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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안에서 ‘싸악~’ 탄산수에 빠진 대한민국

21일 한 여성이 서울 한강로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탄산수를 구입하고 있다. 올들어 탄산수 시장 규모는 100% 커졌다. [사진 이마트]
직장인 김지수(32·여)씨는 이른바 ‘탄산수 매니어’다. 그는 하루 두 병 이상의 탄산수를 마신다. 회사에 출근할 때면 꼭 편의점에 들러 탄산수를 구입하는 게 본격적인 일과의 시작. 점심식사 후 동료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면 그는 어김없이 탄산수를 집어 든다. 김씨는 “커피는 많이 마시면 카페인 때문인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드는데, 탄산수는 그런 느낌이 없고 칼로리 부담도 없어 좋다”고 말했다.

2014년은 탄산수의 해

김씨처럼 탄산수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2014년을 두고 ‘탄산수의 해’라고 부를 정도다.

올해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약 6000억원. 이 중 탄산수시장 규모는 4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지난해 탄산수시장 규모는 200억원대에 그쳤다. 사실상 올 들어 100%가량 시장이 커진 것이다. 내수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유독 탄산수만 매출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실제 이마트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탄산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4.3% 늘었다. 일반 생수 매출은 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 전체 매출은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 탄산수 시장 400억대 육박
이마트 김남곤 과장은 “특정 상품군 매출이 50% 이상 늘어났다는 점은 침체된 소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이 탄산수로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생수 전체 매출에서 탄산수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4.6%에서 5.9%로 커졌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생수 전체 매출은 7.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탄산수 매출은 113% 증가했다. 하언정 롯데마트 음료MD(상품기획자)는 “2009년의 탄산수 매출을 100으로 볼 때 지난해 탄산수 매출은 2009년 매출의 7.25배에 달했다”며 “단기간에 이처럼 매출이 뛰어오른 음료 품목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편의점 업계의 경우 탄산수 매출 신장 폭이 더 크다. 낱개 판매가 많다는 속성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탄산수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91.6%나 수직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생수 매출 신장률은 19.4%에 머물러 대조를 이뤘다. GS25의 탄산수 매출 증가율은 515.2%에 달한다. 탄산수의 인기는 가전제품 판매에서도 확인된다. 롯데하이마트 한율희 과장은 “800만~900만원대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탄산수 제조기가 결합된 프리미엄급 복합 기능 냉장고 판매가 꾸준한 편”이라고 전했다.

20~30대 여성이 주요 소비자
유통업계는 탄산수 인기의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우선 해외에서 탄산수를 경험한 소비자가 늘었다. 해외여행객이 늘어난 덕분에 탄산수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덕분에 ‘탄산수=탄산음료’란 등식이 깨졌다. 기존에 국내 소비자들은 입안에서 새큼하게 퍼지는 탄산의 느낌은 탄산음료를 통해서만 받아들였다. 사이다와 콜라 같은 탄산음료는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탄산수는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탄산수도 탄산음료 못지않게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이다. 외국 여행을 통해 탄산수를 접한 국내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에서도 탄산수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2000년대 초반 외국에서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전문점을 경험한 유학생과 여행객을 중심으로 테이크아웃 커피문화가 확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덕분에 일반 생수와 달리 탄산수 부문에서는 외국산 탄산수가 강세를 보이기도 한다. 외국에서 먹던 브랜드의 탄산수를 국내에서도 즐기는 이가 많아서다. 이마트의 경우 일반 생수 매출 10위권 안에선 외국산 브랜드를 찾아볼 순 없지만 프랑스 천연 탄산수인 ‘페리에’는 탄산수 브랜드 판매순위에서 꾸준히 3~4위권을 오르내린다. 이마트 전체 탄산수 매출 중 수입 탄산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39.1%에 달한다.

탄산수의 인기를 설명하는 둘째 근거로 20~30대 여성들이 탄산수의 주요 소비자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유통업계에서는 가장 구매력이 좋은 고객층으로 여겨진다. 탄산수가 국내 여성들 사이에서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젊은 여성 고객이 탄산수를 많이 찾는다.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이 탄산수 소비자들의 연령대와 성별을 분석한 결과 여성 구매자 비중이 전체 구매자의 70.6%에 달했다.

탄산수 다이어트란 탄산의 속성인 포만감과 산뜻한 느낌을 활용하는 걸 말한다. 하언정 음료MD는 “식사 직전 탄산수를 마시면 배가 부른 느낌이 들어 음식을 많이 먹지 않게 된다. 젊은 여성들이 탄산수를 많이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탄산수라는 ‘작은 사치’를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이가 많다고 업계는 본다. 최근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이 보틀(my bottle)’ 같은 개성 있는 물병의 인기도 이 같은 ‘작은 사치’의 한 단면이다. 하정엽 이마트 가공식품 바이어는 “최근에 음료는 테이크아웃 커피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감각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마트 피코크 탄산수의 경우에도 이러한 점을 반영해 대형 마트에서는 처음으로 ‘유리병’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탄산수의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점엔 이견이 없다. 유럽의 경우 전체 생수시장의 30%를 탄산수가 차지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소비패턴을 보이는 일본에선 전체 생수시장의 10%가량을 탄산수 제품이 갖고 있다. 국내에서도 성장여력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체마다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탄산수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아예 탄산수 업체와 손잡고 자체 브랜드 탄산수인 피코크를 올 6월부터 판매 중인 이마트가 대표적이다. 피코크는 이달 말 100만 병 판매(330mL 기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마트 측은 “출시 당시 플레인과 레몬의 두 가지 맛뿐이었는데 지난달 자몽과 라임 맛을 추가로 출시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자몽 맛 탄산수는 국내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제품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일본서도 생수시장 10% 차지
탄산수의 인기는 다른 업종에서도 확인된다. 탄산수 제조 기능을 더한 냉장고나 정수기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의 스파클링 냉장고는 정수된 물과 얼음은 물론 시원한 탄산수까지 마실 수 있는 기능을 더해 지난 2월 출시된 이래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매월 1000여 대씩 팔리는 등 소비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은 비슷한 용량의 다른 냉장고보다 대당 100만~150만원가량 더 비싸다. 이 냉장고는 단계 농도 조절이 가능한 스파클링 워터 디스펜서를 이용해 330mL짜리 탄산수를 최대 182병(탄산가스 실린더 한 개당)까지 만들 수 있어 출시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정수기도 일반 정수기보다는 탄산수 제조가 가능한 제품이 더 인기다. 코웨이 스파클링 정수기의 경우 지난 7월 출시된 이래 매월 30% 이상씩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김기호 코웨이 과장은 “스파클링 정수기는 일반 냉온 정수기보다 월 2700원가량 임대료가 비싸긴 하지만 최근 탄산수 열풍에 힘입어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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