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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전·민주화 경험, 미얀마와 공유했으면”

미얀마 인권과 관련된 이양희 교수의 발언은 영향력이 크다. 지난 7월 미얀마 방문 당시 그는 미얀마가 개혁 이전으로 되돌아갈(backslide)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달 미얀마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도 똑같은 단어(backslide)를 사용해 미얀마에 개혁을 요구했다. 21일 서울국제포럼 강연에 나선 이 교수. [김상선 기자]

“우기가 되면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는 마을이에요. 수도도, 화장실도 없어요.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7월 이양희(58)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가 미얀마에서 방문한 로힝야족(Rohingya) 피란민 캠프의 모습이다.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은 국민 대다수가 불교를 믿는 미얀마에서 박해를 받고 있다. 산아 제한을 당하는 것은 물론 이동의 자유도 없다. 이런 비극의 현장에서 이 교수가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게 바로 ‘인권’이다. 그는 유엔인권이사회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이다.

 이 교수는 1차 미얀마 방문 결과를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구두 보고했다. 미얀마 개혁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후퇴 하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군인 출신의 테인 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미얀마 정부는 국제사회에 대대적인 개혁·개방을 홍보하고 있다. 이 교수는 21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서울국제포럼 주관 강연회에서도 똑같은 당부를 했다.

 2006년 유엔 가입국의 인권상황을 체계적으로 감독하기 위해 세워진 게 유엔인권이사회(UNHRC)다. 현재 미얀마를 비롯해 북한·이란·수단 등 14개 국가의 인권 특별보고관이 있다. 한국인이 이 직위를 맡은 건 이 교수가 처음이다. 그는 스스로를 ‘국제사회의 눈과 입’으로 자처했다. 국제사회를 대신해 미얀마의 인권 실태를 살펴보고 이를 다시 공론화시키는 임무다.

 11박12일(7월 16일~27일)간의 미얀마 방문은 연일 강행군이었다. 오전 4시면 현지 유엔 직원이 그를 데리러 왔다. 피란민 캠프를 비롯해 현지 교도소를 시찰하는 것도 그의 임무다. “면담 대상자 명단은 하루 전에야 넘겨줘요.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면 면담자하고 사진을 찍어요. 이들이 보복당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에요.” 로힝야족 피란민 캠프가 있는 서북부 라카인 주를 비롯해 정부군과 반군이 교전하는 북부 카친주도 방문했다. 모두 미얀마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미얀마 옛 수도인 양곤에선 아웅산 수지 여사와 1시간 단독 회담을 하기도 했다.

 미얀마의 남은 과제로 이 교수는 영국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헌법의 개정 여부를 꼽았다. “아직도 ‘국민은 땅을 가질 수 없다’는 법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에요. 시대가 바뀌면 법도 바뀌어야 하는데 일부 법률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어요.” 미얀마에선 헌법 개정을 하려면 의회에서 75% 이상 찬성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의회의 25%를 차지하는 군부는 헌법 개정에 반대한다. 내년 미얀마 총선을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르는 것도 또 하나의 과제다. 그가 미얀마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들에게 자주 한 말이 “변화는 있어야 하고, 가능하며, 지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한국 야당을 이끌었던 원로 정치인 이철승(92) 서울평화상 문화재단 이사장의 딸이다. 미 조지타운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미주리대에서 특수교육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으로 국제기구에 발을 디뎌 위원장(2007~2011)까지 지냈다. 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미얀마 관련 심의를 다루면서 미얀마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그는 한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한국도 해방 이후 6·25 전쟁과 민주화 시기를 거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잖아요. 그런 경험을 미얀마와 공유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에요.”

 그는 내년 1월 미얀마를 다시 방문한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의 면담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유엔인권이사회 인권 특별보고관의 임기는 매년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1년 단위로 연장된다. 최대 6년까지 할 수 있다.

글=위문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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