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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받으면 지휘봉까지 버리는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71). 라트비아 공화국 태생의 지휘자. 카라얀ㆍ므라빈스키에게 지휘를 배웠으며 아버지 역시 지휘자였다. 1971년 카라얀 콩쿠르 우승으로 데뷔했다. 현재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로열 콘세트르허바우 오케스트라(RCO)를 이끌고 있다. 이전에는 오슬로ㆍ런던ㆍ피츠버그 심포니의 음악감독을 지냈다. 지금껏 함께 연주한 악단으로는 뉴욕필, 베를린필 등등….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내한공연하는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이 설명은 사실이지만 충분하지 않다. 얀손스가 40여 년 동안 세계 일류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를 확인할 방법은 따로 있다. 그리고 간단하다. 유튜브에서 얀손스와 로열 콘세르트허바우가 연주한 말러의 교향곡 2번을 들어보는 것이다.

이 교향곡은 음악적 변화가 많다. 특히 장례식 혹은 죽음을 표현한 1악장이 그렇다. 시작은 현악기가 도전적이고 불안한 저음으로 한다. 리드미컬한 음악은 이내 장대한 선율로 바뀐다. 1악장은 이렇게 서로 다른 아이디어가 교대하며 진행된다.

얀손스는 이러한 대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강렬한 부분에서는 단원들에게 박자를 오차 없이 완벽하게 제시한다. 그러나 선율이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오면 달라진다. 지휘봉을 거꾸로 쥐어 없애다시피 하고 맨손으로 지휘한다. 악기들은 충분한 자유 속에서 마음껏 노래한다.

그는 엄격한 지휘자로 꼽힌다. 리허설 전 미리 무대에 올라 단원들이 앉을 의자의 방향까지 바꾸는 사람이다. 영국의 음악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수십번 연주한 브람스 교향곡도 처음 보는 것처럼 공부해 새로운 걸 꼭 찾아내는 지휘자”라고 평했다. 오슬로에서는 오케스트라 전용 홀 건립을 위해 지휘자 자리를 걸고 정부와 싸웠던 강경파다.

지휘 스타일에도 성격이 드러난다. 전통적 해석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정도를 간다. 단원들은 정확한 통제 속에서 분명한 연주를 한다. 얀손스의 지휘 동작은 불필요한 부분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한편 그는 천상 체험과 같은 몰입을 강조하는 지휘자다. 음악의 내용이 달라지면 지휘봉도 없애버리고 맨손으로 노래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얀손스의 팬이 유독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 굵고 묵직한 음악을 선보이다가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노래로 음악을 확 바꾼다. 청중이 지휘자의 완급 조절을 쫓아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밀고 당김에 빠졌던 팬들의 걱정은 얀손스의 건강이다. 그는 내년 3월 RCO와 고별 연주를 계획하고 있다. 10년 동안 함께 한 오케스트라다. 지난 4월 사임 발표를 하면서 얀손스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그는 1996년 오슬로에서 오페라 ‘라보엠’을 연주하던 중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경험이 있다. 2003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2004년 RCO를 맡으면서 책임이 겹쳤고, 건강에 대한 우려가 다시 나왔다.

18ㆍ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얀손스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내한공연을 한다. 2년 만이다. 그는 RCO를 사임하면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에 전념하고 싶다고 밝혔다. 연주곡으로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슈트라우스 ‘돈 주앙’,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골랐다. 말 그대로 정통 교향악이라 할 만한 작품들이다. 협연자도 없다. 무섭도록 철저하지만 지휘대에 오를 때만큼은 소년처럼 웃고, 음악적 긴장을 쥐락펴락 하는 지휘자가 오롯이 강조될 무대다.


글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 빈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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