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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록의 원류를 찾아서] 초기 비틀스, 5파운드 받고 ‘캐번 클럽’서 점심 공연

리버풀 시내 캐번 쿼터와 매슈 스트리트 근처에서 30년째 영업 중인 ‘더 비틀스 숍’. 입구 위에 있는 비틀스 동상은 리버풀시에서 처음 만들어진 비틀스 동상이다. [사진 조현진]
영국의 항구도시 리버풀은 기네스 세계 기록이 ‘세계 팝 음악의 수도(World Capital of Pop)’라고 명명했을 정도로 로큰롤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도시다. 리버풀 출신 아티스트들이 음악 차트 1위에 올린 곡은 모두 56곡으로 전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많다. 그러나 로큰롤 역사에서 이 모든 화려한 수식어나 압도적인 통계보다 함축적이면서 강렬하게 리버풀의 위상을 상징해주는 고유명사가 있다. 리버풀 출신으로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주역이자 로큰롤의 역사를 새로 쓴 4인조 밴드, 바로 ‘더 비틀스(The Beatles)’다.

⑦ 팝의 수도 리버풀

공항 이름도 ‘존 레넌 공항’으로 바꿔
리버풀은 여러 교통편으로 도착할 수 있지만 비틀스 팬들에게는 항공편이 주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공항 이름이 비틀스의 리더 역할을 한 존 레넌을 기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7월 존의 미망인 오노 요코는 비행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 공항이 ‘리버풀 존 레넌 공항(Liverpool John Lennon Airport)’으로 개명될 것”이라 밝혔다. 정식 개명은 보수 공사를 거쳐 2002년 3월 15일 이루어졌다. 영국에서 특정 공항이 특정 인물의 이름을 따 명명된 첫 사례였다.

오노는 정식 개명 행사 때 다시 공항을 찾았다. 이때 2m10㎝ 높이의 존 레넌 동상 제막식이 거행되기도 했다. 리버풀 출신 조각가 톰 머피의 작품인데 행인의 발걸음이 뜸한 곳에 세워진 점이 아쉽다.

공항 외부에는 비틀스의 1966년 히트곡이자 이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옐로 서브마린’ 대형 조각상이 2005년 설치됐다. 공항 로고는 존 레넌의 자화상이다. 공항 슬로건으로 비틀스 해산 뒤 레넌이 발표한 ‘Imagine’의 가사 중 ‘Above Us Only Sky(우리 위로는 오직 하늘만이)’가 적절하게 선택됐다. 공항 옥상에도 이 슬로건이 써져 있는데 비행기 내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시내로 들어와도 비틀스 흔적은 큰 노력 없이 쉽게 발견된다. 그중 하나가 도로를 달리는 비틀스 관광 상품 차량들이다. 비틀스의 히트곡 제목에서 따온 ‘Magical Mystery Tour(마법의 신비한 투어)’가 대표적이다. 공항 슬로건에서 관광 상품명까지 비틀스가 남긴 곡들과 가사가 이렇게 곳곳에서 긴요하게 사용될지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110개 객실을 비틀스 주제로 꾸민 호텔
리버풀에 끝없이 나오는 비틀스 흔적과 유적 탐방의 출발지로는 시내 중심부의 매튜가가 지나는 캐번 쿼터(Cavern Quarter)가 꼽힌다. 초입에 위치한 호텔은 본 시리즈 3편 ‘런던의 비틀스 흔적들’(9월 28일자)에서 소개한 비틀스의 영화이자 동명의 곡에서 이름을 딴 ‘Hard Days Night Hotel’이다. 2008년 2월 개관한 이 호텔은 110개 객실이 모두 각각 다른 비틀스 관련 주제를 갖고 있다. 비틀스 화가로 유명한 미국의 섀넌(Shannon)이 작업에 참여했다. 식당 블레이크(Blakes)는 비틀스의 대표 음반인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의 전설적인 음반 표지 작업을 맡은 피터 블레이크(Peter Blake)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다.

캐번 쿼터 주변에는 비틀스 관련 기념품점도 많다. 30년째 영업 중인 ‘더 비틀스 숍(The Beatles Shop)’ 입구 위에 있는 비틀스 동상은 리버풀시에서 처음 만들어진 비틀스 동상이다. 이 상점은 급한 전화를 걸어야 했던 비틀스의 드러머 링고 스타가 어느 날 불쑥 들어와 상점 전화를 빌려 쓴 일화를 아직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리버풀 명예의 벽(Liverpool Wall of Fame)’은 리버풀 출신으로 영국 음악 차트 1위에 오른 아티스트와 해당 곡들을 소개하고 기념하는 벽이다. 2001년 3월 14일 제막식 때는 리버풀 출신으로 첫 1위 곡을 배출한 리타 로자(Lita Roza)가 참석했다. 비틀스의 첫 히트곡인 ‘Please Please Me’가 없어 의아해하는 팬이 많은데, 이 곡은 1위에 오르기는 했으나 명예의 벽 기준으로 사용한 ‘레코드 리테일러(Record Retailer)’ 차트에는 2위에 머물러 제외됐다. 그래도 다른 비틀스 곡이 17곡이나 올라 있으니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팝스타 토미 스틸이 기증한 ‘엘리너 릭비 동상’.
50년대 영국 팝스타 토미 스틸은 후배인 비틀스의 큰 팬이었다. 공연차 리버풀에 왔다가 비틀스의 업적에 비해 관련 기념물이 너무 없다고 생각한 토미는 “리버풀시가 3펜스에 내가 조각한 비틀스 기념 동상을 구매하면 기증하겠다”고 제안했고, 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한국 돈으로 50원 정도인 3펜스는 토니의 히트곡 ‘6펜스의 절반(Half of Sixpence)’에서 나은 상징적 금액이다. 동상은 작은 돌로 만든 벤치와 함께 82년 12월 3일 제막됐는데 비틀스의 히트곡에서 이름을 따 ‘엘리너 릭비 동상(Eleanor Rigby Statue)’으로 명명됐다. 동판에는 이 동상을 ‘모든 외로운 사람들(All the Lonely People)’에게 바친다고 돼 있는데, 이는 이 곡 가사의 일부다.

84년 문을 연 ‘캐번 워크스(Cavern Walks)’는 패션 백화점인데, 지하에 비틀스 멤버 4명의 동상이 있어 특별한 기념일이면 팬들이 남긴 꽃으로 뒤덮인다. 입구에 있는 장미와 비둘기 조각상은 존 레넌의 첫 아내인 신시아 레넌(Cynthia Lennon)의 작품으로 장미는 존이 가장 좋아한 꽃을, 비둘기는 존이 즐겨 이야기한 평화를 상징한다.

캐번 클럽의 내부.
1984년 잊혀지던 ‘캐번’ 다시 살려내
로큰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유명한 라이브 클럽으로 꼽히는 ‘더 캐번(The Cavern)’은 57년 1월 16일 재즈클럽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57년 8월 7일, 리버풀 출신으로 당시 17살이던 청년 존 레넌이 이끌던 밴드 ‘더 쿼리맨(The Quarrymen)’이 무대에 섰다. 후에 폴 매카트니와 조지 해리슨이라는 이름의 청년들이 합세하면서 밴드는 진화한다.

60년대 들어 캐번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로큰롤 연주를 보여주는 런치세션 공연이 인기였는데, 61년 2월 9일 목요일 점심시간에 5파운드(약 8500원)를 받고 무대에 오른 밴드가 있었다. 바로 비틀스였다.

비틀스는 이 런치세션 무대에 모두 151번 오르는데, 61년 11월 9일 이 공연을 지켜본 한 남자가 있었다. 비틀스의 매니저로 활동하게 되는 브라이언 엡스타인(Brian Epstein)이었다. 두 달 뒤 비틀스는 브라이언과 정식 계약을 맺는다. 비틀스의 운명이, 그리고 로큰롤의 역사가 바뀌는 장면이다.

캐번에서 비틀스는 63년 8월 3일까지 총 292차례(일부 기록은 274번)에 걸쳐 무대에 오른다. 비틀스를 배출한 유서 깊은 캐번은 73년 5월 27일 문을 닫는다. 캐번이 들어섰던 창고 건물은 도시 개발 계획과 함께 완전히 헐려 많은 리버풀 시민과 비틀스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84년 캐번이 입주했던 창고 건물터에 한 개발업자가 위에 언급한 ‘캐번 워크스’를 준공하면서 리버풀에서 잊혀져 가던 캐번은 다시 존재를 드러냈다. 캐번의 로큰롤 의미와 정신을 계승하고자 비록 캐번이 원래 들어섰던 정확한 위치는 아니지만 최대한 가까운 지점에 본 모습을 복원해 문을 연 공연장이 지금 관광 명소이자 캐번의 적자(嫡子) 인 ‘캐번 클럽(Cavern Club)’이다. 원 캐번의 공간 50% 정도가 활용됐고, 주소는 옛 캐번의 주소지인 ‘10 매튜 스트리트’의 사용이 허가돼 지금도 사용된다.

척 베리, 롤링 스톤스도 거쳐간 ‘캐번’
개관 이후 오아시스(Oasis)와 아델(Adele) 등이 이곳에서 공연을 하는 등 비틀스에 대한 후배 가수들의 경의는 오늘날도 계속된다. 폴 매카트니는 자신의 20세기 마지막 공연이었던 99년 12월 14일 공연 장소로 캐번 클럽을 선정하면서 로큰롤 역사에서 캐번의 위상은 다시 한번 공고해졌다. 언론을 포함해 단 300명만이 지켜본 공연이었다. 밴드에는 핑크 플로이드의 데이비드 길모어(기타)와 딥 퍼플의 이안 페이스(드럼) 등이 함께했다. 2007년 1월 16일, 캐번 클럽은 50주년을 맞이해 캐번의 전성기 시절 원 입구로 사용된 장소를 단장하고 기념 안내판을 설치해 캐번의 역사와 로큰롤에서의 의미를 알리고 있다.

캐번 명예의 벽 앞에 있는 존 레넌 동상.
캐번 클럽의 소유자가 94년 개업한 ‘캐번 퍼브(Cavern Pub)’는 캐번 클럽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또 다른 라이브 클럽으로, 주로 캐번 전성기 때 출연했던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중심으로 한 공연이 기획된다. 클럽 입구에 마련된 ‘캐번 명예의 벽(Cavern Wall of Fame)’은 캐번 클럽이 문을 연 지 40주년인 97년 모습을 드러냈다. 벽돌 하나하나에 아티스트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캐번이 영업한 57년부터 73년 사이에 이곳 무대에 섰던 아티스트 1801명의 이름이다. 비틀스는 물론 척 베리나 롤링 스톤스 등 알 만한 아티스트는 모두 거쳐 간 곳이 캐번이었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명예의 벽 앞으로는 동상 하나가 세워져 있는데 다름 아닌 존 레넌이다. 동상 제막식 때는 존의 오랜 친구이면서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한때 관리했던 가수 빌리 크레이머(Billy Kramer)가 제막 행사를 진행했다.

캐번은 공연장으론 뜨거웠지만 주류를 판매하지 않아 공연장을 찾은 많은 아티스트는 공연 전후에 인근 ‘더 그레이프스(The Grapes)’나 ‘화이트 스타 (White Star)’ 등에 들러 술을 주문하곤 했다. 이 중 한 밴드가 비틀스였는데, 단지 이 사실 하나 때문에 이곳들은 명소가 됐다. 업소들도 비틀스가 한때 단골이었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는데, 밀려오는 손님들만 봐도 비틀스의 인기를 느낄 수 있다. 더 그레이프스는 비틀스의 첫 드러머였던 피터 베스트(Pete Best)가 밴드에서 해고된 날 눈물의 술잔을 비운 장소였다는 사실 때문에 로큰롤 역사에서도 주목 받는 장소가 됐다.

작은 스토리 하나하나가 모인 스토리텔링의 힘은 캐번 쿼터를 리버풀의 관광 명소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공고해지는 관광 명소로서의 입지는 캐번 쿼터를 비틀스 성지로 격상시키고 있다.



조현진 YTN 기자·아리랑TV 보도팀장을 거쳐 청와대에서 제2부속실장을 역임하며 해외홍보 업무를 담당했다. 1999~2002년 미국의 음악전문지 빌보드 한국특파원으로서 K팝을 처음 해외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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