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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병우는 어떡하죠 … 끝까지 동료 걱정

지난 20일 고양 원더스 훈련장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한화로 떠난 박상열(왼쪽 둘째) 코치가 선수들과 마지막 훈련을 했다. 박 코치는 “원더스 유니폼을 손자에게 물려줄 생각”이라고 했다. [고양=김원 기자]

김성근(72) 감독이 썼던 감독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원더스의 슬로건 ‘열정에게 기회를’이 적혀 있던 현수막은 보이지 않았다.

 2011년 9월 창단한 국내 최초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는 지난 9월 11일 해체했다. 지난 3년간 야구에서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던 선수들은 원더스에서 재기할 기회를 얻었다. 이 중 29명(2명은 입단 예정)은 프로 구단 입단에 성공했다. 야구에 미친 ‘괴짜 구단주’ 허민(38) 대표는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고, 3년간 100억원이 넘는 돈을 원더스에 투자했다. 그러나 리그 편입 문제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생긴 이견을 해결하지 못했다. 팀은 없어졌지만, 선수들은 남았다.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20여 명은 해체 당일에도 경기장에서 훈련을 계속 했다. 원더스는 11월까지 이들의 훈련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마지막이 가까워 올수록 숫자는 점점 줄었다. 지난달 말 한화와 계약한 김성근 감독이 떠났고, 김광수·박상열·아베 등 원더스 코치 일부도 김 감독을 따랐다. 내년부터 프로야구 NC가 고양야구장을 2군 경기장으로 쓰게 됐고, 남은 선수들은 26일을 끝으로 고양을 떠난다.

 지난 20일 고양야구장에는 이상훈 코치와 7명의 선수들이 운동을 했다. 최근 들어 가장 적은 선수들이 모인 날,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박상열 코치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날아왔다. 박 코치는 22일 딸 결혼식 참석을 위해 귀국했다. 코치실에 들어오자마자 능숙하게 옷장에서 유니폼을 꺼낸 그는 “나는 이 옷(원더스 유니폼)이 편하다”고 웃었다. 2시간 가량 선수들과 마지막 훈련을 한 박 코치는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자리를 피했다.

 선수단과 동행하며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고 있는 ‘원더스(가제)’ 팀도 반가운 손님이었다. 공동연출을 맡은 김보경 감독은 “며칠 전 김성근 감독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아직도 잘 찍고 있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김보경 감독은 “‘원더스’는 (좌절하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는데, 이제는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가 돼 버렸다”며 씁쓸해 했다.

 김수경(35)은 고로케 한 상자를 들고 찾아왔다. 2000년 다승왕 김수경은 2012년 은퇴 후 넥센 코치로 있다가 지난해 원더스에 입단했다. 내년 프로 복귀를 목표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그는 “나보다 후배들이 걱정”이라며 “함께 뛰어보니 원더스 선수들이 정말 잘했다. 다 잘될 줄 알았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해체 발표가 난 날은 2주 휴가를 마친 선수들의 복귀일이었다. 김수경은 “선수들은 희망에 가득 차서 모였다. 그래서 좌절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했다.

 내년 1월 군입대를 결정한 강우찬(24)은 "원더스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보다 청각장애가 있는 팀 동료 박병우(21)를 걱정했다. 강우찬은 “우리는 다른 일이라도 할 수 있지만, 병우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병우는 상대의 입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한다. 하송(37) 원더스 단장의 해체 발표를 들은 박병우는 몇 명을 붙잡고 “진짜냐”고 되물었단다. 그리고 동료들의 눈물을 보고 난 후에야 따라 울었다.

 짐을 챙기던 김수경이 경기장 전광판 시계를 가리켰다. “우리 시계는 멈췄는데, 저 시계는 계속 잘 가네.” 선수들의 이름이 사라진 고양야구장 전광판에는 시계만 켜져 있었다.

고양=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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