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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510세 다비드상’ 촬영 허용하자 관람객 급증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1481년 작 ‘동방박사의 경배(목판에 채색 2m50㎝X2m50㎝?우피치 미술관)’를 복원하는 모습. 채색하기 전 스케치와 최종 그림이 달라 덧칠 논란에 휘말렸던 이 작품을 피렌체 국립복원연구소가 2011년부터 복원에 착수했다. 2015년 공개할 예정이다. [피렌체=정재숙 기자]

세계적인 유형문화유산(Tangible Heritage)의 보고인 구대륙 유럽 중에서도 이탈리아는 적자(嫡子)를 자임하는 선두 국가다. 수세기에 걸친 도시 국가의 융성으로 전 국토가 미술관이고 박물관이다. 폐허조차 유적의 반열에 올리는 힘 뒤에는 세월과 자연과 재해를 거스르며 부단히 유물의 보수·복원에 힘써온 노력이 있다. 1등급 복원의 현장을 찾아 그 이론과 실천 전략을 엿봤다.


 벌거벗은 한 남자를 올려다보는 사람들 눈길이 경배의 염원으로 빛난다. 앞과 뒤로 돌며 꼼꼼하게 뜯어보는 발길이 성지 순례를 닮았다. 지난 8일 이탈리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 1층 중앙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늠름한 자태로 21세기 관람객들을 맞는다. 1504년 태어나 510년이 흘렀지만 이글거리는 눈동자, 분노에 사로잡힌 청년의 얼굴은 늙지 않았다. 독재자 피에로 메디치와 그를 비호하는 세력들이 쫓겨 간 로마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다윗은 조각상을 군대보다 더 신뢰했던 피렌체 공공미술의 꽃이었다. 반세기 넘게 서두르지 않고 원형을 지켜가며 다비드상을 복원·보수해온 노력이 오늘 피렌체에 영광을 준다.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사진촬영을 엄격히 금지했던 이탈리아 정부가 허용으로 방향을 바꾼 건 올해 10월 들어서다. 박물관·미술관 내 촬영 시행 배경에는 물론 입장료 수입을 늘려 세수(稅收) 증대에 기여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유산의 보존·복원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재정 악화로 문화계에 대한 정부 지원이 거의 끊긴 뒤 오히려 주요 미술관이 낸 수익 중 일부가 문화부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관람객의 편의는 문화정책 중 1순위를 차지한다. 우피치 미술관 등 27개 미술·박물관 연합체는 1년 수익금의 약 25%를 정부에 낸다.

 마니올리아 스쿠디에리 우피치 미술관 보수부문 감독은 “우리 미술관의 최대 목표는 문화유산의 보존·복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다른 미술관이 수장고를 저장고처럼 관리만 할 때 우피치는 과감하게 열고 작품을 복원해 연구 개념 실험실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유연한 정책이 복원 기술을 오히려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유형문화유산의 복원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기관은 로마·피렌체·베네치아 등 주요 도시마다 흩어져 있다. 지난 7일 찾아간 피렌체 국립복원연구소(OPD)는 1588년 이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설립된 연혁을 자랑하는 기관이다. 석재·유리·청동·귀금속·도자·벽화 등 11개 분야로 나뉘어 전문성을 자랑한다. 다비드상의 보수·복원도 이 연구소가 맡아 했다. 크리스티나 임프로타 석재 보수부문 감독은 “1966년 피렌체 대홍수 이후 절박한 현실에서 전 세계 전문가가 몰려와 큰 기술적 발전을 이뤘다”며 위기가 기회라고 말했다. 르네상스 시대 조각가인 도나텔로의 목조 조각 ‘막달라 마리아’를 보수 중이던 페테르 스티베르크(60)는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단순히 기술의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간섭을 버틸 줄도 아는 복원 윤리를 강건하게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숭례문 복원 사례에 대해 “왜 나날이 발전하는 현대 기술이 많은데 굳이 수백 년 전 전통 기술에 집착했는가, 톱질하기 같은 경우는 보여주기 식 쇼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몇 십 년에 걸쳐 해도 모자랄 대역사를 단 몇 년에 끝낸 건 이해할 수 없는 바보짓이라고 말했다.

 마침 유화 분야 연구실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1481년 미완성작인 ‘동방 박사의 경배’가 복원 작업 중이었다. 목판에 그려진 이 작품은 4년째 덧칠한 물감을 걷어내고 원형을 되살리는 데 여러 명의 연구원이 달라붙어 있었다. 2015년 우피치 미술관 특별전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그림은 이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세상을 구원하러 온 아기 예수가 자비로운 성모 마리아의 품에 안긴 자태가 신비로운 빛 위로 떠올랐다. 문득 바흐의 합창곡이 그림 위로 내려앉았다.

 “내 마지막 시간이 다가올 때/ 내가 이 세상에서 떨어져나갈 때/ 나를 도와주소서, 나의 주 예수 그리스도여/내 마지막 고통 속에서/ 주여, 마지막 때에 내 영혼을/ 내 영혼을 당신의 두 손 안에 놓으니/ 당신이 정히 받아주소서.” 예술작품에 불멸의 시간을 선사하는 복원이 또 하나의 예술 행위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로마·피렌체=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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