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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도전정신 접목해 지방 명문고 만들겠다

대전 한빛고 홍사건 이사장이 올해 창단한 이 학교의 여자 축구팀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팀은 올해 전국체전에서 8강에 들었다. [중앙포토]
대전 한빛고의 국기봉(높이 35m)과 태극기(폭 8m). 국내 학교에서 최고, 최대 규모다.
대전 외곽순환고속도로 안영 인터체인지를 나서면 바로 옆에 학교가 하나 보인다. 학교 중앙의 유난히 높은 국기봉과 큰 태극기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알고 보니 국기봉의 높이는 35m이고, 태극기는 폭이 8m다. 국내 학교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가장 크게 걸려 있는 국기다.

기업 임원에서 교육자로 … 홍사건 대전 한빛고 이사장

학교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잇따라 낯선 방문객인 기자에게도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를 외쳤다. 한두 번이 아니라 마주치는 학생마다 반갑게 인사했다. 요즘 학교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학교 주변은 크고 작은 나무들로 가득 차 있었다. 흑송 등 귀한 나무도 보였다. 초록의 인조잔디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이 뛰어놀았다. 맨발도 자주 눈에 띄었다.

대전 한빛고의 첫인상은 높은 국기봉, 학생들의 인사, 잘 꾸며진 환경이 장식했다. 겉만 봐서도 범상치 않은 학교임이 느껴졌다. 이 학교는 2000년에 생겨났다. 기업 임원 출신인 홍사건(63) 이사장이 대전 성복고를 인수한 뒤 그 자리에 새 학교를 만들었다. 국내에서 개인이 학교를 설립한 사례는 그 뒤로는 없다. 학교 설립과 운영이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이 학교는 지난해 말에 치른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서 대전시 고교 중 1등을 차지했다. 14년 만에 기피 학교에서 우수 학교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과연 학교 운영의 성공 비결이 무엇일까. 홍 이사장을 만나 학교 설립 배경과 성공적 운영 비결은 물어봤다.

-학교를 만들게 된 이유는.
“삼성그룹에 입사해 제일제당(현 CJ)에서 일하다 삼성항공의 임원까지 올랐다. 대학 때부터 언젠가는 고향에 내려가 학교 운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대학(성균관대 경제학과) 다닐 때 교직과목을 이수해 교사 자격증을 따 놓았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고향(충남 당진)에 학교를 세우려 했는데, 신규 설립 허가가 안 났다. 그래서 신문에 학교 인수 의향이 있다는 광고를 냈다. 운영난을 겪고 있던 대전 성복고 재단 측이 연락해 와 인수를 결심했다. 염전을 가지고 있던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자금으로 썼다.”

-학교를 어떻게 바꾸기 시작했나.
“우선 낡은 건물들을 리모델링하고 주변의 땅 약 9000㎡(3000평)를 사들여 체육관ㆍ강당 등을 짓기 시작했다. 황량한 학교 주변에는 나무를 심었다. 지금까지 50만 그루 정도를 심었다. 기업에서 일할 때 우선 ‘하드웨어’가 제대로 갖춰져야 ‘소프트웨어’도 발전한다는 것을 배웠다. 학교 시설을 잘 조성해야 좋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인성이 좋아야 공부도 잘한다”
-개인 돈이 많이 들었을 텐데, 지금까지 어느 정도나 썼나.
“그것은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가족들이 동의한 일이라서 기쁜 마음으로 내왔다.”
학교의 행정실장에게 이사장 출연금의 총액을 물었으나 “홍 이사장이 외부에 밝히지 말 것을 당부한 사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호기(58) 교장은 “전체 액수는 모르겠고 최근 한 달에만 조경 공사비 등으로 이사장이 5000만원가량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십억원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생들이 인사를 아주 잘한다. 어떻게 된 일인가.
“우리 학교는 생활 교육을 강조한다. 기본 태도와 인성이 갖춰져야 공부도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입학 뒤 첫 학기에는 특히 태도 교육에 치중한다. 요즘에는 신입생들이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른다. 학교 행사에서 애국가는 4절까지 부른다. 태극기를 높이 세운 것은 나라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자는 뜻이다. 일주일에 두 시간씩 전교생이 태권도를 배운다. 졸업 때까지 모두 태권도 1단 이상이 되는 것이 목표다. 우리 학교에는 학교폭력이 없다. 학급마다 태권도 유단자들에게 ‘폭력행위 방지 책임’을 맡겼다. ”

-대전시에서 성취도 평가 1등을 하는 등 공부 잘 가르치는 학교가 됐다. 비결은.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르친 덕분이다. 나는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만큼 보람된 일이 없으니 열정을 쏟아달라고 늘 당부한다. 학교에 건물을 추가로 지은 덕에 2000년에 전체 12개 학급 규모였던 학교가 24개 학급 규모로 커졌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을 새로 뽑아야 했고, 자연스럽게 젊은 선생님들이 많아졌다. 경험 많은 선생님과 젊은 선생님들이 서로의 장점을 나누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국내 사학 최초로 교장 공모 실시
-뭔가 특별한 수업의 비결이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사교육 없는 학교를 지향한다. 수준별 수업이나 보충수업을 통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지도한다. 1학년은 오후 10시까지, 2ㆍ3학년은 오후 11시까지 학교에 남아서 공부한다. 나는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르치면 학생들에게 과외보다도 좋은 효과를 불러온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국내 사립고 최초로 학교장을 공모해 화제가 됐다. 왜 그런 시도를 했나.
“통상 사학들은 이사장과 가까운 사람이나 학교 교사 중에서 교장을 고른다. 그렇다 보니 교장이 자신 있게 학교 운영을 할 수 없다. 능력이 뛰어난 교장을 초빙하자는 생각으로 공모 광고를 냈다. 마침 서울 동덕여중 교장 출신인 김 교장이 응모를 했다.”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학교 운영에 어떻게 도움이 됐나.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서비스 정신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다해야 한다. 보다 좋은 시설을 제공해야 한다. 급식도 최대한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의 만족도가 커진다. 그런 부분이 인사 잘하고 공부 열심히 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다른 하나는 안주하지 않는 자세다. 학교는 기업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더딘 곳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현실에 그대로 머무르려는 성향이 커질 수 있다.”

-학교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계획하고 있는 일은.
“올해 여자 축구팀을 만들었다. 학교를 더 널리 알리고, 학생들이 애교심을 더 갖도록 한다는 뜻이었다. 올해 전국체전에서 8강에 들었는데, 내년에는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할 생각이다. 학교 부지에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짓기 시작했다. 내년에 완공되면 집이 멀어 통학 시간이 많이 걸리는 학생, 가정환경이 공부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나씩 쌓다 보면 머지않아 명문고로 자리잡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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