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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슨’의 기적 … 시민구단 성남이 축구왕

두지 못한 수가 묘수가 됐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경기 종료 직전 GK 박준혁(오른쪽 아래)을 전상욱으로 교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박준혁은 승부차기 2개를 막아내며 우승의 주역이 됐다. 박준혁을 넘어뜨리며 기쁨을 나누는 성남 선수들. [뉴스1]

FA컵 지도자상을 수상한 김학범 감독. [뉴스1]
시민구단 성남 FC가 한국 축구 왕중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학범슨’ 김학범(54) 감독과 골키퍼 박준혁(27)이 ‘1대99 우승 예측’을 뒤집었다.

 성남은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의 FA컵 결승에서 연장까지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4-2로 승리했다. 프로·아마를 망라해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FA컵에서 성남은 전신인 일화 시절(1999·2011년) 포함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시민구단 성남 FC로 새출범 후 첫 우승이다. 성남은 상금 2억원과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차지했다.

 연장 후반 막판 양팀 감독은 나란히 승부차기 전문 골키퍼를 준비시켰다. 먼저 최용수 서울 감독이 연장 후반 13분 골키퍼 김용대를 유상훈으로 바꿨다. 김학범 감독도 골키퍼 박준혁을 노장 전상욱(35)으로 바꾸려 했지만 경기가 멈추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최용수 감독이 볼을 돌리라고 지시했고, 결국 성남은 골키퍼를 바꾸지 못했다.

 그게 성남에 전화위복이었다. 박준혁은 서울의 1번 키커 오스마르, 3번 몰리나의 킥을 막아냈다. 김 감독이 두지 못한 수(手)가 역으로 묘수가 됐다. 1m80cm로 골키퍼 치고는 키가 작은 박준혁은 강심장으로 유명하다. 전주대 시절 딱딱한 풋살공을 바로 앞에서 때려도 얼굴을 들이미는 선수였다. 최우수선수로 뽑힌 박준혁은 “어제 룸메이트 전상욱 형이 서울 페널티킥을 돌려보며 분석하더라. 승부차기 직전 오스마르의 킥 습관 등 비법을 전수해줬다”고 웃었다.

성남 선수들이 우승 후 ‘비웃었던 것을 갚아주겠다’는 의미의 현수막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성남 구단]
 올 시즌 K리그 12팀 중 11위로 2부리그 강등 위기에 몰린 성남은 객관적 전력상 4위 서울에 한 수 아래였다. 김 감독은 지난 20일 “100명 중 99명이 서울의 우승을 점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은 서울 원정에서 최근 8연패 포함 3무9패였다.

 앞서 서울 선수들이 FA컵 결승 상대가 전북이 아닌 성남으로 결정되자 구단 버스에서 환호하는 동영상이 SNS를 통해 공개됐다. 성남 수비수 박진포(27)는 “자존심이 상한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학범슨 선생님’이 있다”고 말했다.

 ‘학범슨’은 김학범 감독을 ‘명장’ 알렉스 퍼거슨에 빗댄 별명이다. ‘전략의 달인’ 김 감독은 지난 9월 위기에 빠진 친정팀 지휘봉을 잡았다. 성남은 올 시즌 감독만 세 차례 바꿨다. 박종환(76) 감독은 지난 5월 선수 폭행 논란 속에 자진사퇴했다. 이상윤(43) 감독대행과 이영진(38) 감독대행은 각각 4개월, 2주만에 물러났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이었던 김 감독은 친정팀의 SOS를 외면할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성남 일화 시절 코치로 3차례, 감독으로 1차례 K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김 감독은 FA컵에서 ‘학범슨 매직’을 선보였다. 4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올 시즌 K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을 꺾었다. ‘텐 백(골키퍼 빼고 전원 수비)’ 비아냥 속에서 대어를 낚았다. 결승을 앞두고는 “우리는 우승 별이 7개나 되는데, 서울은 몇 개나 되죠”라고 신경전을 펼쳤다. 선수들에게는 “내가 서울을 어떻게 잡는지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김 감독은 수비 라인을 끌어올린 뒤 강한 압박으로 서울의 패스 전개를 무디게 했다.

 김 감독은 “시민구단 출범 첫 해 결실을 맺었다. 시민구단이 망신 안 당하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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