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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땅의 스케일, 나라의 스케일

나는 이른바 모태신앙이 아니다. 우리 가족들 중에 기독교인은 없었으며, 목사는 더욱 없었다. 내가 목사가 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며, 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돌연변이라 하겠다. 하나님의 섭리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목사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이 되었을까 나는 가끔 생각한다.

젊었을 때 나는 야망이 컸다. 기왕 태어난 거 큰 꿈을 갖고 맘껏 이루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중 매력을 느낀 직업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기업가였고 다른 하나는 정치가였다. 기업 경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처럼 멋지고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 생활 수준을 높이는 길은 기업을 키우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남성다운 분야는 철강·조선·정유 산업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업 중에는 사탕이나 과자를 만들어 파는 기업도 있고, 매장을 차려 남이 만든 물건을 가져다 팔아 이윤을 남기는 기업도 있지만, 기왕 사업을 하려면 철강이나 선박을 만드는 것이 가장 멋있고 스케일이 크다고 생각했다.

정치 또한 매력적인 직종으로 다가왔다. 최근 흔히 보는 치졸한 국회의원 말고, 국가와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의 길은 보람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영국에서는 공무원을 시빌 서번트(civil servant)라고 부르는데, 서번트는 ‘하인’이란 뜻이다. 또한 장관을 미니스터(minister)라고 부르는데 이 말 역시 섬긴다는 뜻을 갖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사람들이 부자가 되려고 공직자가 되는 게 아니라 이미 부자인 사람들이 공직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의 국방장관이었던 캐스퍼 와인버거는 건설회사 벡텔의 부사장 출신이었고, 국무장관이었던 사이러스 밴스는 월가의 변호사 출신이었다. 선진국에선 고위 공직과 민간 기업 간에 회전문이 있어 이쪽에서 저쪽으로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이 참으로 좋아보였다. 요즘에는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그러한 전통이 퇴색되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나는 과거에 그런 꿈을 갖고 살다가 목사가 되었기 때문에 아직도 향수가 조금은 남아 있다. 큰 뜻을 품고 하나님의 종이 되었지만, 더 큰 그릇이 되지 못하고 작은 그릇이 되지는 않았는지 괜한 마음도 있다. 한국의 개신교는 경쟁이 심하고 작은 것에 연연하다 보니 사람을 크게 만들지 못하고 속이 좁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 그러기에 나는 청소년들이라도 큰 꿈을 가질 것을 늘 권한다. 분명 하나님의 부르심은 영광스럽고 위대하며 필연적이나, 나라와 민족 그리고 인류를 위해 온몸을 던지는 것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함을 강권하곤 한다. 큰 야망을 갖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꿈을 위축시키고 현실적인 일에 매몰되게 하는 것이 나쁜 것이다.

요즘에는 일류 대학을 다니는 학생마저도 인기 있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스펙을 쌓는 일에 급급하다고 한다. 슬픈 일이다. 고등교육을 받는 목적은 취업에 필요한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한 거다. 그러려면 사색이 필요하고, 생각이 자유로워야 하며,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작은 나라가 아니다. 영토의 크기가 나라의 스케일을 좌우하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 어떤 인재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해 겨룰 수 있는 실력이 있다. 이 사실을 주지하고 젊은 세대에게 부지런히 전파해야 한다. 믿음대로 된다고 하지 않던가.



김영준 소망교회 부목사를 지낸 뒤 2000년부터 기쁜소식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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