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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쏘공’ 150장면 중 80장면 삭제·수정 … 그 시절 힘들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한국영화제 폐막작인 ‘화장’ 상영 후 핸드프린팅을 하고 있는 영화배우 안성기. [사진 주영한국문화원]
내로라하는 영화배우로 58년째인 그에게 영화와 관련해 ‘새로운 일’이란 게 있을까 싶었다. 속된 말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치렀을 터이니. 하지만 영화의 또 다른 중심지랄 수 있는 런던에서 영국 관객들과 대화하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선지 표정이 밝았다. ‘국민 배우’란 호칭이 자연스러운 영화배우 안성기(62)씨 얘기다.

 그가 런던을 찾은 건 최근작 ‘화장’이 이달 열린 런던 한국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때문이었다. 지난 15일 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박수가 터져 나왔다. 늦은 시각인데도 관객 대부분이 자리를 지킨 채 그와의 대화를 즐겼다.

 “네다섯 살부터 연기를 했다는 걸 아는데 가장 고비가 됐던 건 뭐냐.”

 평범할 수도 있는 질문에 그가 긴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5살 때인 1957년부터 연기했다. 사실 어렸을 때는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고교 시절부터 연기가 뜸했다가 26살 때인 78년 다시 영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곤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털어놓았다.

 우선 ‘검열’이었다. “70년대는 정치적 상황이 암울했던 시기라 원하는 작품, 현실감 있는 영화, 살아있는 영화를 하기 힘들었다. 영화를 평생 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굉장히 암울했다. 특히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81년)은 150장면으로 이뤄졌다면 80장면은 수정·삭제됐다. 애초 영화와 전혀 다른 영화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곤 ‘나이듦’이었다. “90년대 후반이 되자 (주인공이 아닌) 조그만 역할의 시나리오가 오더라. ‘나한테 뭐 이런 걸 (보내나)… 이게 무슨 일일까’. 처음엔 그게 마음이 아프고 자존심도 상하고 힘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쪽이 원해야 하는 일이니까, 비중은 작아지겠지만 존재감 자체는 작아지지 않게 하자는 걸로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부연도 했다. “살면서 가장 행복해 하는 건 촬영 현장에 있을 때인데, 큰 역할만 기다리다 보면 몇 년에 한 편 할 텐데 그러면 현장에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조그만 역할이라도 존재감을 가지고 계속하는 게 행복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의 질문은 이어졌다.

 - 지금껏 가장 연기하기 힘들었던 장면은.

 “연기하기에 쉬운 건 없다. 간단하다고 간단하게만 하면 안 되니까 어려운 것이고, 어려운 건 어려우니까 어려운 거다. 관객들은 정확하다. 대충하면 ‘대충하고 있구나’ 귀신 같이 안다. 사실 힘든 건 배우의 여지를 전혀 안 만들어주는 연출자를 만났을 때다. 옴짝달싹할 수 없고 상상력이 막혀 단순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을 때가 힘들다. 그것 역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 영화감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연출가의 능력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그게 없다. 감독들은 너무너무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을 한다. 희열을 느낄 때도 있겠지만 영화를 끝내고도 평생 압박을 받는다. 배우는 부담은 적으면서 넓은 세계와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나는 그게 좋아 배우만 한다.”

 이번 영화제엔 배우 정우성·강동원도 참석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들 배우를 집중 취재해 보도하기도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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