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이닉스를 외국 기업에 팔아 돈을 받았다고 칩시다. 그 돈으로 무슨 사업을 벌일 겁니까. 신발산업입니까? 영화나 레저산업입니까? 이 나라 이공계를 지망한 젊은이들이 일할 곳이 있어야 합니다. 국가의 미래전략산업으로 반도체 말고 다른 어떤 사업을 하겠습니까.”



정철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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