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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手不釋卷<수불석권>

언제부터인지 늘 이맘때가 되면 대학수학능력시험(修能)에 출제된 문제의 정답에 대한 오류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 문제를 더 맞히고 틀리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대학 선택의 기회가 바뀌며, 또 이로 인해 인생의 항로(航路)가 변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이 인생의 끝은 아니겠지만 인생의 분기점(分岐點)이 될 공산은 크다. 공부도 다 때가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으며(盛年不重來) 하루에 아침을 두 번 맞지는 않는다(一日難再晨).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일해라(及時當勉勵).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고 읊었다. ‘세월부대인’은 세월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시간을 소중하게 아껴 쓰라, 즉 학문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뜻으로 자주 인용된다.

사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수불석권(手不釋卷)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수불석권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뜻이니 평생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일컫는다. 『삼국지(三國志)』 ‘여몽전(呂蒙傳)’에 나오는 말이다. 여몽은 전쟁에서 공을 세운 까닭에 오(吳)나라 손권(孫權)에 의해 장군으로 발탁됐다. 손권은 책 읽을 겨를이 없다며 공부를 피하는 여몽에게 황제인 자신 또한 늘 독서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후한(後漢)의 황제 광무제(光武帝)는 바쁜 가운데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으며(手不釋卷), 위(魏)나라의 조조(曹操) 또한 늙어서도 배우기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에 크게 자극을 받은 여몽은 이후 전장터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하루는 노숙(魯肅)이 옛 친구인 여몽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다 그의 박식해진 모습에 깜짝 놀라며 언제 그렇게 많이 공부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여몽은 “선비가 만나서 헤어졌다가 사흘이 지나 다시 만날 때는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달라져야 하지 않는가(刮目相對)”라고 답했다.

수능에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까지 실패할 필요는 없다. 인생에서 실패하지 않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수불석권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책이 떠나지 않는 인생은 곧 성공한 삶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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