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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주의 후퇴하나

미국 뉴욕은 다섯 개 지역으로 구성된 도시다. 뉴욕시를 생각하면 대개 중심지인 맨해튼을 떠올리지만, 이 도시는 요즘 뜨는 브루클린,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퀸스, 빈곤 및 범죄로 악명 높은 브롱코스, 그리고 단독주택이 많은 스태튼아일랜드로 구성돼 있다. 스태튼아일랜드를 뺀 다른 지역들은 모두 다리와 지하철로 맨해튼과 연결돼 있다. 맨해튼에서 스태튼아일랜드로 가려면 30분 정도 배를 타야 한다. 월가 남쪽에서 출발해 스태튼아일랜드로 가는 길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우뚝 서 있다.

최근 자유의 여신상을 지나면서 갑자기 무거운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혹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런 우려를 갖게 된 것은 최근 미 정치에서 드러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 탓이다.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로 민주·공화 양당 체제로 인한 경쟁 없는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다. 각 당의 골수 지지파들이 늘면서 정치적 지역분화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쟁과 협상을 통해 더 나은 정책을 창출하는 정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물론 당내 경쟁이 있긴 하지만 이는 동일한 정치철학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 간 경쟁이기에 정책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내 고향인 미시간주 앤아버는 대학촌이라서 그런지 공화당의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민주당 세력이 강한 곳이다.

최근 중간선거에서도 시장 후보들은 민주당 소속이거나 무소속이었다. 시의원에는 민주당 후보 일색이었다. 이처럼 경쟁 없는 선거를 통해서는 새로운 정책이나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화당 강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구조는 견제가 없기에 부패를 쉽게 양산한다.

부패는 꼭 뇌물뿐이 아니다.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봐주기’와 같은 세련된 방법도 있다. 미국에선 노골적인 부패보다 이런 세련된 부패가 흔하다. 특히 봐주기는 연방정부보다는 지자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앤아버에 인접한 디트로이트는 재정적자로 2013년 파산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지자체의 파산이었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디트로이트 파산 원인 중 하나는 임금과 연금에 관련된 공무원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계속 수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은 공무원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시 정부는 지역경제 침체와 맞물려 파산했다.

둘째는 기본권 침해에 대한 우려다. 미국은 헌법을 제정할 때 기본권 보장이 빠져 1791년 10개 권리를 보장하는 ‘권리장전’을 만들어 개헌을 했다. 그 내용을 보면 정부의 공권력을 억제하고 시민에게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최근 이에 반하는 사건들이 늘고 있다. 2013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국가안보국(NSA)이 인터넷을 감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국가안보라는 명분 앞에 침묵하고 있다.

민주화의 반대말은 비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상황을 보면 비민주화의 초기 단계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를 원상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경쟁 선거와 기본권 보장이 확립돼야 한다.

이런 민주주의에 대한 역행은 미국에만 해당되진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20세기 수많은 전쟁과 갈등에 따른 막대한 희생을 대가로 자리를 잡았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은 압제로부터 해방된 민주사회를 갈구하는 인간의 희망을 상징한다.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때다.



로버트 파우저 미국 미시간대에서 동양어문학 학사와 언어학 석사를, 아일랜드 트리니티대에서 언어학 박사를 받았다. 일본 교토대와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후 현재 미국에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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