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드라마 보는 남자] 예쁘면 다 용서된다? 인정!

한예슬이 돌아왔다. 2011년 여름, TV 드라마 ‘스파이 명월’(KBS2) 촬영 중 제작진과 갈등을 빚어 촬영장을 무단이탈했던 그다. 이 사건이 일대 파장을 일으켰던 건, 여느 연예인의 스캔들처럼 마약·음주·교통사고 같은 사생활 문제가 아니라 드라마 제작 현장의 갈등을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미녀의 탄생’(SBS)은 그가 그 뒤 3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이창민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주연 배우인 한예슬과 주상욱의 여권을 압수했다”며 “(한예슬이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11월 1일 방영을 시작한 ‘미녀의 탄생’을 보면 이 드라마의 제작진이 왜 ‘전과’가 있는 그를 다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지 수긍하게 된다. 한예슬은 여전히 예쁘고, 이른바 ‘정신 놓은 미녀’ 연기에 있어서는 따라갈 배우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매거진M] ‘미녀의 탄생’ 사라

‘미녀의 탄생’은 김용화 감독의 영화 ‘미녀는 괴로워’(2006)와 한예슬의 출세작인 드라마 ‘환상의 커플’(2006, MBC)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사금란(하재숙)이 전신 성형을 통해 ‘컴퓨터 미녀’ 사라(한예슬)가 되는 인생 역전극이란 점은 ‘미녀는 괴로워’의 설정과 비슷하고, ‘로맨틱 막장 코미디’라는 점에서는 ‘환상의 커플’을 닮았다. ‘환상의 커플’은 오만한 재벌 안나 조(한예슬)가 기억을 잃은 뒤 장철수(오지호)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렸던 작품이다. ‘미녀의 탄생’의 줄거리도 그에 못지않게 ‘막장스럽다’.



극 초반, 뚱뚱한 사금란은 해외 유학 중인 남편 이강준(정겨운)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치매에 걸린 시할머니를 성심성의껏 봉양하지만, 못된 시댁 식구들에게 온갖 구박을 받는다. 이 장면들은 오로지 시청자들의 울화통을 터지게 하기 위해 연출된 클리셰 덩어리였다. 흥미로운 건 그 다음이다.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모자라 교통사고까지 겪은 사금란은 성형 수술을 통해 사라로 다시 태어난다. 여기서 이 드라마는 사라가 실은 사금란이며, 사고 후 섬망(<8B6B>妄, 사고 후유증으로 망상을 보거나 헛소리를 하는 것) 증세를 보인다는 것까지 명명백백히 밝히고 넘어간다. 마찬가지로 주인공들이 일생일대의 변신을 겪었던 드라마 ‘루비반지’(2013~2014, KBS2)나 ‘뻐꾸기 둥지’(2014, KBS2)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이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주인공들의 흑역사와 출생의 비밀을 극적 반전을 위한 비장의 무기인 양, 극 후반까지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와 달리 ‘미녀의 탄생’은 주인공의 대변신에 대한 패를 일찌감치 공개함으로써 막장극의 조건을 산뜻하게 벗어났다.



그 뒤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본색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 최고의 무기는 한예슬이다. 한예슬은 로맨틱 코미디의 판타지를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배우다. 이를테면 전 남편 이강준에게 어떻게 복수할 거냐는 질문에 그가 “제가 너무 예쁘잖아요. 이렇게 예쁜데 무슨 계획이 필요하겠어요”라고 답하는 장면. 그 순간 사라를 연기하는 한예슬은 말 그대로 정말 예쁘다. 사라가 얼마 전까지 뚱뚱하고 불쌍한 사금란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그의 눈부신 미모와 귀여운 자아도취가 일종의 보상이자 기쁨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한예슬이 이미 ‘환상의 커플’에서 보여줬던 정신 놓은 미녀 연기까지 맛깔나게 더해지면서, ‘미녀의 탄생’은 기대 이상의 재미를 주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해 한예슬은 망가짐을 불사하는 미녀가 아니라 자신이 망가지는 줄 모르는 미녀를 연기한다. 그 묘한 자아도취를 바라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한예슬 앞에서는 ‘예쁘면 다 용서된다’는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딱 맞는 역할로 돌아온 한예슬이 이 드라마에서 앞으로 어떤 활약을 더 보여줄지 기대된다.





사라의 소울 푸드 ‘김떡순’



우리 모두 기억하고 있다. ‘환상의 커플’에서 자신의 본명이 안나 조인지 까맣게 잊은 나상실(한예슬)이 입 주위에 짜장을 가득 묻히고 했던 대사. “어린이들. 지나간 짜장면은 돌아오지 않아.”

짜장면은 ‘환상의 커플’에서 막걸리와 함께 나상실을 지탱했던 이른바 소울 푸드였다. ‘미녀의 탄생’의 사라는 갑자기 너무 예뻐진 나머지 외모를 과시하는 법을 모른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예쁘다고 말해주는 게 그저 고마워서 낯선 남자들의 추파에도 진심으로 감사해 할 정도다. 그런 그가 전 남편을 유혹하기 위해 죽도록 운동을 해 예쁜 몸매를 완성한 뒤, 스스로에게 상으로 내리는 소울 푸드가 있다. 바로 김밥과 떡볶이와 순대, 이름하여 ‘김떡순’이다. 사라가 그 일상적 음식을 눈부시게 아름답게 먹는 순간, 카메라는 그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본다. 그것이 바로 이 드라마의 빤하지만 강력한 매력이다. 언제 먹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맛 그대로 맛있는 김떡순처럼, 한예슬은 자신에게 제일 최적화된 매력을 선보이며 우리 곁에 돌아왔다.



진명현

새벽에 노트북으로 드라마 다운받아 보는 남자.

낮에는 KT&G 상상마당 영화사업팀장.

사람들이 악역이라 부르는 캐릭터에 곧잘 애잔함을 느낀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