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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탐내는 여자들에게

[머니투데이 스타일M 김정훈칼럼니스트 ]


[편집자주] 썸. 묘한 단어가 등장했다. 짜릿한 흥분과 극도의 불안감이 공존하는 롤러코스터 마냥, 탈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하고. 간질 간질. 정체를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랑만큼 떨리지만 이별보다 허무한 '썸'. 그리고 편식남 편식녀를 비롯한 그 밖의 다양한 '썸'에 대한 연애칼럼니스트 김정훈의 토킹 릴레이.

[[김정훈의 썸㉕]그녀들이 보는 건 남자의 현재도 미래도 아닌 그가 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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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커플즈' 스틸컷 /사진=싸이더스 픽쳐스
"남자는 왜 지나가는 여자들을 보며 등급을 나누지? 허락 없이 외모를 훑는 것도 모자라서 그걸로 사람을 판단하다니" 여자들의 질타에 남자들은 반문한다. "여자들도 똑같잖아. 티 안내고 한 눈에 다 파악하던데. 거기다 능력으로 사람 등급 매기지 않아? 느낌으로 포장해선 외모에 기본적인 센스까지 요구하고. 감정이 중요하다 말하지만 실은 사람 더 가리면서 뭘"

필자가 남자 편을 드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훨씬 냉정하게 이성을 평가하는 쪽은 여자들 아닐까.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보고 여자는 능력을 본다는 말에 집중해 보자. 외모를 평가하는 기준은 상대적이지만 재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절대적이다. 외모에 대한 평가는 한 개인의 기호에 충족되지 않았을 뿐이지만 능력에 대한 평가는 마치 사회 내의 경쟁에서 뒤처진단 상실감까지 내포한다. 외모는 현재에 대한 불만이지만 능력은 다르다. 과거와 현재, 심지어 정해지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부정까지 담고 있다.

"나는 진짜 사랑이 하고 싶어!"라는 여자들의 말엔 '능력 있고 센스 있는 남자'여야 한다는 말이 생략돼 있다. 남자도 당연히 사람을 가리지만 따옴표의 말을 굳이 숨겨가며 아름답게 포장하진 않는다. 이별의 이유도 더 잔인하다. 남자는 상대방과 보내는 '현재'가 싫증나서 이별을 통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여자들이 다른 사랑으로 옮겨 가는 이유에는 그 남자와 '미래'를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단 불안감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타인의 미래를 멋대로 재단하는 오류가 포함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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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커플즈' 스틸컷 /사진=싸이더스 픽쳐스
남자의 현재 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본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판단하는 방식이다. 남자의 미래를 보란 말은 그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현재를 더 눈여겨보란 의미다. 몇 시에 일어나는지, 얼마나 부지런한지, 타인을 배려하고 어른을 공경하는지, 일에 대한 욕심이 있는지 등 고유한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란 말이었다. 요즘은 이 과정이 변질 돼 버렸다. 그녀들이 보는 건 남자의 현재도 미래도 아닌 그가 처한 현실이다.

현실과 현재는 다르다. 현실은 개인이 속한 환경까지 포함한다. 환경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들이다. 영원히 변질되지 않는 내면적 사랑의 가치를 높게 여기면서, 외부 변화에 따라 그 가치도 바뀌는 것들에 더 신경을 쏟는 건 모순 아닐까? 직업, 학벌, 자산 등을 통해 그의 성실함과 근면함을 파악하는 건 좋다.

하지만 그것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인정을 받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건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이 아니다. 그저 그의 쾌적한 환경을 향유하고 싶을 뿐이다. 성공적인 이직을 해서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백수였을 땐 명함이 없단 이유로 소개팅이 줄줄이 취소되곤 했어. 그때 누굴 만났다면 더 깊게 사랑할 수 있었을텐데. 지금은 여자는 많지만 그녀들의 속내가 뻔히 보여서 마음을 쉽게 열 수 없어."

오랜 시간 썸을 타고 있는 여자가 "지금 오빠와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너무 좋아. 근데 사귀는 건 좀 더 생각해보자"라고 얘기했다면 그녀와 연락을 끊어야 한다. 그녀가 확신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부족한 감정이 아닌 조건일 확률이 높다. 더 많은 노력을 해서 감정을 표현하면 당신을 받아들여 줄 거란 기대는 금물이다.

물론 그 노력이 현재의 당신을 뛰어 넘는 재력이나 명예를 보여줄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거다. 불확실한 감정보다 남자의 확실한 능력이 자신의 미래를 풍족하게 해 줄 수 있다 생각하는 여자들이 많아서다. 그런 여자에게 미련을 갖지 말자. 연인의 미래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미래에 편승하는 게 아니다. 한 사람의 현재와 다른 한 사람의 현재가 만나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뭘 믿고 내 미래를 당신에게 맡기겠어?'라고 말하는 의존적인 여자는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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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커플즈' 스틸컷 /사진=싸이더스 픽쳐스
남자의 재력을 쫓는 여자에 대해 얘기할 때 '이수일과 심순애' 스토리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심순애의 속내와 그녀가 처한 상황이 어찌됐든 지고지순한 사랑을 버리고 장안갑부를 선택한 건 이도령을 마냥 기다리는 춘향이가 알면 까무러칠 선택 아닌가. 개천에서 용 나기가 힘든 요즘엔 경성제국대학에 다니는 이수일 정도면 집안마저 빵빵할 확률이 높으니 순애의 고민이 덜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시대의 수많은 순애들은 거리낌 없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미는 김중배를 선택하곤 한다. 그리고 중배의 사랑이 수일에 비해 덜 할 거란 보장은 없지 않냐 되묻는다. 여기서 여자들이 겪는 문제가 있다. 정작 당신의 중배가 다이아몬드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자가 당신에게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보여줬더라도 그것이 당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다이아몬드를 건넬 때 당신의 시선이 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쯤은 그들도 파악하고 있으니까.

'그들이 돈이 많아서 좋아했던 건 아닌데?'라고 말하는 여성들은 일정수준 이상의 경제적 조건은 기본으로 갖춘 남자만 만난다는 얘기다. 경제적 풍족함은 데이트 시 센스, 여유로운 미소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니 당연히 매력적일 수밖에. 만약 그가 당신을 외롭게 한다면 자신의 다이아몬드를 줄 생각이 애초에 없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나는 바빠서 연락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미리 말해놓고 얼마든지 다른 여자들을 만날 거다. 당신이 그에게 반했듯 그의 주위엔 다이아몬드에 눈이 먼 젊고 예쁜 여자들이 넘친다. 그 반짝거림에 취해, 당신이 진짜 원하는 따뜻함을 줄 수 있는 남자를 놓치지 말자. 물론 애초에 따뜻함 보다 화려한 사랑을 원했다면 상관없는 얘기다.

그럼 남자의 진심은 대체 어떻게 확인하는 걸까. 술에 취했을 때? 취중진담은 정말인걸까. 이 의문은 다음 주에 풀겠다. 아, 이번 글이 모든 여자들을 일반화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안 그런 여자들이 더 많아!'라는 여자들의 의견에 대해 동의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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