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가 있는 아침] 비밀의 목적

비밀의 목적 - 김도언(1972~ )


나, 목적이 없는 비밀을 갖고 싶은 적 있었죠. 그것은, 그대가 상상하는 것처럼 죽어가는 나뭇가지를 한번쯤 손으로 받쳐주는 일이거나 햇볕 쨍쨍한 아스팔트 위 달팽이를 음지의 이끼 위에 놓아주는 일처럼 근사한 일은 아니에요. (…) 비밀은 남루하고 가난하니까요. 그런데도 왜 사람들이 비밀을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는지 (…) 그것은, 견딜 수 없도록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비밀은 자신에게 드리는 예배 같은 것이거든요. (…) 그것은 하루 종일 빗줄기의 개수를 세는 일이거나 구름의 방랑을 응시하는 일. 우물이 키운 모래알이 사막 한복판으로 나아가는 일. 그래서 당신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는 눈을 갖게 되는 일.



비밀은 자신에게 드리는 예배 같은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남루하고 가난한 비밀. 그러나 말하지 않고 비워둠으로써 가득 차오르는 것. 하루 종일 빗줄기의 개수를 세거나 떠가는 구름의 방랑을 응시하는 일, 당신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는 눈을 갖게 되는 일처럼 사소하지만 근사한 비밀이 있을까. 우리의 작고 눈부신 시간들이 사막 한복판으로 나아간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더 많은 비밀을 간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병승·시인>

▶ [시가 있는 아침]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